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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어제는 완연한 봄날씨로 아주 맑고 따뜻했다. 둘리양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에 아주 좋았다.

친구들 아홉 명을 초대했고, 만두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친구들 중에 내 만두 맛을 이미 잘 아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두를 만드는 김에 다른 메뉴도 모두 한국 음식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잡채, 양념치킨, 유부초밥에 김치도 맛보라고 조금 내놓았더니 모두들 맛있게 잘 먹었다. 다만, 양념치킨 양념에는 고추장이 많이 들어가서 매웠는지 많이 먹지 않았는데 이게 오히려 나에게는 더 잘된 일이었다. 코난군이 양념치킨을 무척 좋아하는데 남은 것이 많아서 실컷 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 중에 견과류 알러지 있는 아이가 있어서 치킨 양념에 견과류를 넣지 않았고, 돼지고기를 안먹는 아이가 있어서 잡채와 만두에는 쇠고기를 넣었다. 또한, 라마단을 지키는 아이가 한 명 있어서 네시에 모두들 도착했지만 지하실에서 놀다가 식사는 6시에 시작을 했다. 라마단은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안먹는 규칙이 있어서이다.
여섯시가 되어 다이닝룸에 음식을 차려내고 모든 음식을 다 차린 후에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배고픈 아이들이 벌써 음식을 왕성하게 먹기 시작해서 사진에 찍힌 음식이 모두 먹다 남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ㅎㅎㅎ

식사를 마친 다음 케익에 촛불을 켰다. 마트에서 만들어 파는 케익이 모양도 예쁘고 값도 좋아서 사왔고 초는 불을 켜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노래가 나오는 신기한 것을 꽂았다.



이제 열 네살이 된 둘리양은 이번 여름이 지나면 고등학생이 된다. 지금 친구들 모두 같은 고등학교로 그대로 올라간다. 마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씩만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친하게 잘 지내는 친구들이 고마워서, 그리고 고작 아홉 명 밖에 안되는 숫자라서 간단하지만 멋있는 답례품을 준비했다. 미국 생일 파티에서 손님들은 생일 선물을 가져오고, 그 답례로 작은 간식이나 장난감 같은 것을 담은 구디백을 주는 것이 관행이다.

파티 장식품을 사기 위해 들렀던 가게에서 무지 파우치를 한 개에 99센트 가격으로 팔고 있었는데 거기에 크리컷으로 손님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새겨주기로 했다. 둘리양의 민족 배경이 한국인임을 기억할 수 있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인데다 필통이나 소지품 가방으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답례품이다. 파우치 안에는 한국 과자 세 가지를 넣어주었다. 케익을 먹는 동안 출석 부르듯이 파우치에 써있는 이름을 읽어주며 전달하니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했다.

오늘 아침 둘리양에게 물어보니 파티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지만, 끄덕이는 각도를 볼 때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ㅎㅎㅎ). 나도 준비하고 대접하는 동안 즐거웠다. 서른 여섯 명에 비하면 아주 단촐하고 오붓한 파티여서 더 여유롭고 좋았던 것 같다.
2026년 3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