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는?
-밀가루는 봉투에 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는다
봉투와 봉다리의 차이는?
-봉투는 침으로 붙이고 봉다리는 춤으로 붙인다
침과 춤의 차이는?
-침은 혀 밑에서 나오고 춤은 쌧바닥 밑에서 나온다
이하 생략…
월마트 봉다리는 참으로 유용하다.
쓰레기통에 걸쳐놓고, 쓰레기가 모인 후에 들어올려서 버리면 쓰레기통을 씻지 않아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도시락 통을 담아갈 수도 있고, 이웃에게 얻어먹은 빈 그릇을 담아 돌려줄 수도 있다.
자주 신지 않는 구두에 먼지가 앉지 않도록 싸둘 수도 있고, 뒷마당 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나 고추 상추를 운반할 때도 아주 편리하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한 달 전에 한국에서 선편으로 부친 아기 이불과 기저귀가 도착해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배멀미로 시달린 종이 상자는 직육면체의 형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안쓰러울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으나, 비닐 봉지로 꽁꽁 싼 내용물들은 더러워지지도, 형체가 일그러지지도 않은 채로, 고스란히 잘 들어있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자니… 어디선가 많이 보던… 바로 월마트 봉다리가 아닌가!
한국에도 월마트가 있지만, 한글로 “월마트”라고 써있지 않고 오로지 순백의 비닐에 꺼먼 글씨로 “Wal-Mart” 라고 써있는 폼이며, 아주 친숙한 싸이즈며… 이건 틀림없이 우리 동네 월마트 출신의 봉다리인 것이다.
그러고보니, 봉다리 손잡이를 묶기 위해 사용한 리본 끈 (끈가리라고도 하는 🙂 역시 매우 낯이 익은 놈으로서, 재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달러샵에서 다섯 뭉치 일 불 주고 사서 아직도 쓰고 있는 바로 그 놈이었다.
아! 알뜰하고 살뜰하신 우리 엄마!!
아마도 그 봉다리와 끈가리는 엄마의 귀국길에 덩달아 한국으로 따라간 것일텐데, 그걸 그냥 둘둘 말아 버리지 않고 이 년 가까이 갖고 계시다가, 첫 외손주 기저귀감 보내실 때 도로 돌려 보내시는 대단한 내공…
나도 그 신공을 본받아,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내게로 온 월마트 봉다리 네 개를 공부방 쓰레기통에 곱게 걸쳐두었다. 일 주일에 한 개씩, 한 달치 쓰레기 받이를 한 후에 너를 버려주마…
내용물보다 포장지에 더 감동받은 가을날 저녁에…
아 네… 같은 경상도라도 남부와 북부가 다른 언어를 쓰기도 하지요…
저는 아버님이 경북, 어머님이 경남 분이시라 바이링구얼입니다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