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쌍욕을 입밖으로 내어 말하는 것을 삼가기 위해서 “십원짜리 욕을 했다” 라든지 하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비슷한 방법을 쓴다.
즉,
Damn 이라는 말은 “D Word”, Fuck 은 “F Word” 라고 말하고, 흑인을 비하하는 Nigger 는 “N
Word” 라는 표현으로 말한다. 물론, 이와 같은 완곡어법은 말하는 사람이 화가 나서 직접 사용할 때 쓰는 말이 아니고,
제삼자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 선생님이 얼마나 화가 났던지 에프 워드 를 다 말하더라니까!” 혹은
“그 사람은 엔 워드를 막 쓰는 걸 보니 인종차별주의자가 틀림없어” 하는 식으로 쓰인다.
엊그제, 이제 곧 초등학교 1학년이 될 코난군이 내게 다가와 무언가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는 듯, 음성을 조금 낮추고 은밀한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난 D word 가 뭔지 알아요”
“그래? 그게 뭔데?”
“그건, Die or Dead 예요.” 라며 은밀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이 아는 다른 레터 워드를 나열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F word 는 Fart (방귀) 이고, Sh word 는 Shut up (입닥쳐) 이예요.”
에
프로 시작하는 나쁜말은 당연히 방귀가 아니고 fuck (십팔 이 가장 가까운 단어이겠다) 이며, 에스에이치로 시작하는 나쁜
말이라면 아마도 원래는 shit (똥, 혹은 엉터리 거짓말) 을 뜻하는 것일게다. 디로 시작하는 뎀 이라는 말은 썅, 하는 말과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코난군 수준에서 그런 심한 욕은 아직 배울 기회가 없었고, 사용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기에, 자기가 아는 말 중에 부정적인 의미를 다 담아서 추론해낸 말이 죽어라, 방귀, 입다물어, 이런 단어들이었나보다.
어린이 수준의 레터 워드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걸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손나팔을 모아서 내 면전에 속삭이며 알려주는 코난군이 얼마나 귀엽던지, 나도 맞장구를 치며 말장난을 해주었다.
“엄마도 아는 Sh word 가 있어.”
“뭔데요?”
“Sheeeee! 조용히 하라는 뜻이지.”
“엄마, 레터 워드는 나쁜 말을 할 때만 쓰는 거예요. 쉿! 하고 조용히 하라는 건 나쁜 말이 아니잖아요!” 하며 반박을 하는 코난군을 보니, 제 딴에는 레터 워드에 대한 제법 확고한 이해와 법칙을 스스로 터득한 모양이다.
어린이는 세상으로부터 지식을 얻어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스스로 지식을 구축한다는 발달심리학의 대가 피아제 선생의 이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
2014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