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라 만드는 중, 나라 만들기는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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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창작과 비평> 편집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들어 온 말이 ‘이게 나라냐’라는 개탄이었다. 나는 그 말이 절반의 진실은 된다고 생각한다.

6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나라 잃은 민족이었다. 그러다가 일제가 물러가면서 세운 것은 반쪽 나라였다. 한반도 주민 절대다수의 반대 속에 강요된 분단은 전쟁의 참화마저 불러왔고, 반조각 나라는 온갖 탄압과 부패로 얼룩졌다. 1987년 6월 이후에야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차츰 분단의 평화적 극복도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분단체제가 흔들리는 만큼의 혼란이 뒤따랐으며, 남북으로 쪼개진 나라가 다시 영남, 호남, 충청 등으로 찢기는 현상도 벌어졌다.

이 판에 더 큰 변화를 요구하는 물결을 타고 ‘준비 안 된 대통령’이 들어서서 겁없이 떠들어댔으니 실제로 나라 꼴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이게 나라냐’는 힐난이 나옴직도 했다.

대통령이 망쳐놨다는 나라는 어떤 나라였나

문제는 대통령이 망쳐놨다는 나라가 원래 어떤 나라였으며 거기서 각자 어떻게 살아 왔느냐는 것이다. 나라를 잃었던 시절, 독재와 부정부패의 반쪽 나라가 기세등등하던 시절, 그 반쪽이 다시 지역구도로 사분오열되던 시절에 분연히 일어서서 ‘이게 나라냐’고 외쳐본 사람들이 대통령을 탄핵해서라도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인가 오히려 그때야말로 온전한 나라인 것처럼 고분고분하게 살거나 심지어 떵떵거리던 사람들이 지금 더 설치는 것은 아닌가

국민한테서 진작에 외면당한 16대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가결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직은 온전한 나라가 못 됨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해주었다. 하지만 다수 국민들의 즉각적이고 열정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한 반응은 나라 만들기가 그간 제법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30퍼센트 또는 그 이하이던 상황에서 탄핵에 관해서는 70퍼센트 이상의 반대를 나타내게 된 것 또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을 입증한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문제임을 국민은 알고 있는 것이다.

3야 ‘합법적’으로 해치울수 있는 일 아직 많아

불안과 혼란의 위험은 다른 데 있다. 국회의 행위가 합헌적이고 합법적이었으니 국민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4월15일이 되거든 표나 찍으라고 다그치는 야당 정치인들이야말로 국민을 분노케 할뿐더러 불안하게 만든다. ‘비록 합헌-합법이었지만 정말 잘못했습니다’라고 사죄한다면 모를까, 아직 남은 16대 국회 임기 중에 세 야당이 손잡고 ‘합법적으로’ 해치울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다. 선거법도 멋대로 뜯어고칠 수 있고, 고위공직자들의 탄핵이나 해임건의를 의결할 수 있고, 집시법을 또한번 개악해서 대대적인 충돌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혼란이 와서는 안 되겠다고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스스로 비폭력적일 뿐 아니라 함께 나선 사람들도 평화적일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유모차에 아기까지 태워 오는 젊은 부모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일이 가능한, 오랜 피투성이 싸움 끝에 가능해진, 이 나라가 그런대로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오늘의 진통과 축제가 두루 온전한 나라 만들기의 큰공부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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