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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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읽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러나 요즘 내 마음에 계속해서 메아리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생후 7주가 된 영민이…
그 사이 젖살이 토실토실 오르고, 키도 크고, 예전의 갓난쟁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영락없는 떡애기가 되었다.

한 달 전에 찍은 사진엔 볼살이 없어서 눈이 더 커보이고 콧대도 더 오똑했건만…
그렇다고 잘 먹고 쑥쑥 자라야 하는 영민이가 성장을 멈추길 바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일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의 토실토실 몽실몽실한 모습도 조만간 사라지고 또다른 얼굴과 또다른 모습의 영민이가 될 것이다.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앞으로 1년만 지나도 이렇게 한 품에 포옥 안기는 싸이즈가 훨씬 넘어버릴 것이고, 5년 쯤 후에는 엄마 젖을 보며 반색은 커녕 질색을 하며 뒷걸음질 칠 것이 뻔한 일이다. 하물며 10년, 20년 이후의 일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동료 교수 엘런이 내게 해준 충고가 생각난다.

“절대로 눈을 감지마.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이 작은 애기가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있을 거야. 우리 딸이 저만한 때가 정말로 잠시 잠깐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젯밤에 내가 뭘 했는지 아니? 그 아이 대학 원서 쓰는 걸 도와주었단다.”

아직 위장이 작고, 소화가 잘 되는 모유를 좋아하는 영민이는 하룻밤에 두 번 내지 세 번을 깨어서 젖을 찾는다. 어떤 날은 젖을 먹고나서 잠이 완전히 깨어버려서 두 시간을 안자고 안아달라고 칭얼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곧 지나가버릴 것이니…

지금 현재의 삶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먹이고 싶어도 영민이는 모유를 졸업할 것이고, 밤새 안아주고 싶어도 싫다고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 영민이의 모습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콧등이 시큰해지려고 하네…)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모두가 지나가고 흘러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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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이런 훌륭한 묵상을 하실정도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네가 자랑스러워~~
오묘하신 손길로 만들어진 작고 놀라운생명체를 보며 현재에 감사하고 미래를 기대하자..

파파게나

성진아, 꾸준히 우리 홈페이지를 찾아주니 정말 고맙다!

뭐, “묵상” 이라고 까지 거하게 이름붙이긴 민망하고… 애기 키우느라 힘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취지에서 끄적여본 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