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그룹에 잠시 여름방학 동안 일하고 있는 로라(Laura)라는 학부생이 있다. 고등학교 4년 (졸업반) 부터 3년째 여름방학 동안에 이곳에서 일하며 배우고 있는 꽤 똑똑하고 드물게 성실한 여학생이다. 로라의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사는 곳이 비슷해서 며칠 동안 출,퇴근 때 차를 태워줬다. 내가 한국 음악의 CD를 크게 틀고 있다가 소리를 낮추면서 미안하다고 하자, 괜찮다면서 음악은 들은 적이 없지만 영화는 몇 편을 봤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들어서 한국 영화의 열열한 팬이 되어 버린 나는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어떤 영화를 보았냐고. 로라는 주유소 습격 사건 (Attack the gas station) 과 장화 홍련 (A tale of two sisters) 를 보았다고 했다. 나도 몰래 약간 흥분이 되어서 장화 홍련에 대해서 꽤 자세히, 네가 보기엔 그 집에 귀신이 있냐는 둥, 계모는 죽었을까 등등 이야기 나눴다. 내려주는 길에 내가 내일 몇가지 괜찮은 리스트를 뽑아 주겠다고 했다. 집에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많은 사이트들이 한국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음을 발견했고, 내심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약 20편 정도 아마존 닷 컴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들로 리스트를 뽑아 줬다. 건내 주면서, 한국 문화의 전파자(?)로 기쁘게 생각한다니 막 웃었다. 사실, 난 좀 부끄럽다. 한푼 안내고 그 많은 영화를 보아 왔다는 사실이. 내가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도 실제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이. 나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에 반하고 있다는 자신이. 이 참에 한국 영화 몇 편을 아마존에서 좀 구입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아는 미국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관심이 있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항상 자막이 문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