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부로 박사가 된 보영입니다.
금요일 아침 여덟시 부터 열시까지 논문 발표와 심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표 전날인 목요일 밤에 미리 회의실에 가서 책상과 의자를 정리해 두고, 컴퓨터와 프로젝터를 점검하고, 유인물을 복사해서 선생님 자리마다 준비해 두고, 또 간단한 다과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물리적인 준비는 끝났지만 제 마음은 아직도 너무나 떨리고 긴장되어서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결전의 날은 밝았고…
논문심사위원 모두가 모이자, 저를 잠시 회의실 밖으로 나가게 한 다음 뭔가를 의논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누가 어떤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할지 정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발표가 시작되었죠. 발표 중간 중간에 질문들을 하셨는데, 어떤 것은 제가 관련된 지식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테스트 하는 것이었고, 또 어떤 것은 연구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재정리하도록 조언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발표를 하는 저 대신에 지도교수님께서 그 모든 조언을 받아 적어서 이 다음 수정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해주셨습니다.
발표가 다 끝나자 모든 선생님들께서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만…
(제 연구가 유아교육 분야에 큰 공헌을 했다든지, 그래프를 이용해서 연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했다든지, 문헌 연구가 특히 잘 되었다든지 하는 칭찬이었지요) 칭찬과 평가는 별개인 미국 대학원 생활을 몇 년 하다보니, 과연 이 논문이 오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나가있으라고 하고 심사위원 선생님들은 제 논문의 평가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참 있다 다시 열린 문… 지도 교수님이 나오셔서 저를 꼭 안아 주시면서 “축하해, 우리는 너를 박사로 인정했어, 그리고 오늘 너 참 잘했어” 라고 하셨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축하할 일이 있거나 반갑게 만난 사람들과 자주 껴안는 인사를 합니다만, 그 날 우리 선생님은 그 어느때 보다도 더 오랫동안 더 꼬옥 저를 안아주시면서 등을 토닥여 주셨습니다.
가지고 갔던 카메라로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제 박사 학위 승인 허가서에 싸인을 마쳤습니다. 학과 비서는 어느틈에 “축, 박보영 박사 탄생” 이라고 쓴 (물론 영어로 ^__^) 현수막을 학과 사무실 앞에 붙여주었습니다.
이제 선생님들께서 지적해 주신 부분을 수정해서 대학원 본부에 제출하고 졸업식장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졸업식장에서는 지도교수님과 함께 단상에 올라가 총장님으로부터 학위증을 받고, 지도교수님께서 제게 후드를 씌워주실 것입니다. 그 모습을 우리 엄마와 남편이 지켜봐 주시겠지요.
다섯 살때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삼십 년째 학생으로서 혹은 선생으로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교수로서 또 삼십 여 년 정도를 학교에 다니게 되겠지요. 제 박사학위 수여식은 아마도 학교에서 보내온 제 인생의 절반을 축하하고 나머지 절반을 격려하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제게 변함없는 응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