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이 아니라, ‘다양한’가족 구성: 레드룸 학부모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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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 레드룸 학부모 모임이 있었다. 작년에 코난군이 레드룸에 처음 올라가서 참석했던 것이 불과 얼마전 같은데, 오늘은 2년차 선배 부모로서 참석을 한 것이다.

팟럭으로 준비한 음식을 먹고, 아이들은 바깥놀이를 나가도록 했는데, 의젓한 코난군은 아빠 엄마에게 허그 한 번씩 해주고는 단짝인 에이든과 신이 나서 놀이터로 나갔다. 이제 엄마 아빠 없이도 친구들만 있으면 아무런 걱정없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 참 기특하다.

아이들이 나가서 노는 동안에 어른들은 레드룸 교실로 가서 나즈막한 어린이 테이블 가에 옹기종기 둘러 앉았다. 바니와 프리실라 선생님의 자기 소개에 이어, 학부모들의 소개를 하는데에 30분이 걸렸다.

이번 학년의 특징이라면, 작년과 달리 애기 동생을 둔 어린이가 많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둘리양을 포함한 세 명의 애기 동생들이 모두 화이트룸에 다니고 있는 공통점이 있어서 반가웠다.

또다른 특이한 점은, 올해에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아빠 엄마 대신에 조부모가 쌍둥이 손주를 키우는 집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좀처럼 드문 경우이다. 또다른 집은 아빠 엄마 대신에 엄마만 둘인 집이 있었고 (레즈비언 커플이 아이를 입양한 경우), 두 집은 이혼한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두 엄마 모두 이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 가정을 소개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이를 위해 굳세게 마음먹고 학부모 모임에 나와서 적극적으로 네트웍을 다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으로 격려를 보내었다.

애팔래치안 사투리를 찐하게 쓰는 달튼의 아빠나, 오남매를 다 키운 후에 “웁스! 베이비” 를 낳아서 키우고 있는 20년째 레인보우 라이더스 학부모인 엘리 엄마, 코난군과 토이스토리 동호회 멤버로 친해진 소렌과 에이든 가족 등은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이번에 새로 레드룸에 올라온 아이들의 가족은 오늘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어떤 부모는 대학교에서 일을 하고, 또 어떤 부모는 자영업에 종사하고, 어떤 부모는 옆반 선생님이고, 어떤 가족은 부모 대신에 조부모가 혹은 두 엄마가 혹은 한 엄마만 있고, 어떤 집은 북유럽 출신, 어떤 집은 동양 출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레드룸 문턱을 아침 저녁으로 드나들면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것이라 생각하니 자못 기대가 되었다.

교실 곳곳의 소개와 레드룸의 규칙 – 별다른 제재나 금지사항이 없는 것이 규칙인 듯 – 을 설명한 다음 마지막으로 바니 선생님이 동화책 한 권을 읽어주셨다. 몇 년 전에 한 학부모로부터 받은 책이라고 한다.

제목은 스피처 선생님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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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인 미세스 스피처가 새 학년을 맞이하기 위해 교실을 정리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정원에 심을 씨앗을 나눠주셨다.

햇살 좋은 정원에 나가서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었더니 마침내 싹이 나서 갖가지 다른 식물로 자라나는데, 어떤 것은 천천히 자라고, 어떤 것은 쑥쑥 빨리 크고, 어떤 것은 키가 크고, 어떤 것은 조그맣고, 어떤 것은 무난하게 자라는 반면, 어떤 것은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고, 어떤 것은 밝고 화려한 색깔의 꽃을 피우고, 또 어떤 것은 무채색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모습… 하지만 어쨌든 모든 식물은 계속해서 자라났고, 일 년이 지난 후에 스피처 선생님의 가드닝은 끝이 났다. 그리고 스피처 선생님은 또 다른 해의 가드닝을 시작한다…

즉, 선생님이 키워낸 식물이 바로 어린 학생들인 것이다.

품종에 상관없이 토양과 물과 햇빛은 반드시 필요하다 – 어떤 어린이를 막론하고 보살핌과 가르침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식물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자란다 – 한 명 한 명 어린이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가르치고 보살폈을 때,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다.

바니 선생님과, 레드룸, 그리고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의 교육철학과 꼭 맞는 이야기였다.

2012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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