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꿈, 트리하우스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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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티브이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트리하우스를 우리집 뒷마당에 직접 짓기로 했다. 뒷마당 끝자락은 울창한 소나무 그늘로 인해 어차피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데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매달려 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코난군에게 더없이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만 세 돌이 지나고 한국 나이로 다섯 살인 코난군은 피아제의 발달단계 중에 두 번째 단계인 전조작기 (Preoperational Stage) 에 있고, 그 시기의 큰 특징인 상징놀이를 즐기고 있다. 슈퍼맨, 아이언맨, 파워레인저를 비롯한 각종 슈퍼 히어로가 되어서 자신이 상상한 장면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것이 상징놀이이다. 에릭슨의 주도성 단계에도 속하는 코난군은 집안팍의 모든 일을 스스로 하거나 아빠엄마를 돕기 좋아한다. 그래서 트리하우스를 짓는 과정에 참여하는 즐거움도 누리게 할 요량이다.

무슨 일이든 계획을 잘 세워야 성공하는 법이다. 티브이 화면속에서 보던 트리하우스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건축과정을 설명하는 책도 읽고, 잘 지어진 집을 찍은 사진도 보고, 그렇게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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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가서 트리하우스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중이다. 코난군은 배트맨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이 때가 2월 중순 쯤이었는데, 날씨가 아직 추워서 이렇게 공부만 열심히 했다.

코난군 아범은 평균보다 조금 더 철두철미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말로 “트리하우스나 한 채 지읍시다” 했다가, 이렇게 남편을 열공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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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이용해서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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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어느 가게가 어떤 자재를 가장 싼 값으로 판매하는지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코난군 아범.

3월이었던가? 아직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사람 키 만큼 거리로 떨어져 서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기반으로 기둥을 두 개 더 박아서 10평 남짓한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자그마한 집을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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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굵고 곧게 서있어서 기둥으로 삼기에 든든해보인다.

뿌리 깊은 나무와는 달리, 추가로 세운 기둥은 땅을 깊이 파고 심어주어야 트리하우스를 든든하게 지지할 수 있기 때문에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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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땅을 파는 것은 꽤나 센 강도의 노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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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시멘트 외에도 벽돌 조각, 큰 돌덩이를 넣어서 기둥이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자신이 놀이할 집을 짓는데에 힘을 보태도록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땀흘리며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경험이 이 다음에 자란 후에 좋은 추억과 교훈을 줄 것 같아서,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조금 성가시더라도, 가능하면 코난군을 참여시켰다. 시멘트 반죽을 섞으면서 손과 팔의 근육을 조절하는 능력도 키우고, 가루에 물을 섞으면 반죽이 되는 과정을 보고 배우는 과학 레슨이 되었다고 믿는다. 주의력과 관찰력이 뛰어난 코난군이 시멘트 반죽을 “쿠키 반죽” 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접목하는 것을 인지심리학자 피아제는 “동화 (Assimilation)”  과정이라고 이론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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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흙덩어리가 되다시피 열심히 일하는 코난군.

기다란 나무판자 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기를 반복하는 것은 코난군의 신체발달과 균형감각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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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써커스에서 외줄타기라도 하는 듯 조심조심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코난군

놀이집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집 한 채를 지탱하려면 튼튼한 뼈대가 필수 조건이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규모보다 훨씬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기초공사도 더 거창해지고 시간과 비용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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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를 받치고 있을 뼈대를 만드는 것은 덱을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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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의 덱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기에, 이렇게 갈빗살 나무를 고정시키는 부품을 기성품으로 제작해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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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 안팎의 관리를 직접 하면서 하나 둘 사모은 공구가 총동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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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두 그루와 나무 기둥 세 개에 의지해서 세운 뼈대 아래에 슈퍼맨이 된 코난군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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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덱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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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모습의 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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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교하게, 단 1 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설계 건설된 앞쪽 기둥의 모습이다.

사진을 고르고 골라서 압축해도 40여 장이 넘는데다, 두 달여에 걸친 프로젝트를 단 한 건의 게시물에 요약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 하다. 다음 글 부터는 진짜 “집”을 짓는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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