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마지막주 월요일은 미국의 현충일, Memorial Day 이다. 코난아범의 학교도 쉬고, 아이들의 어린이집도 쉬는 날이라, 오랜만에 네 시간 거리의 패어팩스 에이치 마트로 원정 그로서리 쇼핑을 다녀왔다.
지난 가을에 담은 김장 김치가 다 떨어져가는데다, 오는 6월 1일에 있을 트리하우스 파티에서 불고기와 냉면 등의 한국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기도 하고, 또 82쿡 게시판에서 오이지며 마늘종 장아찌 등을 담아서 올린 게시물을 보고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들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깔깔대며 장난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장거리 드라이브를 즐겼고, 앞좌석의 우리 부부도 모처럼 한가로운 마음과 시간을 즐기며 장을 보느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거의 이틀 꼬박 걸려서 완성한 김치와 장아찌는 아직 냉장고에 넣지 않고 익히기 위해서 이렇게 부엌에 두었다. 어수선한 부엌의 모습…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통마늘 장아찌, 마늘종 장아찌, 아래 통에 담긴 건 중국 갓 (가이쵸이) 으로 담근 갓김치이다.
이건 소금물에 담궈놓은 오이지
이건 열무김치 – 이번에는 국물이 없이, 그냥 담궈보았다. 국물이 없으니 국수를 말아먹기 보다는 비벼먹어야겠지.
이건 파김치. 이걸 라면에 한 개씩 가위로 잘라서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파김치의 발치를 덮고 있는 건 미국 갓으로 만든 갓김치이다. 겨자의 잎이 갓인 것을 이 야채의 이름으로 알게되었는데, 머스타드 그린 이라고 미국인들은 부른다. 샐러드나 숩에 넣어 먹는 모양인데, 중국 갓에 비해 얇고 부드러워서 깻잎김치 처럼 한 장씩 깔고 양념을 켜켜이 얹어두면 금새 맛이 든다.
그리고 트리하우스 파티에서 선보일 백김치. 벌써부터 새콤한 내음이 환상적인데다, 맵지 않아서 어쩌면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맛볼 수 있을 듯 하다. 원래 불고기와 냉면을 준비하려던 계획을 돼지고기 보쌈과 쟁반국수로 변경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야외에서 뷔페식으로 먹기에는 차갑게 먹어도 좋은 보쌈이 더 제격일 듯 싶기도 하다.
백김치의 속은 당근과 무, 부추를 넣고, 찹쌀풀을 묽게 쑤어서 새우젓, 마늘, 양파를 곱게 갈아 넣었다. 빨갛고 노랗고 푸른 색이 참 예쁘다.
그리고…
내일이면 우리와 이별하게 될 냉장고를 기념하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전기가 더 절약되고, 사용하기에 보다 편리한 프렌치도어 스타일 냉장고가 내일 배달되기 때문이다. 야채박스 선반이 조금 깨지고 오래된 느낌은 들지만, 고장이 난 건 아니어서 아이들 어린이집에 기증하기로 했다. 아마도 가장 아기들이 지내는 화이트룸에서 아기들의 우윳병을 보관하는데 쓰일듯 하다.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은 건 우리 가족의 작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추억들이다.
코난군이 어린이집에 가서 최초로 그려온 미술작품도 있고…
이건 또다른 작품과 코난군이 만 세 살이 되었을 때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
이건 둘리양이 태어난 날에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붙였던 아기 탄생 공지 안내문
이건 이번 토요일 파티의 초대장
이건 엄마가 그림으로 설명한 파워레인져의 헬멧 문양, 그리고 코난군의 그림이다.
이건 코난군이 네 살 무렵에 그린 스파이더맨 그림인데, 원래 스파이더맨 복장처럼 빨갛고 파란색을 이용해서 묘사했고, 웃는 얼굴이 귀엽다.
이건 어느 주말에 코난군과 엄마가 색종이를 오려서 만든 모자장수와 원숭이 이야기 캐릭터인데, 뒤에 자석을 붙여서 냉장고에다가 인형극을 연출하며 놀았던 것이다.
냉장고여 안녕!!!
그리고 이건 오늘 아침 우리 부부의 도시락
쌀밥에 소세지 부침, 뱅어포 무침, 오이와 당근이다. 내 도시락에는 잔 멸치가 한 줌 더 들어있다. 내 뼈는 소중하니까! ㅋㅋㅋ
새로 산 도시락 가방에 담으니 크기가 안성마춤이다.
코난아범의 도시락 가방이 너무 낡아서 새로 산 것이다.
도시락 반찬을 담고 남은 것은 코난군에게 아침으로 먹였다.
코난군이 자신의 애완동물이라며 만든 오리. 그 녀석이 깔고 앉은 것은 코난군과 나의 일일생활계획표이다.
엄마가 쓰고 코난군이 그린 계획표
2013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