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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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에 트리를 장식하고, 산타클로스가 준 (사실은 아빠 엄마가 트리 아래에 둔) 선물을 열어보고, 코난군이 직접 아빠 엄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고 하면서 코난군은 크리스마스 라는 이벤트에 푹 빠졌더랬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지금 현재까지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부터 새로이 추가된 이벤트는 할로윈이다.

지난 달부터 엄마가 할로윈 코스튬을 만들어왔고, 들르는 가게 곳곳마다 호박이며 유령 장식으로 할로윈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트릭 오어 트릿 (trick or treat)” 하고 말하면 캔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에, 오늘밤 할로윈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게다가 오는 주말에는 화이트룸 시절부터 오랜(?) 친구인 달튼의 생일 파티가 있고, 그로부터 2주 후에는 본인의 생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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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코스튬을 입은 코난군

이러저러한 행사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다른 볼일로 쇼핑을 하러 마트에 가게되면 코난군은 장난감 코너를 빠지지 않고 돌아본다. 코난군이 지금보다 어릴 때는 장난감 코너쪽으로 아예 가지 않음으로서 문제상황을 피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기억력이 훨씬 발달하고, “달러트리”, “푸드라이온”, “월마트” 등의 간판을 읽을 수 있는 지적 수준에 도달한 터라, 월마트 오른쪽 뒷편에 장난감 코너가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그쪽으로 가자고 요청 혹은 명령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성격이 차분하고 온순한 코난군 덕분에 “오늘은 구경만 할거야” 하고 약속을 단단히 하고 장난감 코너를 돌아보곤 하는데, 차라리 땅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부리면 가차없이 거절하고 혼내기가 쉬울 것을, 장난감을 구경할 때마다 신세계를 발견한 콜럼버스 보다도 더욱 신이 나서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그리고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내려놓으며 “이거 사면 안돼?” 하고 소심하게 물어보는 모습은 바라보기가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것도 매번 이것 저것 사달라는 장난감이 다르면 한 때의 호기심과 소유욕이라 치부하고 넘기겠지만,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장난감 한 개를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마트에 들를적 마다 달려가서 구경하고 만져보고 “이거 사면 안돼?” 하고 안되는 줄 알면서 물어보는 것은 정말정말 그 장난감이 갖고싶다는 표현인 것이 분명하다.

그까이꺼, 기껏해야 20-30달러 짜리 장난감 몇 개쯤 사준다고해서 우리집 가계부가 구멍날 정도로 어려운 형편도 아니고, 자기 물건을 소중하게 잘 챙기는 코난군에게 장난감은 소비재가 아닌 애장품이 될 것이므로 낭비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염려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너무 쉽게 가지는 경험을 자주 하다보면 집념을 가지고 도전하는 정신이 결여될까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는 아이가 자랄수록 원하는 물건이 비싸질텐데, 나중에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가정형편에 실망하고 화를 내게 될까 하는 것이다.

오늘 코난군은 미열이 있어서 어린이집을 결석하고 아빠와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오늘저녁 할로윈 트릿을 대비해 캔디도 살 겸, 바람도 쐴 겸 해서 코난군 아범이 코난군을 데리고 월마트엘 갔던가보다.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던 내게 전화가 왔다. 코난군이 몇 달째 갖고 싶어하던 장난감 자동차를 사달라고 조르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묻는 코난군 아범의 전화였다. 안봐도 뻔한 광경이다. “구경만 하자” 하는 아빠 말에 굳은 다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마침내 장난감 코너 구경을 허락받고, 삼 십 분 넘게 장난감을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하다가, 이제 그만 가자는 아빠에게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얼굴과 목소리로 “이거 사면 안돼?” 하고나서 고개를 푸욱 숙이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부모가 정말로 돈이 없어서 그걸 못사주는 형편이라면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어야 할 정도로 부모의 감성을 후벼파고드는 아이의 모습이니 말이다.

일단은 엄마에게 물어보자고 한 코난군 아범의 대처가 훌륭했다. 아이를 키울 때 아빠 엄마의 연합전선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코난군이 자라면서 작은 일이라도 어떠한 결정이 필요할 때는 다른 가족구성원과 의논하고 조언을 듣는 태도를 가지게 되리라 믿는다.

몇 달을 기다려서 얻은 소중한 장난감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소중히 다루며 노는 동안에, 노력해서 얻은 성과를 누리는 즐거움을 맛보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부부 또한, 애정남도 정하기 어려운 “우리 아이 키우는데에 있어서 적정선 정하기” 를 할 때마다, 오늘처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바람직한 민주시민의 자세를 유지하다보면 개인적으로는 인격 수양이 될 것이고, 대승적으로는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201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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