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온지 이 주일 된 영민이는 이제 Nipple Sheild나 Tube의 도움 없이도 곧잘 젖을 먹는다. 먹고 자는 시간 이외에 깨어있는 시간도 제법 길어서, 그 큰 눈을 굴리며 엄마 아빠를 쳐다보거나, 아직은 배넷짓에 불과하지만 백만 불 짜리 미소를 날리기도 한다. 또다른 특기라면, 기저귀를 갈자마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응가, 혹은 기저귀를 열자마자 내뿜는 분수놀이 등등이 있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영민이를 먹이고, 갈아주고, 쳐다보고 하는 동안에 후딱 지나가버리고 만다.
그러나…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더니, 어느새 학기말이 되어서 성적 처리라든지, 페이퍼 마무리라든지, 하는 며칠 내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는 시즌이 돌아왔다.
마지막 2주 동안의 강의와 학생 발표, 시험 등은 바바라 선생님께 “단디” 부탁해 두었으나, 깜빡깜빡 잘 하시는 바바라 선생님은 마침내 어제 강의 하나를 잊어버리고 안들어가는 사고를 치셨고, 최종 채점과 성적 제출을 기다리는 시험과 숙제가 이미 내 연구실 문 앞에 쌓여있기도 해서, 조만간 학교엘 나가야만 한다.
두 세 시간마다 깨서 젖을 달라는 영민이를 집에 두고 갈 수는 없고, 학교에 데리고 가자니 그 또한 보통 일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애기라면 호들갑을 심하게 떠는 미국인 – 그것도 아줌마들이 – 수 십 명 있는 연구실에 영민이를 데리고 갔다가는, 일은 하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둘러싸여 오만 대화에 응대해 주어야 하고, 영민이는 그들의 손에 수 십번 안겼다 내려졌다를 반복해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펌프로 젖을 짜놓고, 내일 강의가 없는 남편에게 영민이를 맡긴 다음, 새벽같이 학교에 가서 연구실 문을 잠궈놓고 후다닥 몇 시간 동안 일을 마무리 하고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사실, 모유를 먹이는 것만 아니면 오늘 밤에라도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학교에 다녀올 수 있을텐데, 가슴에 채운 이 족쇄 때문에 꼼짝없이 갇혀 있자니 이럴 땐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으론 모유수유가 아기의 건강이나, 우리 가족의 경제사정에 큰 도움이 될테니, 내가 참아야지…
암튼 대단한 엄마가 되었구나..예정보다 좀 일찍 태어난거지??
아기를 기르는 엄마에게 요구되는 슈퍼우먼!! 거부하려해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그리고 그렇게 정말 슈퍼우먼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슈퍼맨과 잘 상의해가며 마음나눠가며, 즐거운 양육일기가 쓰여지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