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캠브리지 에는 킹스 컬리지 라는 이름의 학교가 있습니다.
유럽의 교육제도라든지 학교 정보에 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꽤나 유명한 소위 ‘명문’ 대학이라고 들었습니다.
1968년 어느날, 킹스 컬리지 학생들이 아카펠라 그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킹스 싱어즈라고 지었다지요.
어제 갔던 음악회가 바로 킹스 싱어즈의 공연이었습니다.
남자 여섯 명이 아무 반주없이 오직 목소리로만 부르는 노래는, 꾸밈없고 소박하면서도 오히려 인간의 목소리의 아름다움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습니다.
여성 소프라노 보다도 더 높은 음역을 노래하는 카운터 테너 두 명 (David Hurley & Robin Tyson), 테너 한 명 (Paul Phoenix), 바리톤 두 명 (Philip Lawson & Chris Gabbitas), 그리고 마치 더블 베이스가 스으윽~ 활로 긁히는 듯 낮은 소리를 내는 베이스 한 명 (Sthephen Connolly), 그렇게 여섯 명이 멤버인데, 아마도 1968년 창단 멤버는 아닌 듯 싶은 30-40대 정도로 보였습니다.
원래 그들의 레퍼토리라 할 수 있는 영국 전통 민요 몇 곡을 먼저 불렀는데, 각 곡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그 곡의 기원이라든지, 가사의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영국 민요들은 영화 로빈훗 이라든지, 반지의 제왕 중에 호빗들의 마을 잔치 장면에 배경으로 흘러나올 법한, 흥겨운 가락과 분위기였습니다. “음~ 뚜비뚭둡~~” 라든지 “팔랄랄라~~” 같은 여흥구(?)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까딱 하며 박자를 맞추게 했습니다.
원래 전래 민요라고 하는 것이, 작곡자와 작사자가 미상인 경우가 많고, 가사도 그네들의 일상을 담은 소박한 것인데, 유달리 “팔랄랄라~~” 하는 부분이 많은 이유는, 소리내어 말하기 껄끄러운 내용의 가사를 그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팔랄랄라~~ 팔랄랄라~~” 이렇게 부르는 것과 같은데, “팔랄랄라” 속의 숨은 뜻은 듣는 사람 마음대로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해석이 가능하지요. “It’s a kind of sensorship (검열)” 이라는 설명에 청중들 모두가 배를 잡고 웃었답니다.
약간은 졸리려고 하는 브람스의 곡을 부른 다음에는 남아프리카 작곡가 Stanley Glasser가 작곡한 (혹은 채보한) 아프리카 전통 음악을 불렀습니다. 발을 쾅쾅 구르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하면서 용맹스런 전사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아프리칸 스타일의 “갑돌이와 갑순이”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노래들의 분위기는 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언 킹”에 나오는 “아윔아웹 아윔아웹 어쩌구 어쩌구 정글 어쩌구 투나잇~~” 하는 그 노래와 흡사했습니다 (그 노래 제목을 몰라서 저렇게 구차하게밖에 쓸 수가 없군요…쩝)
인터미션 후에는 또 좀 졸리려고 하는 미국인 작곡가가 킹스 싱어즈를 위해 작곡한 노래 몇 곡을 부르고, 그 다음엔 비틀즈의 노래 등 우리 귀에 친숙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매 곡을 시작하기 전에 바리톤 아저씨 한 분이 하모니카를 아주 낮게 불어서 첫 음을 잡아주는 것 이외엔 오직 목소리만 들리는데, 사람의 목소리는 관악기의 소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기야, 성대를 통해 공기가 진동되어 전달되니, 관악기의 소리내기 메커니즘과 같은 원리이긴 하죠.
음악회가 끝나고 홀에서 판매하는 씨디를 사서 여섯 명 모두에게 싸인을 받았는데, 여섯 명의 아저씨들이 각기 다른 색깔 펜으로 싸인을 해주길래,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지 말라고 그러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색깔이 멤버 고유의 색인지 입고있는 검은 양복 깃에 같은 색의 색실로 버튼홀 스티치가 되어있더군요.
암튼간에 은색 씨디 위에 각기 다른 필체로 빨강, 초록, 파랑, 자주, 주황, 갈색의 싸인을 받았더니 보기에도 근사합니다. 같이 갔던 친구는 다른 종류의 씨디를 샀는데 서로 복사해서 나눠 가지기로 했습니다.
아카펠라로 부르는 비틀즈… 신선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