2024-10-04
밴드 페스티벌

밴드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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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과 이웃한 크리스찬스버그 (마을 이름이 둘 다 너무 길어서 우리 동네는 비 버그, 이 동네는 씨 버그 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작년부터 밴드 페스티벌을 주최하는데, 작년에는 같은 교육구 안의 네 군데 고등학교와 조금 멀리 떨어진 개일랙스 라는 도시의 고등학교 밴드가 참가했었다.
올해에는 이 행사가 널리 알려지고 호응을 얻었는지 로아녹에 있는 고등학교 및 상당히 먼 곳에 있는 학교까지 참가해서 모두 열 개의 고등학교 마칭밴드 팀이 공연을 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보이는 둘리양의 모습

둘리양은 아직 중학생이지만 고작 일 년간 학교 밴드 수업에서 배운 실력이 무척 뛰어나서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고등학교 마칭밴드에 가입할 수 있었다. 마칭밴드 학생 수는 100명이 조금 넘는데 그 중에 중학교 3학년이 열 명쯤 되는 것 같고, 둘리양이 속한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예닐곱 명쯤 된다고 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4학년까지 언니 오빠들이다. 코난군의 절친인 제이크와 조나스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몇 년째 열심히 마칭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새로 받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둘리양은 밴드 페스티벌 행사 전날인 금요일에도 블랙스버그 고등학교 미식축구 팀의 홈경기 응원을 하느라 저녁 아홉 시가 다 된 시간에 귀가했는데,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은 페스티벌 행사 때문에 도시락까지 싸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동일 밴드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아침에 비벅 고등학교에서 세 시간 동안 밴드 연습을 하고,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은 후 학교 버스를 타고 씨벅 고등학교로 이동해서 (다행히도 차로 15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이다) 10개 고교 밴드와 함께 미국 국가 연합 연주를 시작으로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학교별 공연을 했다.
아마도 먼거리에서 온 학교부터 공연을 하기로 순번을 정한 것 같은데, 자기 학교에서 공연하는 씨벅 밴드가 가장 마지막 순서이고, 그보다 조금 멀리 있는 비벅 밴드가 그 앞 순서였다. 두어시간은 걸리는 먼 곳에서 온 학교들이 연주하는 앞 시간은 일부러 놓치고 둘리양 공연이 시작하는 오후 6시 30분 시간에 맞추어 구경을 갔다.

블랙스버그 고교 마칭밴드가 차례를 기다리며 관중석에 앉아 있다.

보통 한 시즌에 공연할 테마와 곡이 정해져서 늘 같은 곡을 연주하기 때문에 지난 번 공연에서 본 것과 이번 공연이 많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 제작한 유니폼을 다같이 맞춰 입고 하는 공연이어서 더 멋있기는 했다.
“디스코는 죽지 않았다” (의역하자면, “살아있네, 디스코!” 하는 것이 더 의미를 살리는 것 같다.) 라는 테마로 공연장 가운데에 커다란 디스코볼과 디스코 클럽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두려고 하는데 아직 그 장치가 완성되지 않아서 이번 공연에서는 임시 장치를 놓고 공연을 했다.
유니폼에는 디스코볼이 프린트 되어 있다.

공연 시작 직전 짧은 연습 시간

유니폼과 신발과 장갑까지 모든 물품은 아이들에게 무료로 지급된다. 밴드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비용의 일부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간식이며 기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밴드 서포트 그룹이 있고 거기에서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나는 이전에 마칭밴드라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둘리양도 아직 어린 나이여서 이번 해에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있는 터라, 아직은 열심히 자원봉사를 한다거나 기금 마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둘리양이 계속해서 마칭밴드 활동을 하게 되면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열심히 참여하려고 한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둘리양을 찾기가 어렵다.
(왼쪽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네 번째 얼굴인 듯)

둘리양 공연보다 조금 더 일찍 갔더니 로아녹에서 온 두 개 고등학교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공연한 씨벅 고등학교까지 종합해보니, 비벅고 (블랙스버그 고등학교를 줄이다보니 이런 이름이 되었다 ㅎㅎㅎ) 밴드의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비벅고는 해마다 버지니아 주에서 주는 우수 밴드상을 30년 연속으로 받아왔다고 한다.
일단 다른 학교에 비해서 밴드 인원이 월등하게 많은데, 다른 학교는 50여명 정도 밖에 안되는 멤버가 연주를 하니 음악 소리가 웅장할 수 없고, 대형을 만들어 이동하는 등의 쇼를 구성하기가 어려웠다. 그에 반해 비벅고는 일단 악기 숫자가 많으니 소리가 웅장하고 멋진 공연을 구성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반 아이들을 이미 밴드 수업으로 영입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서 일 년이 지나면 그 중 잘하는 아이들을 선발해서 마칭밴드 멤버로 넣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많은 밴드 멤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집 둘리양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서 펼친 공연

가을 학기에 마칭 밴드는 가장 바쁘다. 금요일에 있는 고등학교 미식축구 홈경기 응원을 해야 하고 또 주말마다 밴드끼리 하는 경연대회에 참가하느라 학교 버스를 타고 몇 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연주하기 때문이다. 간간이 지역 사회 봉사를 위해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같은 행사에도 참가한다.

유튜브에 올린 공연 장면

2024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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