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이 설명하는 자연과학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이 설명하는 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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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던 것은 작년 가을쯤이었다. 스스로를 문과 남자라 지칭한 유시민 작가가 각종 자연과학 서적을 읽고 배운 것을 나같은 자연과학 문외한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책이어서 나에게 참 적합한 책이었다.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능력은 아주 탁월해서 읽기가 편하고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서문이라 할 수 있는 인문학과 과학의 관계를 필두로,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그리고 수학에 관해 설명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금새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쉬운 말로 써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챕터인 수학은 일부러 아껴두었다. 유시민 작가의 부인인 한경혜 박사가 수학사를 전공한 덕분으로 마지막 챕터는 더더욱 꼼꼼하게 검토하며 썼다고 해서 집중해서 읽으려고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너무 많이 흘러, 여름 방학 중인 오늘에야 마지막 챕터를 읽었다. 그것도 책상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다보니 먼지가 앉은 이 책을 얼른 “읽어치운” 다음 서재 책꽂이에 돌려놓아야 겠다는 결심 덕분이었다. 앞부분의 자연과학 분야 내용은 이미 망각의 언덕 너머로 돌아갔다. 내 전공이 자연과학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기억하기가 쉬웠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읽을 동안에는 이해를 했으나 장기 기억 저장소로부터 읽었던 내용을 다시 끄집어 내는 일은 어렵다. 그래도 마지막 챕터에서 깊이 공감하는 내용이 있어서 오늘 이 책을 마무리하는 보람이 있다.

수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수학자들 중에 ‘노력형” 인간은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수학이라는 학문은 타고난 두뇌의 특정 영역이 잘 발달한 덕분으로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분야이다. 독일의 저명한 수학자 가우스는 막노동자 아버지와 하녀 일로 생계를 이어나갔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남보다 앞선 교육은 커녕 초등학교도 겨우 다닐 형편이었지만 열 두 살에 이미 유클리드 원론의 문제점을 감지했고 열 아홉 살에는 자와 컴퍼스 만으로 정십칠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한다. 그 이후 가우스는 귀족의 후원을 받아 대학교에 진학을 했고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유시민 작가는 나같은 수학포기자(수포자)에게 위안이 되는 말을 쓰기도 했다.

유시민의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수학자는 우리와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라고 할 만큼 그 타고난 능력이 탁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같은 수포자가 열등감이나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들이 노력만으로 수학자가 된 것도 아니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수학을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로 그랬다. 국민학교 산수 시험 성적은 좋았지만, 중학교에 올라와서 “수학” 이라는 제목으로 배울 때 부터 입시를 마치던 그 날 까지 나는 수학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그러려면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 뇌에서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부분이 남보다 뒤떨어져 그런 것이니, 속상하기는 해도 받아들이고 살면 되는 것이다. 대신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면 된다 – 그렇게 살고 있다 🙂

이제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서재의 책꽂이로 돌려 보내려한다. 아직도 읽다만 책이 내 책상 옆 작은 책꽂이에 여러 권 남아 있는데 이것도 부지런히 읽은 다음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고 내 구역 정리를 해야겠다.
남편은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여러 가지 장비를 사용해야 해서 큰 서재에서 공부를 하지만, 나는 안방 침대 옆에 휑할 정도로 말끔한 식탁같은 책상을 놓고 쓰고 있다. 깊이 있는 공부나 강의 준비 같은 일은 학교 연구실에서 해야 집중이 잘 되고 필요한 자료도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한다. 집에서는 간단한 이메일 쓰기, 블로그 쓰기, 동영상 보기, 여러가지 공예 놀이 하기 등에만 컴퓨터를 쓰기 때문에 안방 풍경을 망치지 않도록 항상 책상을 말끔히 치우려 노력하고 있다.

2025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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