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날라 온 답변

10년 만에 날라 온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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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아이들 사이에서 루빅스 큐브를 푸는 것이 유행이었다. 나도 국민학교 5학년 시절에 같은 큐브를 가지고 놀았던(풀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코난군도 풀고 싶어 해서 당장 큐브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문득, 세월이 흐른 만큼 다른 형태의 퍼즐도 나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검색해 보니, 정사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퍼즐도 있었다. 그래서 이 퍼즐들을 모두 구입했다. 정이십면체 퍼즐만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다양한 모양의 퍼즐들

볼록한 정다면체는 모두 다섯 개밖에 없다.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가 바로 그것이다. 수학적으로도 이 다섯 개 외에는 없다는 사실이 이미 유클리드에 의해 증명되었다고 한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이 다섯 정다면체를 다섯 가지 원소의 개념과 연결했다. 정사면체는 ‘불’, 정육면체는 ‘흙’, 정이십면체는 ‘물’, 정팔면체는 ‘공기’, 정십이면체는 ‘우주 만물’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이 다섯 다면체를 ‘플라톤의 입체(플라톤 입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성 운동의 법칙으로 유명한 케플러는 이 입체들을 이용해 행성 궤도의 크기를 설명하려고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입체들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이 나중에 기하학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퍼즐들을 구입했다.

정십이면체. 이 입체의 부피을 구하려 함.

10년 전이면 코난 군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을 때였다. 정십이면체 퍼즐을 들고 태권도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이 입체들의 부피를 계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정사면체의 부피는 중학교 수학 시간에 계산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정육면체와 정팔면체의 부피는 의외로 쉽게 계산할 수 있었지만, 정십이면체의 부피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떠올랐다. 정십이면체의 각 면은 정오각형이고, 정십이면체는 정오각뿔 12개를 모아 만든 입체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정오각뿔의 부피를 구하면 되는데, 막상 계산을 시작하니 정오각뿔의 높이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다음 페이지를 찾았다.

https://mathworld.wolfram.com/RegularDodecahedron.html

Wolfram은 한때 수학 계산 소프트웨어인 Mathematica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 페이지에는 정십이면체를 이루는 정오각뿔의 높이를 구하는 과정이 중간중간 생략된 채 설명되어 있었다. 여느 수학책처럼 자세한 계산 과정 대신 중간 결과만 나열되어 있었기에, 나는 모든 과정을 직접 따라가 보았다.

그런데 이 웹페이지에서 두 군데의 오류를 발견했다. 최종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므로, 수학적 결과 자체의 오류라기보다는 손으로 계산한 내용을 수학을 잘 모르는 웹 디지이너가 웹페이지에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래도 나는 이 실수를 바로잡고 싶었다. 혹시 나처럼 계산 과정을 따라가다가 혼란을 겪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웹사이트에는 오류나 오타를 제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두 가지 오타를 지적하는 내용을 오류 게시판에 등록했다. 아마 2016년 가을쯤이었을 것이다. 답장은 오지 않았고 웹페이지도 수정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나 다시 게시판에 등록했다. 이번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2018년 10월에는 어떻게든 이 오류를 바로잡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급기야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사무직 직원인 듯했는데, 자신이 반드시 윗선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열흘쯤 뒤 다시 이메일을 보냈더니, 아직 답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꼭 알려 주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런데 2주쯤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다시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때부터는 완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 과정에서 웹사이트에도 오류 수정을 요청하는 글을 세 번 넘게 남겼다.

결국 나는 이 회사에는 이 계산을 확인할 사람이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래도 가끔 웹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면 그 오류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지난 금요일, 2026년 10월 9일, Eric Weisstein(에릭 바이슈타인)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그가 보낸 이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Hi Yangsoo,

I am working through older MathWorld feedback. In your October 24, 2018 report about Regular Dodecahedron, you wrote:

> In Eq. (5) 125 must be 25. And in Eq. (9), r^2 must be R’^2.

Both corrections are right. I have corrected the sagitta formula and the squared-radius term. Thank you for reporting these errors, and I’m sorry your repeated reports went unanswered for so long.

The changes will appear in the next MathWorld update.

Best,
Eric

구글 번역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저는 과거에 접수된 MathWorld 피드백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십이면체(Regular Dodecahedron)에 관해 2018년 10월 24일에 보내 주신 제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식 (5)에서 125는 25여야 합니다. 그리고 식 (9)에서 (r^2)은 (R’^2)이어야 합니다.

두 가지 수정 사항 모두 맞습니다. 시상(sagitta) 공식과 반지름 제곱 항을 수정했습니다. 오류를 제보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여러 차례 보내 주신 제보에 오랫동안 답변을 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수정 사항은 다음 MathWorld 업데이트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ric”

아래는 Mathworld 페이지의 오류

잘못된 식 (5) 와 (9)

그리고, 나의 계산 과정

Eric Weisstein은 수학 백과사전인 MathWorld를 만들고 발전시킨 인물이다. 계산 과정을 직접 확인해 주고, 내가 제보한 수정 사항이 맞았다는 답변을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받게 되어 무척 기뻤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오류는 바로잡혔다. 수학에 대한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끝까지 확인하고 제보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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