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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일차 활동을 담은 사진과 졸업식 사진을 모았다. 코난군으로부터 들은 후일담으로, 기숙사 건물 중에 하필이면 코난군이 지냈던 건물이 제일 불편해서 변기가 막히거나 에어컨과 샤워시설이 고장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3주일 동안 너무너무 즐겁고,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사귀어 좋았다고 한다. 전화기가 없는 것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외롭지도 않았고 행복했다고 한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학교 아이들은 각기 60명씩이었지만 독일어 학교는 45명으로 가장 작은 그룹이고 그 중에도 여학생이 30명, 남학생은 15명 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45명의 아이들은 다시 남녀 골고루 섞어서 다섯 명씩 9개의 패밀리로 그룹을 지어주고, 각 패밀리에는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었다. 말 그대로 “패밀리” 이기 때문에 아이들끼리는 형제 자매처럼 지내고 전담 교사는 아빠 또는 엄마라고 불렀다.
코난군의 패밀리에는 세 명의 여학생과 두 명의 남학생이 있었는데, 사진마다 코난군 옆자리에 보이던 그 아이였다. 아래 사진에서는 패밀리끼리 모여서 돼지고기를 망치로 두들겨 돈까스 (독일음식 이름은 슈니첼)를 요리하고 있다.


어느날은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학교 아이들이 축구 시합을 했는데, 시합 전부터 각자 응원 문구를 적은 피켓을 만들고 얼굴이나 몸에 그림을 그리는 등, 마치 유럽의 축구 리그 경기처럼 준비를 했다. 경기를 하는 동안 응원도 각자 자기들의 언어로 했다고 한다. 사교성이 좋은 코난군은 독일어 학교 친구들 말고도 다른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과도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학생 수가 가장 적어서 선수층도 두텁지 못해 독일어 팀은 아쉽게도 졌다고 한다. 그 분풀이로 간식으로 먹을 파이를 모두의 얼굴에 던져서 바르며 놀았다고 한다. 음식으로 장난을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이런 일탈을 언제 해보겠나 하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즐거워한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3주일의 마지막 날인 어제 토요일은 주지사 외국어 학교가 종료하는 날이어서 입학하던 날 처럼 가족들을 초대해서 졸업식 행사를 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는 날이었다.
졸업식 행사에서는 지난 3주일 동안의 활동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아이들이 축하 공연을 했다. 그 다음으로는 축사와 교사들에게 감사장 전달,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 졸업장을 주고 기념 사진을 찍는 순서가 이어졌다.

각 패밀리별로 앉아서 졸업장을 받는데, 일렬로 서있는 교사들과 악수를 하고 가장 마지막에 서있는 패밀리 리더와 디렉터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코난군의 패밀리 맘 루시는 사실 “엄마” 라는 단어가 미안할 정도로 고작 19살 밖에 안되는 대학 신입생이었다. 그것도 바로 우리 동네 버지니아 공대에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더 생길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대다수가 인구가 가장 많은 북버지니아 지역에서 왔는데, 우리 동네에서 네 시간 이상 거리에 있으니 다시 만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손에 넣은 전화기로 꾸준히 연락하게 될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졸업식 시작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을 해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데 어느 일가족이 우리 앞을 지나가는데 코난군의 사진에서 매번 보이던 그 소년과 무척 닮은 소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 저 가족이 바로 그 아이네 가족인가보다” 하고 말하니 둘리양도 동의했다.
졸업식을 마치고도 떠나기가 아쉬운 아이들이 인사를 서로 나누는데, 코난군이 우리에게 카너를 소개했다. 내가 봤던 생김새가 꼭 닮은 사람을 형으로 두고있는 카너는 코난군과 동갑인데 북버지니아에 살고 있고, 독일어 학교에서는 같은 패밀리가 되어서 코난군과 단짝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코난군은 동네 친구들 보다도 독일어 학교 친구들이 훨씬 더 말이 잘 통하고 좋은 아이들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코난군의 생일이 추수감사절 휴일을 끼고 있으니 멀리 사는 친구들을 초대하고 가까운 버지니아 공대에 다니는 패밀리 맘 루시 까지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좋은 생각이다 🙂
2025년 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