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요리인 비프 웰링턴

영국 요리인 비프 웰링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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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코난군이 “비프 웰링턴”을 아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사람 이름인 줄 알고 “그게 누군데?” 하고 되물었으나, 코난군이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이런 사진을 보여주어서 음식 이름인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요리해본 적 없는 음식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내게 뭘 먹고싶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어서, 요리해서 먹게 해주겠다고 얼른 대답을 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무슨 요리든 조리법이 상세하게 다 나오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략 검색해서 공부해보니 쇠고기를 버섯과 햄으로 감싸고 그걸 다시 파이 반죽으로 감아서 오븐에 굽는 요리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인 고든 램지가 좋아하고 잘 만드는 음식이라고도 했다.
재료 준비를 위해 더 자세히 알아보니, 쇠고기 부위가 텐더로인 (안심) 이라고 하는 비싼 부위였다. 마트에 가면 냉장코너에 손질해서 팩으로 싸둔 고기 섹션에는 없고, 부처 Butcher가 직접 주문을 받아서 썰어주는 코너에서만 살 수 있었다. 이것도 원래는 베개 모양의 덩어리 고기를 통째 사서 사용해야 하지만, 덩어리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처음 해보는 요리인데 실패할 수도 있고, 또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졌다해도 우리 네 식구가 사나흘 연속으로 먹어야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툼하게 썰어진 것을 네 덩어리 구입했다. 이게 1.8파운드 정도인데 820 그램, 한 근 반 정도 되는 양이다.

  1. 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린 다음 후라이팬에 겉면만 익힌다.

잘 달군 기름에 쇠고기의 겉면만 익히는 것은 시어링 Searing 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오븐에 넣고 익힐 때 육즙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2. 시어링한 고기가 아직 뜨거울 때 머스타드 소스를 잔뜩 발라서 식힌다.

3. 겉면만 익힌 고기가 머스타드 소스에 절여지는 동안 뒥셀 Duxelles을 만든다.

뒥셀의 주재료는 버섯이고 마늘과 샬롯, 견과류도 들어간다. 샬롯은 새끼 양파처럼 생겼고 맛도 양파와 비슷하지만 수분이 적어서 뒥셀 만들기에 좋은 재료이다. 버섯을 잘게 다지거나 푸드 프로세서로 갈아서 다른 재료와 함께 볶으면 처음에는 되직한 죽이 된다. 이걸 강불에서 계속 저어주며 수분을 날려서 고슬고슬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수분이 많은 양파보다 샬롯이 고슬고슬한 뒥셀을 만드는데 더 적합하다.

이랬던 재료가 30분 정도 강화력에 수분을 날리면 이런 상태가 된다.

4. 이제 고기를 다른 재료와 함께 잘 감아줄 차례이다.

하몽 (스페인어) 또는 프로슈토 (이태리어) 라고 하는 역시나 수분이 거의 없는 햄을 깔고 그 위에 뒥셀을 깔아준다.

그 위에 머스타드에 절여두었던 고기를 올리고

랩으로 잘 감싸서 냉장고에 15분 이상 넣어둔다.

다음은 파이 반죽으로 감싸서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두라고 하는데, 나는 시간이 없어서 30분 정도만 넣어두었다. 파이 반죽은 시판 냉동 제품을 사용했고, 덩어리 고기가 아닌 작은 조각이어서 그런지 짧은 시간 굳혀도 괜찮았다.

5. 냉장고에서 잘 굳힌 고기를 꺼내서 화씨 375도 (섭씨 190도)에 40분간 구우면 된다. 파이 반죽에 칼집을 넣어 장식하거나 구멍낸 반죽을 한겹 더 얹어서 예쁜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그 위에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소금을 조금 뿌린 다음 오븐에 굽는다.

원래 조리법대로 베개같은 큰 고기 덩어리로 요리하면 미디움 레어 정도로 고기가 익지만, 나는 작은 조각으로 요리를 했더니 오히려 내 입맛에 맛게 미디움 웰 정도로 잘 구워졌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아서 이 네 덩어리의 고기를 우리 네 식구가 한 끼에 다 먹어치우지 못하고 다음날까지 먹었다.

감자를 삶아 으깨고 아스파라거스를 볶아서 접시에 함께 담으니 영양적으로 균형도 잡히고 보기에도 좋았다.

감자와 파이가 모두 탄수화물이어서 밥이나 빵을 따로 차려내지는 않았다.
고기값이 비싸고 뒥셀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 점이 이 요리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비싼 고기라 맛이 좋았고 온가족이 모두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무척 마음에 드는 요리였다. 디즈니 크루즈에서 한 번 쯤 먹어보았던 요리같기도 하다.

2025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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