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 교육 상담: 조심성 많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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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님~ 안녕하세요!
82쿡에서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받고 있는 한사람입니다.,.
이것저것 다 읽어보며 지내지만 요리엔 제가 특별히 자신이 없어서 자랑할만한 그런글들은 한번도 올려보질 못했어요..ㅋㅋ 읽기만 하죠 늘~
저는 초등6학년과 이제 유치원에 막 들어간5살 딸아이를 키웁니다..
그래서 제가 육아 게시판에서 평소에 소년공원님 올리신 글을 많이 읽고 도움되는글 너무나 좋답니다..

마침 제가 요즘5살 딸아이때문에 고민이 많거든요..
육아 쪽에 계신것 같아 저보다는 훨씬 잘 아실것 같아.. 문의좀 드립니다..괜찬으신가요?
5살 딸아이가 올해 첨 유치원에 가게 됐어요..그전엔 그냥 저와 집에 있었구요..
그런데 유치원에 적응하기를 아주 힘들어 했습니다.
지금도 잘 ~ 쉽게 가는것은 아니구요..
첨에3월부터5월 정도 까지는 매일아침마다 울고불고 집에와서도 아주 힘들어 했거든요
유치원에서도 하루종일 울기만 했었고.. 다른활동도 전혀 하질 못하고 밥도 같이 먹지 않았습니다..
평상시에도 밥은 잘 먹는 아이는 아닌데요..유치원에서는 2주전부터 이제 밥을 아주 조금씩 받아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먹기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아주 쬐금 몇숟가락 정도만 먹어요..
유치원에서도 배가 고프고 다른아이들처럼 밥먹을 시간엔 밥을 먹어야 한다는것도 다 알고 있지만 아이 마음이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한다는게 힘든가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갈 걱정에 우울해 있구요.. 먹는것도 거의 먹으려 하지 않고 이제는 가야되니깐 억지로 마지못해 가긴 갑니다..
전엔 울고불고 했지만..요즘은 많이 울거나 그러진않고 들어갈때 눈물좀 보이면서 그냥 갑니다..

제가 걱정인것은..
저희 아인 다른아이들 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힘들어합니다..
예를들면 옷같은것두.. 늘 입는 옷만 입으려 합니다.,,
항상 똑같은 옷을 입으려하고 신발도 그렇고 뭐든지 익숙한것만 하려합니다.,.,
새로운옷을 가져와서 입자고 하면은 아주 싫어하구요.
또 유치원에서도 무슨 활동을 한다거나 어딜 견학을 간다거나 소풍을 간다거나..
그런걸 알게되면 아주 힘들어 합니다…
겁이 나는것 같아요.. 생각부터 벌써 힘들어 하기때문에..
평상시에 저는 유치원에서 오늘 새로운것을 하더라도 절대 아침부터 먼저 얘길해 주지 못합니다..
너무 힘들어하니까요.,.
그냥 유치원에 가서 하게되면 자연스럽게 알게됩니다..
유치원선생님들도 모두 좋으시고..또 교회유치원이어서 저두 다니는 교회라 믿고 보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희 아이는 다른아이들이 즐겁게 자연스럽게 다니는 유치원을 그렇게 다니지 못하는게 그 모습을 지켜봐야하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와줘야할지 모르는게 힘드네요….
다른 무슨 문제가 있어서그런걸까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도 많구요..
육아 책도 많이 읽어 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누구나 격어야 할 과정이니까 시간이 지나서 7살쯤 되면 많이 덜해지겠지 하면서 기다립니다..
유난히 겁이 많은것 같기도 하고..
제가 어떻게 아이를 도와줘야 좋은지 걱정이 많아요..
좋은 방법이나 이런아이도 나중엔 결국 적응해서 괜찬은건지 아시는것 있으시면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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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 안녕하세요?
제가 82쿡은 자주 보는데 로그인은 자주 안하는지라, 님의 쪽지를 오늘에야 읽었어요.

큰 아이가 초등 6학년이면 저보다 육아 선배이시고, 그래서 둘째 아이를 키우는 것이 수월하실거라 짐작하기 쉬운데요…
꽃밭에 오손도손 피어있는 꽃들이 같은 품종에 한 가지에서 피어난 것이라도 각각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큰 아이 작은 아이의 성격과 성향이 다른 것은 자연의 이치인가봅니다.

님의 둘째 아이가, 제 첫 아이, 코난군을 꼭 닮았네요.
먹는 것에 관심없는 것이 똑같고, 새로운 경험을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고 (콕 집어 말하자면 겁이 무척 많고 소심한…),
유치원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 정말 꼭 저희집 코난군을 묘사한 글 같아요.

그래서 유아교육 전문가(자칭?) 로서 잘난 척 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드리기 보다는, 그냥 제가 제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던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더욱 좋을 듯 해요.

저희 코난군 같은 아이를 보통 사람들은 “예민한 아이”, “소심한 아이”, “까탈스런 아이”, 등등의 레이블을 붙이곤 하지요.
하지만, 저와 남편은 아이를 보다 긍정적인 눈길로 봐주고 싶었기에 “우리 아이는 조심성이 많아” 하고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매사에 조심성이 많다보니, 입안에 넣는 음식도 충분히 살펴보고 마음이 내킬 때에야 먹고, 유치원 교실의 돌아가는 분위기, 선생님의
성격, 친구들의 놀이 형태, 놀이감의 올바른 사용법, 등등을 모두 스스로 마스터할 때 까지는 함부로 덤비지 않고, 대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서 열심히 그것들을 파악하느라 열심인 것이지요.
남들은 무심히 넘겨버릴 것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익히느라 바쁘고 정신없는데, 게다가 외부견학 이라든지, 행사라든지 하는 것이 있으면 이 아이의 멘탈은 너무 피곤해서 붕괴될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어떠신가요?
똑같은 아이의 행동이 부모의 시각을 달리하면 소심해서 속터지는 행동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으세요?
그리고 아마도 이제부터 이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서포트 해주어야 할 지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실거라고 짐작합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한없이 기다려주었어요.
물론, 정서장애나 신경계 혹은 다른 발달상의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정기검진에서 소아과 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어린이집 선생님과 공식 비공식 면담에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이기도 하고, 또 제 자신이 보통 사람들 보다는 유아에 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지요.)

예를 들자면, 아이가 밥을 적게 먹긴 하지만 키와 체중은 정상범위 안에 들고, 또 자기가 먹고싶은 음식은 먹고 싶을 때에 먹는
것은 잘 하기 때문에, 억지로 무얼 먹이려고 하기 보다는, 평소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항상 집안에 구비해두었어요.

어린이집에서 아침마다 울면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일 때에는, 함께 교실에 들어가서 무슨 놀이가 있나 한 바퀴 함께 돌아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 한 권을 읽어주고 나왔어요. 사실, 출근시간이 빠듯한데 아이가 두꺼운 책을 골라오면 등에 식은땀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러기를 일 년 했더니 이제는 뽀뽀와 허그 만으로 간편하게(?) 작별하는 경지에 이르렀답니다. 일 년이요… 일
년… 한 두 달만에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진 마세요…

유치원 행사나 견학 같은 색다른 이벤트가 있을 때는 그 날 아침에 설명해주면 너무 늦은 감이 있네요.
저희는 최소한 일주일 정도 미리 (어떤 경우엔 몇 달 전부터) 어떤 일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아이가 하게 될 일은 무엇이고, 그 행사에 대한 좋은 기대감을 갖게 하도록 노력했어요.
다다음 주에 동물농장에 견학을 가기로 했다면, 미리부터 동물 그림책을 함께 읽고, “우와, 애기양이 참 귀엽구나. 진짜로 만져보면 얼마나 보드랍고 귀여울까?” 하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아이가 잘 먹는 간식이 있으면, “동물농장 견학갈 때 이 간식을 싸줄까?”,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동물농장 견학갈 때 이 옷 입고 가면 따뜻해서 좋겠다” 이런 식이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유치원 행사에 엄마나 아빠가 함께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이가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덜 느끼고, 새로운 탐색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희 아이… 첫 칫과 검진은 무려 육 개월 정도는 미리 준비했던 것 같아요.
칫과용 거울까지 미리 구입해서 집에서 가지고 놀게 하고, 이 닦을 때 입 안을 보게 하고, 칫솔을 전동 칫솔로 바꿔주어서 위이~잉
하고 모터가 돌아가는 느낌이 이에 전달되는 것이 무섭지 않도록 준비시키고, 책을 읽거나 인형으로 칫과놀이는 말할 것도 없고…
ㅋㅋㅋ

그런데요…
이 모든 일이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하다보면 내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아이와 더욱
돈독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또 아이 키우는 재미를 몇 배나 더 크게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저희 아이가 이젠 어린이집에서 가장 높은 연령인데요, 요즘은 스스로도 아주 자신감이 넘쳐요.
결국은… 그렇게 자신이 정한 방식으로 자신이 정한 때가 되니…
이렇게 우뚝 소년으로 자라난 거지요.

아마도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또 새로운 적응을 위해 아이와 저희 부부가 또 새로운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건 또 새롭고 신나는 모험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자, 이렇게 길게 쓴 글을 요약해드립니다. (친절한 금자씨… ㅋㅋㅋ)

1. 아이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180도 바꾸세요.

2. 내 아이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서포트만 해주세요. 윽박지르거나 조바심을 보이면 완전 역효과 납니다.

3. 이 아이의 부모가 된 것을 감사하며 느그~~~~읏 하게 즐겨보세요. 일 년 안에 아이의 큰 성장을 보실 겁니다. 최소한 일 년 이요 ^__^

그럼 즐거운 아이 키우기 하세요!

소년공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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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

쪽지에서는 빠뜨린 부분이 있어서 추가합니다. (부디 여기 오셔서 이 글을 읽으시길 바라며…)

저희 코난군도 자기가 입고 싶어서 골라서 산 옷 (모자, 가방, 신발 포함) 이 아니면 안입으려고 했었어요. 그럴 때도 억지로 입히려고 하지 않고 그냥 아이가 보이는 곳에 걸어두거나 놓아두고 일 주일 혹은 몇 주일을 기다렸어요.

아주 가끔씩 “오늘 이 옷 입고 갈까?” 하고 물어보고, 아이가 싫다고 하면 오케이 하고 그냥 두었죠.

낡은 옷 좀 입고 다니면 어때? 괜찮아~ 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이젠 너무 작아서 입기 불편한 겨울 쟈켓을 겨울이 다 가도록 입으려고 했을 때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협동을 좀 했었어요.

아침 등원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옷을 입히고, 새로산 옷은 들고 가서,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설명을 쭈욱 했지요. “코난군이 이제 빅보이가 되어서 큰 쟈켓을 사주었는데, 코난군은 아직도 이 옷이 좋아서 이것만 입고 싶대요. 엄마는 코난군이 새로산 옷을 입으면 소매도 충분하고 지퍼도 쉽게 잠겨서 바깥놀이 할 때 안추울 것 같거든요?” –> 이럴 때 맞아요 그럼요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시는 훌륭하신 선생님!

그리고 엄마와 선생님과 코난군이 함께 내린 결론은, 새 옷과 헌 옷 두 벌 다 어린이집 옷장에 걸어두고, 바깥놀이를 나갈 때 무엇을 입을지 코난군이 정하게 했어요.

나중에 들으니 새로 산 옷을 입고 나가서 놀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더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저희 아이는 자기 물건에 크나큰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새 옷으로 갈아타는 것이 헌 옷에 대한 일종의 배신행위 처럼 느껴졌던 것 같더군요.

저희 코난군, 참 마음이 여리고 사랑스런 아이죠?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