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수인 섀런이 돌아오는 여름 학기에 이탤리 방문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 혼자 이탤리에 가서 현지 답사와 일정 계획을 마쳤고, 이제 남은 일은 십 여 명의 학생을 모집해서 떠나기만 하면 되는 단계이다.
그러나, 이제 막 스무살이 된 학생 십 여 명을 혼자 3주 동안 통솔해서 가르치고, 단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게다가 이탤리어로 겨우 인사나 하고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이나 할 수 있는 수준에다, 학생들은 그나마도 못해서 통역관을 데리고 현지 학교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아무래도 교수진 한 명이 더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더러 함께 가자고 제안을 했고, 나는 나대로, 이탤리 방문 프로그램을 따라 갔다온 후, 그 경험을 토대로 한국 방문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한 여행 경비만 나온다면 함께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섀런이 알려주기를…
금요일 오후 5시에 외국 방문 프로그램을 새로이 계획하는 교수를 위한 웍샵이 있는데, 거기를 같이 가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학기 내 시간표는 목요일에 하루종일 저녁 늦게까지 강의가 있고, 금요일 아침 강의, 낮에는 각종 회의가 잡혀 있어서 금요일 늦은 오후이면 몸도 정신도 지쳐버리게 되는데, 오후 다섯 시에 웍샵이라니… 정말 참석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간곡히 청하는 섀런의 정성을 무시할 수도 없고, 간단한 다과도 준다고 하니, 허기나 달래고 퇴근하자는 심산으로 그런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해가 짧아져서 벌써 어둑해진 하늘…
정말 정말 집에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섀런과 함께 웍샵이 있다는 건너편 건물로 갔다.
그랬더니…
3학년 부터 대학원 과정까지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 30 여 명이 회의실 하나를 빌려서 풍선과 꽃과 온갖 장식을 다 해놓고 베이베 샤워 파티를 마련해 두고선, 섀런을 시켜 나를 유인한 것이었다.
다른 동료교수 바바라와 케티도 시치미를 뚝 떼고 있더니, “놀랐지?” 하며 참석했고…
학생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고, 선물을 뜯어보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들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쉬고싶은 금요일 오후 시간을 나를 위해 비워두고, 어려운 형편에 선물까지 마련해서 태어날 아이를 축하해주니,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사와 감동이 일었다.
파티가 끝나고 바리바리 수 십 개가 되는 선물 보따리를 주차장까지 들어다주고, 한 명 한 명 허그하며 인사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기집애들…
말 안듣고 속썩일 땐 밉기도 하지만…
이렇게 감동을 시키기도 하니…
내,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더욱 너희들을 갈궈주고, 또 예뻐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