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로 가득해도, 곱뿌가 없으면 마시지를 못해!
엘사 드레스가 제아무리 고와도, 입지를 않으면 소용이 없어!
드디어 완성했다는 기쁜 마음에 둘리양에게 얼른 입어보자고 했지만, 요 녀석은 안입겠다고 도망을 다니기만 했다. 사실, 이럴 기미가 애초부터 보였는데, 바느질 중간 중간에 싸이즈를 확인하기 위해서 한 번만 입어보자, 또는 한 번 길이만 대어보자, 하는 것도 싫다며 도망을 다니곤 했었다.
우리집 두 아이들의 유전자 속에 깊이 박힌 조심성 디엔에이 덕분이다 허허허.
그러나, 오빠의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드레스가 완성된지 사흘이 지나고 둘리양이 드레스를 입어보게 되었다.
아들아, 수고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드레스는 짧고 소매는 너무 길고…
만드는 과정에서 몸에 대어봐가며 길이를 조절했어야 하지만 요리조리 도망만 다니더니 결국 이런 모양의 드레스가 되고 말았다.
아무려면 어떠랴.
어차피 놀이를 위해 입는 놀이옷이고, 또 소매가 흘러내려도, 치마가 들려서 발목이 보여도, 둘리양이 엘사 공주로 변신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말이다.
2014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