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슬로우쿠커를 하나 살까말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지난 번 학과 행사에서 동료 교수가 만들어온 돼지고기 바베큐 요리를 맛보고, 그래! 결심했어! 하고 물건 구입을 위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대략 공부한 내용을 간추려보자면, 라이발 이라는 회사가 맨 처음으로 전기 슬로우쿠커를 만들었고, 그 이후 다른 주방가전 회사에서 비슷한 것을 많이 만들고 있지만, 제품 자체가 전혀 복잡하지 않은 구조라, 굳이 비싸거나 유명한 회사에서 상표값을 얹어서 비싸게 파는 것을 살 필요가 없었다.
슬로우쿠커를 즐겨 쓰는 사람들은 손님접대나 닭고기를 통째 조리하기 위한 큰 것과, 간편하게 사용하기 위한 작은 것을 따로 구비해서 쓴다고 하는데, 나는 일단 월마트에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2쿼트 (2리터 정도) 작은 것을 9달러 99센트에 구입했다.
아울러, 첫 시연 요리 <칠리빈>을 만들기 위한 재료도 구입했다. 각종 콩이 골고루 들어있는 콩 한 봉지와 칠리 파우더 양념인데, 나중에 맛을 보니 칠리 양념이 좀 심하게 라면스프 같은 인조적인 맛이 났다. 다음번엔 칠리 양념도 내 솜씨로 직접 만들어보아야겠다.
전혀 복잡하지않고 부품설명서를 한 번 읽으면 저절로 외워지는 간단한 제품 구조.
그리고 더욱 간단한 조리법: 모든 재료를 넣고 조리를 시작한다.
콩도 넣고…
그린빈과 양파, 토마토도 넣고…
서너시간 낮은 온도에 두었더니 칠리빈이 완성되었다.
슬로우쿠커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돼지족발을 보고, 남편의 대학시절 인기 럭셔리 술안주였다는 훈제족발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정말로 훈제는 아니고 양념간장에 졸인 족발요리이다.)
잘 익으라고 반으로 자른 족발 다섯 조각이 든 팩이 3달러도 안된다.
간장, 양파, 생강, 마늘, 설탕, 후추 등등의 양념을 넣은 국물에 족발을 넣고 두어시간 삶아주면 조리가 끝난다.
미끈덩거려서 살점을 발라먹기가 조금 성가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재료 구입이 저렴하고, 조리 과정이 간단한, 참으로 흐뭇한 요리이다.
생각해보면, 슬로우 쿠킹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만 빼고는 만들기가 쉽고, 푹 무른 음식이라 씹거나 소화시키기에도 쉬운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은 없지만, 흰 쌀죽도 만들어보고, 먹고 남은 통닭을 현미 한 줌과 물 몇 컵을 붓고 밤새 두었다가 닭죽도 만들고, 돼지고기 바베큐도 만들었는데, 모두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