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의 열 네 살 생일 파티

둘리양의 열 네 살 생일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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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어제는 완연한 봄날씨로 아주 맑고 따뜻했다. 둘리양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에 아주 좋았다.

손님들이 쉽게 찾으라고 문 밖에 장식을 했다

친구들 아홉 명을 초대했고, 만두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친구들 중에 내 만두 맛을 이미 잘 아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두를 만드는 김에 다른 메뉴도 모두 한국 음식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손님 아홉 명에 주인공까지 모두 열 명

잡채, 양념치킨, 유부초밥에 김치도 맛보라고 조금 내놓았더니 모두들 맛있게 잘 먹었다. 다만, 양념치킨 양념에는 고추장이 많이 들어가서 매웠는지 많이 먹지 않았는데 이게 오히려 나에게는 더 잘된 일이었다. 코난군이 양념치킨을 무척 좋아하는데 남은 것이 많아서 실컷 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주가 반겼던 만두
너무 매웠는지 많이 남겼던 양념 치킨
사진을 찍기 전에 벌써 이렇게 많이 퍼간 잡채
만두로 착각했던 유부초밥
맛보기로 조금 내놓았던 김치
여러 가지 과일을 섞어 담은 프룻샐러드

손님 중에 견과류 알러지 있는 아이가 있어서 치킨 양념에 견과류를 넣지 않았고, 돼지고기를 안먹는 아이가 있어서 잡채와 만두에는 쇠고기를 넣었다. 또한, 라마단을 지키는 아이가 한 명 있어서 네시에 모두들 도착했지만 지하실에서 놀다가 식사는 6시에 시작을 했다. 라마단은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안먹는 규칙이 있어서이다.
여섯시가 되어 다이닝룸에 음식을 차려내고 모든 음식을 다 차린 후에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배고픈 아이들이 벌써 음식을 왕성하게 먹기 시작해서 사진에 찍힌 음식이 모두 먹다 남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ㅎㅎㅎ

마트에서 산 케익

식사를 마친 다음 케익에 촛불을 켰다. 마트에서 만들어 파는 케익이 모양도 예쁘고 값도 좋아서 사왔고 초는 불을 켜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노래가 나오는 신기한 것을 꽂았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친구들
행복해 보이는 둘리양
촛불 끄는 둘리양

이제 열 네살이 된 둘리양은 이번 여름이 지나면 고등학생이 된다. 지금 친구들 모두 같은 고등학교로 그대로 올라간다. 마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씩만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친하게 잘 지내는 친구들이 고마워서, 그리고 고작 아홉 명 밖에 안되는 숫자라서 간단하지만 멋있는 답례품을 준비했다. 미국 생일 파티에서 손님들은 생일 선물을 가져오고, 그 답례로 작은 간식이나 장난감 같은 것을 담은 구디백을 주는 것이 관행이다.

파티에 참석해준 답례로 주는 구디백

파티 장식품을 사기 위해 들렀던 가게에서 무지 파우치를 한 개에 99센트 가격으로 팔고 있었는데 거기에 크리컷으로 손님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새겨주기로 했다. 둘리양의 민족 배경이 한국인임을 기억할 수 있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인데다 필통이나 소지품 가방으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답례품이다. 파우치 안에는 한국 과자 세 가지를 넣어주었다. 케익을 먹는 동안 출석 부르듯이 파우치에 써있는 이름을 읽어주며 전달하니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했다.

아이들 이름을 한글로 써넣고 안에는 한국 과자를 세 개 넣었다

오늘 아침 둘리양에게 물어보니 파티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지만, 끄덕이는 각도를 볼 때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ㅎㅎㅎ). 나도 준비하고 대접하는 동안 즐거웠다. 서른 여섯 명에 비하면 아주 단촐하고 오붓한 파티여서 더 여유롭고 좋았던 것 같다.

2026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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