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를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못하면 산후풍에 걸려 남은 일생 동안 손발이 저리거나, 손목이 시큰거리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붓기가 그대로 살로 정착되어 비만이 되는 등, 무시무시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최소한 삼칠일 (3*7=21일), 길게는 백일이 넘도록 몸조심을 하며 산후조리를 잘 해야 한다고도 한다.
산후풍이라는 질환은 내가 아직 경험한 적이 없으므로, 그 폐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나, 기본적으로 산후 조리를 얼마간 해야한다는 데에는 나도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다.
어렸을 적, 해마다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이면 꼭 지독한 감기에 걸려 학교도 못가고 안방 아랫목에 누워서 열이 나곤 했던 그 경험을 돌이켜보면, 사소한 감기 투병만 하고나도 기력이 쇠진하여 온몸의 기운이 하나도 없고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에 며칠 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꽤 많은 피를 흘리고, 골반뼈가 억지로 벌어지고, 등등의 고생을 하는 출산 과정 이후에 회복 기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제대로 하는 산후조리” 의 정의와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환갑의 나이가 무색하게 젊게,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맹목을 비웃으며 사시는 우리 엄마 조차도, 산후조리는 반드시 잘 해야 한다시며 지금부터 내게 당부를 하신다. 그런 엄마 기준의 산후조리란 어떤 것일까?
내가 지켜보고 추론한 바로는, 무리한 집안일을 피하고, 많이 자고, 잘 먹고, 푹 쉬는 정도이지 싶다. 그리고 그건 내가 생각하는 범위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들여다본 다른 많은 사람들 – 특히나 내 또래 혹은 더 젊은 아줌마들 – 의 기준은 그보다 훨씬 더 높기만 하다.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가 미역국부터 시작해서 가물치, 호박, 그 외의 온갖 보양식을 차려다 바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기의 목욕이나 기저귀를 가는 일은 절대 산모의 일이 되어선 안된다고 한다. 무거운 아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 손목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출산후 일주일 가량은 샤워는 커녕, 머리도 감아선 안되고 심지어 이도 닦지 말라고 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상관없이…
그 밖에도 냉장고 문을 열지 말라는 둥, 백일이 될 때까지는 장거리 여행을 하지 말라는 둥, 도무지 나로서는 실행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그 철칙을 지키지 않으면 일평생 고생할 거라고 겁을 준다.
나는, 설령 내가 산후풍에 걸려 온몸이 다 망가지는 고생을 할 때 하더라도, 현재 내 형편에 맞는 조리를 할 계획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산후풍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으며, 이삼주일만 쉬고나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충분하리라 자신하고 있다.)
블랙스버그의 겨울은 춥고 어둡다. 그걸 모르고 이사를 도와주러 오셨던 우리 엄마는 된통 고생을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유람삼아 하는 나들이도 아니고, 고되다는 산바라지를 하러 스무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시기에는 적절한 계절이 아니다. 우리 엄마보다 더 연세가 많으시고, 허리가 많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엘에이나 뉴욕에서 (심지어는 한국으로부터) 출장 산후조리사를 모셔다가 왕복 항공권 더하기 월급 삼천 불을 지불해가며 호사를 누릴 형편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시킬 일도 없다. 산후조리사가 내 대신 모유수유를 해줄 수도 없고, 청소나 빨래같은 집안일은 “원래” 안해주거나, 추가 비용을 더 내야만 해준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든든한 남편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 뿐이 아니다. 눈치빠르기가 이미 뱃속에서부터 보통이 넘는 우리 아기는 용케도 엄마 아빠의 겨울 방학 기간에 태어나도록 생겨났다.
아이를 낳고 일주일 정도는 화장실 가는 일 말고는 자리에 누워 쉴 것이고, 남편이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을 것이다. 미역국은 가장 끓이기 쉬운 국 종류의 하나이고 (오래 끓일수록 미역이 부드러워지고 국물이 잘 우러나오니, 그저 푸욱 끓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미역국을 아주 좋아한다.
아기 목욕이며 기저귀 갈기는 어차피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니, 힘쓰는 일은 남편이 하고 나는 보조하면서 함께 실습을 하리라.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세탁기 작동은 늘 그래왔듯이 남편이 전담할 것이다. 내가 담당하던 집안 청소는 당분간 휴업하면 될 것이고, 설겆이며 자기 식사 준비쯤이야, 아들얻은 기쁨이 충만한 남편이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고나면, 남편과 나는 새학기 강의준비를 하고, 태어난 아이는 가까운 어린이집에 적응할 준비를 하겠지…
생각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사람들은 왜 난리법석을 떨면서 주변사람들까지 고생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Another good news!!
오늘 있었던 래드포드 대학교 convocation (시무식 정도가 되려나?) 에서 총장님이 발표하시길,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의 학기가 일주일 길었던 것을 한 주일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즉, 15주였던 학기가 14주로 줄어들고, 그래서 다음 학기 개강이 일주일 늦어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겨울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아이를 낳고 꼬박 4주간을 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니…
아이가 예정일에 맞춰서 나오기만 하면 그야말로 퍼펙트 타이밍!! 아싸~~
사람의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우~~ㅋㅋㅋ
아기는 예정일에 맞춰 나올 수 있길 기도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