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봄방학을 가득 채웠던 버지니아 유아교육 학술회 이야기를 지난 글에 적었다.
학회가 열렸던 호텔 로아녹 은 오래전에 (1900년대 초반) 지어진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지금까지 사용된 건물이라서 매우 고풍스럽다.
여기는 학회 준비위원들이 회의도 하고 잠시 휴식을 하거나 귀중품을 보관하도록 정해둔 방인데, 고택의 거실마냥 잘 꾸며놓았다.
이 날은 학회가 시작하기 전날인데, 회의 한 개가 끝나고 다음 회의까지 잠시 시간이 남아서 다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진을 찍었다.
다음 회의를 기다리면서, 봄방학 독서 목록 (목록이라기엔, 달랑 한 권밖에 없음 ㅋㅋㅋ) 에 올라있던 책을 읽었다. 미국 유명 코미디언인 티나 페이의 자서전인데 아주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며 동료교수가 추천해준 것이다. 재미있고 쉽게 넘어가는 책이긴 하지만, 봄방학 동안에 무지 바빠서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다. 다음 주 안으로 다 읽고 도서관에 반납해야 한다.
학회가 열리는 동안에 나는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등록 테이블을 지키는 일을 주로 했었다. 호텔 입구에 차려진 등록 테이블이 보이고, 그 뒤로 창가에 나란히 놓인 것이 바로 전날에 열심히 꾸렸던 가방이다. 여기저기서 협찬받은 생수병, 손 소독제, 아동서적 여러 권, 팸플렛, 등등이 들어있다.
이 등록 테이블에서 마주보이는 둥그런 벽에는 각 유아교육기관에서 가지고온 어린이들의 미술작품이 전시되어있었는데, 우연히도 가장 맞은편에 잘 보이는 곳에 둘리양의 오렌지룸 작품이 놓여있었다.
식용색소로 물들인 스파게티를 가지고 만든 작품인데, 결과물 보다도 만드는 과정에서의 학습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취지로, 각 유아가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함께 전시했다.
유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이름은 이니셜로 표기했지만, 둘리양의 귀여운 모습은 멀리서도 돋보였다.
기록에 의하면, 호기심으로 스파게티 한 가닥을 덥석 집었다가, 손바닥에 끈끈하게 달라붙자 나머지 손으로 떼어내고, 그 다음부터는 조심스럽게 색깔별로 한 가닥씩 집어서 놓았다고 한다. 뭉쳐진 덩어리는 며칠을 말려서 모빌로 만들어 오렌지룸 천장에 장식했었다고 한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글에서 이어 쓰기로 한다.
2014년 3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