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에 로스팅을 한 커피는 뜨거운 불과 차가운 공기가 결합해서 풍성한 향취를 갖게 되는것 같다.
이렇게 좋은 커피로 로스팅을 하려면 화력과 시간 조절은 물론이고, 커피콩의 껍질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등의 잔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런 도구들이 필요한데…
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것은 다 볶은 커피콩을 넣고 흔들어 껍질을 완벽하게 날려버리는 도구이다.
그런데 보다시피 로스팅 냄비는 넓고, 껍질 제거기구는 입구가 좁아서 깔대기 같은 것이 필요했다.
우선은 폐품을 활용해서 임시로 만들어 몇 번 사용해봤는데, 크기가 적당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라서 제대로 만들기로 했다 (물론, 내가 아니고 코난아범이 🙂
탁상용 커다란 달력의 빳빳한 맨 뒷 장을 이용해서 만들기로 하고 밑그림을 그렸다.
이등변 삼각형과 직사각형 등을 정밀하게 그리는 설계도를 위해 이런 도구들이 출동했다. 이름하여 제도기 셋트…
코난아범이 중학생일 때, 일본에 출장가셨던 코난할아버지께서 선물로 사다주신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 물건이 30년도 더 지난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코난아범이 코난군에게 그러하듯이, 그 옛날 코난군 할아버지께서는 코난아범을 무척이나 사랑하셨던 것 같다.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디가서 무엇이라도 구해다주시는 자상한 아버지이셨던가보다.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 자기 아들에게 또 역시 무한한 사랑과 지원을 베푸는 좋은 아빠… 바로 내 아이들의 아빠이니, 참 다행한 일이다.
마침내 완성된 설계도
선을 따라 오려보세요.
핫글루건으로 단단히 붙이고, 또 집게로 글루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고정을 시킨 모습이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보다 견고한 디자인의 깔때기. 이전의 실험 버전과 비교된다.
여기서 작업이 끝나는가 했더니만, 코난아범의 눈에 띈 이것!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인스탄트 “커피” 박스의 손잡이다 🙂
손잡이가 부착될 위치를 정하고…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끼워넣으니 마침내 수제품 커피콩 깔때기 완성!
마트에서 파는 플라스틱 제품보다도 종이로 만든 것이라 커피의 향과도 어울릴 듯 하고, 또 뜨거운 커피콩이 닿아도 환경호르몬 같은 것이 나올 염려가 없어서 좋다.
커피를 볶을 때마다, 30년도 넘게 간직해온 제도기로 눈오는 날 만들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2014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