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BS 에서 방송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문제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이 부모를 포함한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완전히 다른 아이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고,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나름대로 분석과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저런 엄마에 비하면 나는 정말 좋은 엄마야" 하고 자만심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방송 시청 소감을 보면, 양육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 때문에 아이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니, 부모의 잘못이 아이의 잘못보다 우선 교정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세상 어느 부모가 일부러 작정하고 아이를 잘못 키우고자 하겠는가. 올바른 방법을 알지 못해서, 혹은 가족구성원간의 협력이 어려워서, 양육을 힘들어하고,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해를 끼치게 된 것을, 그래도 고쳐보겠다고 방송국에 연락해서 촬영을 하는 부모라면, 그 의지와 노력을 가상하다 칭찬해주고 격려하는 것이 바른 일일 것이다.
'나는 적어도 저렇게는 안해' 하고 안도한 다음, 이어서 '저 여자는 아이를 학대하는 수준이구먼', '저런 악마같은 부모 아래서 자라는 아이가 불쌍하다' 는 등의 비판적인 언사를 마구 쏟아내는 사람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 비판할 힘으로, 내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내 주변에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건설적이겠다.
지난 주에 방송된 두 아들의 엄마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트라우마가 있고, 부산스런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힘에 부치는데다, 남편의 잔소리를 넘어선 감시 수준의 간섭 때문에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의 폭력성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역시 때리거나 반항을 하는 등, 훈육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라도 그런 입장이라면 내 자신을 잘 다스릴 자신이 없다.
코난군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밤이나 낮이나 엄마 치마폭에 매달려있으려 하는 통에,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화장실도 맘편히 갈 수 없는 날의 연속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도 식사준비며 청소 등의 집안일도 해야 했고, 직장 일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고 도움을 청할 사람 (친정 혹은 시부모님)도 전혀 없었던 그 때…
고백컨대, 나도 신경질을 부린 적이 몇 번 있었다. 아이를 때리거나 가출을 한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일은 없었지만, 코난 아범이 열심히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도 그런 악마같은 엄마가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다.
내가 복이 많아서, 남편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생각지도 않게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주는 이웃도 있었고, 직장의 일도 시간을 비교적 유도리있게 조정할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역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주변에 육아와 살림에 지쳐버린 이웃이 있다면, 냉장고에 시어가는 깍두기 한 사발이라도 퍼다가 갖다주어보자. 편하게 한 숨 잘 수 있도록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애를 봐주자. '니가 고생이 많다' 하고 따뜻하게 말 한 마디만 건내주자.
그렇게 베풀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 손가락질과 비난은 하지 말자.
2011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