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할아버지 노무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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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신 부모님을 봉양하느라 바쁜 와중에, 만우절 거짓말 보다도 더 믿어지지 않는 뉴스를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것.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무슨 재미로 사나… 하다가 국민 드라마라고 했던 경선과 대선 기간 동안에 노무현 지지하는 재미로 단조롭던 유학생활에 활력을 더해주었던 그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시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듣자니, 수백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조문하고, 국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허나, 홀로 마을 뒷산 바위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의 그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이야 어찌 달래줄 수 있으랴 싶다.

노무현, 그가 겪었던 그 어떤 몸과 마음 고생 보다도, 개인적으로 내게 마음아프게 와닿는 것은 남겨진 그의 가족들이다.

남편 모르게 돈을 받았다, 금딱지 시계를 받았다, 이런 저런 소문에 괴로웠을 그 부인과, 뇌물을 받아서 자녀 유학 비용에 보탰다, 미국에 호화저택을 샀다는 억울한 누명의 희생자인 아들과 딸…

그리고, 내 마음을 가장 아리게 만들었던 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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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이 외할아버지, 즉 내 아버지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영민이를 처음으로 만나셨다. 외할머니는 미국에 다녀가신 적도 있고, 인터넷 화상채팅으로 자주 영민이의 모습을 보셨지만, 외항선 선장이신 아버지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배가 항구에 들어올 때에나 겨우 보신 것이 전부이셨다. 그래서 미국에 오시는 비행기 안에서, ‘영민이가 외할아버지를 무서워하거나 낯설어하면 어쩌나’ 하고 염려하시기도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기우는 영민이가 할아버지를 만나고 곧 사라졌다. 오히려 엄마나 아빠, 외할머니, 그 누구 보다도 외할아버지를 가장 좋아하며 따랐다. 할아버지가 안보이면 아래윗층으로 찾으러 다니고, 할아버지가 놀아주시면 그 어느때 보다도 즐거워했다.

외할아버지의 영민이 사랑도 그에 걸맞게 절절했으니… 영민이의 손발이 되어서 장난감을 가져다 주시거나, 업고 안아주시는 일은 기본이고, 영민이가 먹는 모습, 자는 모습만 봐도 흐뭇해 하셨다.

할아버지 노무현, 그도 아마 우리 아버지 만큼이나 손주 사랑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봉하마을에서 손녀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하니 말이다. 환갑이 훨씬 지난 연세에 허옇게 센 머리를 하고서 손주와 눈높이를 맞춰서 함께 재롱(!) 부리며 놀아주시는 모습은 아마도 우리 아버지가 영민이에게 보여주신 모습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랑하는 손주를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될 것을 알고도 죽음을 선택한 그 마음이 오죽 아팠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못된 사람들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음번 대통령 선거부터는 제발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대통령을 잘 뽑았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지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려면 아직도 몇 년이 더 남았으니, 그 동안 얼마나 더 못된 짓을 할지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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