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은영 박사님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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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에 오은영 아동심리 전문의 선생님이 거의 매 회 출연한다.

다부진 체격에 똘망똘망한 눈매와 말투만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포스가 풍겨나지만,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기선을 한 방에 제압하고 명쾌한 해답을 줄 때는 말할 수 없는 희열감조차 느끼게 된다.

때로는 ‘저 아이는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군. 아마도 그 원인은 저기에 있을거야. 부모나 주변환경에서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면 좋아질 것 같아.’ 하고 나름의 가설을 세우면서 시청하다가 오은영 선생님이 나와 똑같은 의견을 말하면 나도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요 얼마전에는 지지난 주와 지난 주에 방송되었던 두 편을 연달아 보았는데, 두 아이 모두 비슷한 나이 (초등학교 저학년) 에다 비슷한 문제 – 가족이나 학교 친구 선생님에게 심한 폭력성과 분노를 표출하는 – 행동을 가지고 있었다.

엠씨가 먼저 가정을 방문해서 문제행동의 양상을 보여주고 전문가가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부모가 노력해서 마침내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포맷은 늘 그렇듯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바로 오은영 선생님과 아이의 대화장면이었다.

무척 화가 나있거나 경계심을 드러내는 아이의 속뜻을 “경청” 하고, “공감” 할 뿐 아니라, 그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아, 저거다! 하고 느꼈다.

보통 사람들은 유아기나 초등저학년 어린이를 상대할 때 진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도 종종 그런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애는 애이기 때문에 애처럼 유치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유아대상 티브이 프로그램 <뽀뽀뽀> 의 진행자를 떠올려봐도 그렇다. 샬랄라 공주 치마에 머리띠와 앞치마를 두른 언니가 코막힌 목소리와 바비인형 같은 미소로 “어린이 여러부~운, 치카치카~~ 예쁘게 이를 닦아보아요. 안그러면 충치가 생겨서 아야~ 하게 되어요~~” 라고 말하거나, 멜빵바지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뺨에는 무릎팍도사처럼 연지곤지를 찍은 아저씨가 나와서 “자, 우리모두 친구를 도와서 장난감을 정리해요. 여~엉~차, 여~엉~차. 우와~~ 깨끗해진 방을 보니 차암~~~~ 기분이 좋죠?” 이런 닭살돋는 대사를 말하는 것이 참으로 일반적이다. 그런 걸 보고 경험이 부족한 유치원/어린이집 선생님이 흉내내어 실제 교실에서 따라하는 것도 많이 보았다. 원장이나 학부모는 그런 뽀미언니 흉내를 잘 내는 선생님을 유능한 교사라고 착각도 많이 한다.

그야말로 “착각” 이다.

어린이는 어른들보다 더욱 육감이 발달해있어서,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지 가식적으로 대하는지 바로 알아차린다.

오은영 선생님은 말투와 사용하는 어휘는 상대 어린이의 수준에 따라 적절하게 골라서 쓰지만, 그 대화 내용 자체는 진지하고 심각하기가 어른끼리의 대화 내용과 다를 바가 없다.

“선생님이 보니까 민수가 학교생활이 많이 힘든것 같아. 그지?”

“네. 죽고싶어요.”

“그래? 죽고싶을 만큼? 어후… 죽고싶다는 건 얼마나 마음이 힘들다는 얘기니… 그렇게 힘든 이유가 뭘까?”

아마도 오은영 선생님이 아닌, 뽀미언니가 최고의 유아교육 선생님이라 믿는 사람이 민수와 위의 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민수 어린이~ 어떻게 하면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예쁜 어린이가 될 수 있을까요?”

혹은, “죽고싶다니? 그게 할 소리야? 쪼그만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주 그냥.”

이런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아이의 속내를 알아보는 일은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이면 왜 그런지 관찰하고 아이로부터 직접 경청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내가 가르치는 유아교육 교과서에도 observe and  listen to child 가 가장 좋은 데이타 수집 방법이라고 나와있다. 

경청 = 리슨 투 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들려오는 소리를 달팽이관에서 감지하여 뇌로 그 정보를 보내는 물리적인 과정이 아니다. 상대방의 속내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이 경청이다. 그러니, 아이를 단순히 아이로만 보고 진심이 아닌 가식적인 태도로 “그랬쪄요?” 하며 듣는 척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유아교육 교사들에게 당부하고싶다. 부디 그 오글거리는 말투좀 바꾸라고.

잘 만들어진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릿> 에 수 십 명의 사람과 인형과 특별 초대 손님이 나오지만 그 중에 아무도 데데거리는 애기 말투를 쓰는 이는 없다. 어린이 출연자도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할 뿐이지 천편일률적으로 잘 차려입고 나와서 작가가 써준 대사를 기계적으로 외워 말하거나 무대담당 피디를 곁눈질해서 따라하며 춤을 추는 것 따위는 하지 않는다. 

아이도 사람이고 인격체다.

대화를 할 때는 진심으로 대하고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2011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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