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이라는 말이 자주 잘못 쓰이는 것을 본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내리사랑이란, 부모가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터넷 게시물에서 흔히 오용하기를, 첫째 아이보다 둘째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셋째, 넷째, 출생 순위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란 원래 사회적 약속이니, 시간이 흘러가면서 원래의 의미가 바뀔 수도 있고, 그것이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첫째보다 더 이쁘다 라고 믿는 – 그리고 많은 경우에 실증적 경험이기도 하다 – 것이 위험한 편견일 수 있기에, 어른들, 특히 자녀를 둘 이상 둔 부모들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할 이야기의 주제이다.
뜻밖의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부터 주변의 자녀를 둘 이상 둔 지인들에게 아이가 하나일 때와 둘이 되었을 때의 차이점을 물어보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두 아이를 보살피는 것은 하나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고들 했고, 그러나 기쁨도 두 배 이상 크다고도 했다. 그리고 둘째는 첫째보다 훨씬 더 이쁘게 보인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지 고작 한 달이 조금 지났지만, 그 모든 말들이 진실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힘들지만 즐겁기도 하고, 의젓한 코난군이 기특하고, 고물거리는 갓난쟁이 아기도 참 예쁘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코난군과 비교해서 더 사랑스럽다든지, 딸이라서 더욱 예쁘다든지 하지는 않고, 또 의식적으로 그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
사실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자면 둘째 아이 둘리양은 코난군에 비해서 먹고 자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과 자원이 이미 갖추어져 있으므로 키우기가 참 쉽다. 그러니, 둘째 아이가 더 이쁘다 하고 생각할 만 하다. 그리고 이웃 아줌마들과 맞장구치며 맞어맞어! 내리사랑이야! 라고 수다를 떨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초보 아빠 엄마가 좌충우돌 하면서 키워낸, 이젠 동생을 본 첫째 아이가 그 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게될까? 내가 먼저 태어날래! 혹은 남자로 태어날래! 하고 자원한 것도 아니고, 식성이 까다롭거나 잠귀가 밝아 예민한 습성이 일부러 노력해서 가진 것이 아닌데, 그러한 이유로 동생보다 못한 사랑을 받는다면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다.
둘째 아이가 더 순하다…
딸아이가 애교가 많고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
이런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영어 표현으로 Myth 라고 한다.
둘째 아이 임신 기간동안에 수행했던 질적 연구 (사례자 개별 면담을 포함한 연구방법) 에 의하면… –> 이건 유아교육 박사로서 하는 우스갯 소리이고… ^__^
생각지 못한 둘째 아이의 출산이 걱정되어서 지인들과 인터넷 게시판으로부터 열심히 듣고 읽은 것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위의 문장은 항상 옳은 사실이 아니었다.
어떤 가정은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보다 더 순해서 양육이 편했고, 어떤 가정의 딸은 아들보다도 더 무뚝뚝하거나 살가운 모녀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둘째가 더 예쁘다는 myth를 쉽게 믿을까?
그건 아마도 첫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 덕분에 둘째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쉬워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게다. 젖을 먹이고 트름을 시키는 것, 기저귀를 수월하게 가는 방법, 목을 아직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목욕시키는 법, 아기띠나 유모차를 고르는 기준 등등 이 모든 것이 첫 아이 때에는 쩔쩔매고 배워야 하는 것이었지만, 둘째 아이부터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니, 아이를 카우는 일이 훨씬 수월하고, 첫 아이가 울 때는 이유를 모르고 당황하곤 했지만, 둘째 아이는 왜 우는지 알고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으니, 아이가 덜 울고, 울음소리를 듣는 것도 스트레스가 덜한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셋째는 둘째보다 더 키우기가 수월하고, 그러한 연유로 둘째보다 더 이쁘고, 넷째는 셋째보다 더 한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둘째 아이가 기질적으로 더 예민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등의 이유가 있다면 첫째 아이보다 키우기가 힘든 예외적인 경우도 가능하다.
아들과 딸의 성향 차이도 반드시 성별의 영향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아이가 서로 다른, 개인차의 영향이라고 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무딜 정도로 무던한 성격이고, 어떤 사람은 작은 일에도 상처받기 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떤 아이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어떤 아이는 매사에 조심하는 얌전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다.
활발한 아이는 먹고 자는 것은 수월한 반면, 다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것 같은 사고를 칠 확율이 높다. 조심스럽고 얌전한 아이는 사고를 치는 일은 드물지만, 예민하다거나 소심하다는 평가를 받기가 쉽다.
만일에, 한 아이가 뛰어놀기 좋아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하고나 잘 어울려 노는 활달한 성격이면서 동시에 다치거나 사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 그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바라는 격이다.
그저, 그 아이가 가진 기질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고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너는 왜 이웃집 아무개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잔소리하거나, 동생처럼 혹은 언니처럼 행동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2012년 4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