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끝나갈수록 업무는 점점 처리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교와 어린이집에도 이런저런 행사와 과제가 많다보니 음악회 후기도 두 개를 한꺼번에, 그것도 며칠이나 미루다가 쓰게 된다.
우리 학교 음대 성악과의 케이 교수는 이번 학기에도 지도 학생들을 데리고 오페라 웍샵 공연을 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모짜르트의 오페라를 여러 곡 소개했고, 조명이라든지 자막을 위한 무대 장치 등을 더욱 새롭게 구성해서 감상하는 재미가 무척 많았다.
음악회를 좋아하는 둘리양은 이번에도 꽤나 늦은 저녁 시간이었지만 칭얼거리거나 잠들지 않고 한 시간이 넘는 콘서트 동안 내내 얌전히 음악을 감상했다.
자기도 독립된 인격체라며 이젠 따로 좌석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읽지도 못하는 프로그램을 들척이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많은 사람들이 어머나~ 하고 탄복을 하며 둘리양을 예뻐해주었다.
원래 공연 중간에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안되지만, 중간 휴식 시간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일요일에는 블랙스버그 커뮤니티 밴드가 25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
아직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단원도 있었고, 처음 밴드 오케스트라가 결성될 때부터 지금껏 단원으로 활동해온 할아버지 할머니도 많았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음악이란 이런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채워주는 것이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라에서 제일가는 유명한 스승님에게서 단 하나의 음정도 박자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아름답게 연주를 하는 법을 배워서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명문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전세계를 다니며 공연을 하는 것이 보람있고 위대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극소수의 천재적 엘리트들이라 그런 위대한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반면에 취미로 악기 하나를 정해서 연주하는 법을 배우고, 혼자서 하나의 곡을 정해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노력의 결실에서 작은 보람을 느끼고,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이렇게 동네 콘서트를 열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록 완벽하게 훌륭한 연주는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2014년 4월 17일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