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나쁜 사라~~~암, 나쁜 사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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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그 콘서트 에서 새로 생긴 코너 중에 “나쁜 사람” 이란 것이 있다. 경찰서에 잡혀온 피의자를 심문하는 경찰관이, 피의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서 눈물지으며 풀어주자고 하는 것이 그 대략의 틀거리인데, 피의자는 대체로 먹을 것이 없어서 굶고있는 아이를 위해 빵을 훔치거나, 오랜 병을 앓아온 부인이 곧 죽게 되었거나, 전기요금을 못내서 집안에 불이 안들어오는 등의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레 미제라블, 불어로 불쌍한 사람들 이란 뜻의 이 소설은 여러 번 영화화 되기도 했고 잘 나가는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개그콘서트 “나쁜 사람” 의 주인공감이 될만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빵 하나를 훔쳤다가 십 수년 옥살이를 한 장발장이 그러하고, 어려서 엄마를 잃고 구박을 받으며 자라는 코제트도 불쌍한 사람의 대표선수 격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멀리서 방문한 후배와 함께 본 영화 레미제라블 은 그런 “불쌍한 사람” 의 범위를 훨씬 더 넓혀주었다.

프랑스의 역사와 당시 사회상을 서사적으로 집필한 빅토르 휴고의 원작 소설이나, 뮤지컬과 영화의 줄거리를 여기에 정리해서 적기에는 너무 방대하여 내 역량으로 가능하지 않다.

네이버에서 누군가가 훌륭하게 정리한 것이 있어서 여기에 연결시켜둔다.

http://movie.naver.com/movie/board/review/read.nhn?nid=2775216

그리고 ‘나쁜 사라~~~암” 하고 외치며 눈물을 쏟게 만드는 불쌍한 사람들 중에 기억에 남는 몇을 기록해둘까 한다.

불쌍한 사람 1번: 에포닌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라는 노래를 연상하게 하고, 오페라 투란도트 에서 퇴락한 왕과 왕자를 받들어 모시는 시녀 리우 또한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아무도 몰래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하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불쌍한 사람…

http://www.youtube.com/watch?v=X4gUFUpZI0E

불쌍한 사람 2번: 앙졸라가 이끄는 시위대

잘생긴 총각 앙졸라, 잘나가는 귀족집안 자제 마리우스, 귀여운 꼬마 부랑자 가브로슈, 등등 모두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세상을 바로잡자며 바리케이드를 쌓지만 “오~ 너 잘한다” 하고 지지하는 척 하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거나 문을 걸어잠그고 숨어버리고, 결국은 모두가 죽고마는 불쌍한 사람들…

내일이 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거라며 희망찬 노래를 하는데, 극중에서는 모두 비극적으로 죽지만, 내 삶에서는 그래도 마음속에 항상 간직하고 스스로에게 불러줄 좋은 노래이다.

불쌍한 사람 3번: 자베르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일생을 살았지만, 마지막에 그 신념이 항상 옳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즉, 이때까지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비극을 배운 것. 그렇다고 강물에 뛰어들 것 까지야… 신념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면 좀 고치고 바꾸면서 살면 되지… 불쌍한 사람 같으니라구…

마지막으로 불쌍한 줄 알지만, 사실은 불쌍하기는 커녕, 내일이 오면 새로운 삶을 멋지게 살아갈 사람들 이야기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47세 영국 아줌마 수잔 보일.

그녀는 브리튼스갓탤런트 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레미제라블의 명곡 아이 드림드 어 드림 을 불렀다. 심사위원과 관중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멋지게 부른 이 노래로 그녀는 실제로 이룰 수 없다고 믿었던 꿈을 이루었다.

어려서부터 천재라 불리워지던 사나이 에스군.

과학고 수석입학, 카이스트 입학, 등으로 과학영재의 탄탄대로를 가는 줄 믿었던 그가 어느날 카이스트를 그만두고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을 했다. 경제전문 기자가 되고싶어서란다. 기자가 된 후에는 이라크 전장을 넘나들기도 하고, 모 사이비 교주의 뒤를 캐러 중국으로 갔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날 또 엉뚱하게도 뉴욕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번에는 유학생의 신분으로 말이다.

지난 주말에 우리집을 방문한 에스군은 내 동생과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이며, 둘이서 공부 잘 하는 것으로는 그 당시 그 동네에서 전설처럼 여겨지는 아이들이었다.

한국 식당 많은 맨하탄에 사는 녀석이지만, 엄마나 누나가 해주는 집밥이 그리웠으리라 짐작하고 떡국이며 김치며, 온전히 내 손으로 만든 한국음식을 해주었다.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스푸트닉 쇼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에스군은 바로 그 스푸트닉 쇼크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과학교육 영재교육에 지대한 영향이 있었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이 다소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래… 어쩌면 우리모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꿈꿨던 삶을 내 탓이 아닌 외부의 영향으로 포기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베르 처럼 자포자기 하면서 강물로 뛰어내려버리기엔 지금껏 내가 살아온 길이 아깝다. 수잔 보일처럼 마흔 일곱 살이 되도록 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어도, 다음 꺾이는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는 운명이 어떤 것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제 막 마흔살이 되어가는 에스군과, 내 동생과, 또 꿈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2013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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