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처럼 흔하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과일이 또 없을듯하다. 많이들 즐겨먹는 만큼 사람들의 각기 다른 취향과 기호에 따라 다른 품종을 만들어 길러 판매하는데, 어느날 문득 호기심에 마트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사과를 모두 한 개씩 사와보았다.
한국에서 먹었던 사과는 주로 부사, 아니면 홍옥, 아주 어릴 때 먹었던 국광,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미국 마트에는 이렇게 보통 열 가지가 넘는 종류의 사과를 팔고 있다.
그래서 사과를 고를 때마다 무엇을 사먹어야 할지 몰라서 늘 먹던 부사 (미국에서는 일본어 발음대로 후지 Fuji 라는 이름으로 판다)를 사먹다가, 최근에는 하니크리슾 이라는 품종과 키쿠라는 품종을 새로이 발견하여 즐겨 사먹고 있다.
코난군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즐겨먹던 레드 딜리셔스 라는 사과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건 한국사람 입맛에는 퍼석거리기만 하고 영 맛이 없게 느껴지지만, 과일을 잘 안먹는 코난군을 위해서 가끔 사다놓는다.
그러면서, 도대체 저렇게 다른 많은 종류의 사과는 모두 어떤 맛일까? 하는 궁금증에서 이런 시도를 한 것이다.
이렇게 종류별로 맛을 보고 비교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과학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또한 무척 재미있었던 것은, 신맛을 싫어하는 코난군의 즉각적인 반응이 사과맛의 비교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우엑~ 하며 들고있던 사과조각을 얼른 내려놓으면, 그것은 단맛은 거의 없고 새콤한 맛이 강한 품종이고, 음~~~ 하며 맛있게 먹은 후 한 조각 더 달라고 하는 것은 신 맛의 거의 없이 달콤한 품종인 것이다.
나는 새콤한 맛과 달콤한 맛이 적절히 섞인 것을 좋아하고, 코난군은 신맛이 전혀 없어야 하는 입맛의 차이를 확인하기도 했다. 둘리양은 내 입맛과 가까운 취향인 듯 하고, 코난아범은 코난군과 비슷한 입맛이지 싶다.
가장 시금털털해서 우리 가족에게 적합하지 않은 맛에서부터, 가장 단맛이 강한 품종 순으로 사진과 품평을 소개한다.
브래드번 Bradburn
과육이 매우 단단한 것이 특징이고,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만큼 시큼털털하기만한 맛이라, 신것을 안좋아하는 코난군은 물론이고, 내 입맛에도 전혀 맞지 않는 종류이다. 다음부터는 절대 사지 않을것 같다.
그래니 스미스 Granny Smith
그래니 라는 말은 할머니를 부르는 어린이 용어인데, 우리말로 치자면 함무니~ 하는 말과 비슷한 어감이다. 즉, 스미스 함무니 라는 이름의 사과인데, 보다시피 껍질이 윤기나는 초록색이다. 이것도 역시 단맛은 거의 없이 신맛이 강하지만 위의 버래드번에 비해 신맛이 상큼한 느낌이 든다. 가끔 풀냄새에 가깝도록 상큼한 맛이 그리울 때 나혼자 사먹곤 하는 사과이다.
핑크 레이디 Pink Lady
이름 그대로 겉껍질이 핑크빛에 가깝다. 다른 종류에 비해 크기도 조금 큰 편이다. 브래드번이나 그래니 스미스에 비하면 단맛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큼한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껍질이 질긴 편이라 껍데기 채로 베어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크기가 커서 한 개를 다 먹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색깔은 화려하지만 즐겨 먹게 되지는 않을 듯하다.
후지 Fuji
한국에서 사먹던 부사 사과에 비해서 크기가 작다. 미국 사람들은 사과를 칼로 썰어서 먹기보다는 손에 쥐고 베어먹기를 즐겨하는지라, 사과알의 크기가 어른 주먹 크기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맛은 한국의 부사 맛에 가깝다. 과육에 수분이 무척 많아서 한 입 베어물면 과즙이 얼굴에 튈 정도이다. 새콤달콤한 익숙한 맛이지만 껍질이 조금 질긴 느낌이다.
하니크리슾 Honeycrisp
둘리양을 임신했을 때 무척 많이 먹었던 사과이다. 상큼한 맛이라서 입덧하는 임산부가 거리낌없이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도 과육이 단단하고 과즙이 많은 것이 후지 사과와 비슷한 느낌인데, 조금 더 상큼한 맛에 껍질이 연해서 내 입맛에는 더 좋았다. 단점이라면 사과중에 가장 비싼 축에 드는 가격이다. 게다가 출하되는 시기가 한정적이라, 일정 시기가 지나면 마트에서 보기가 힘들다.
재즈 Jazz
이 사과는 이렇게 생김새가 평행사변형을 이루는 특징이 있다. 품종개량 과정에서 이런 모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가보다. 과육이 무척이나 단단해서 칼로 조각을 내는 데에 힘을 많이 주어야 했다. 새콤달콤한 맛이지만 새콤보다는 달콤한 느낌이 더 강하다. 하지만 과육이 무척 단단하니, 입으로 베어 먹기에는 조금 조심해야 할 듯 싶다.
카메오 Cameo
겉껍질의 줄무늬가 특징적이다. 빨간 색도 무척 짙다. 한 입 베어물면 과즙이 흘러내릴 정도로 무척 풍부하지만, 맛이 조금 애매하다. 달지도 시지도 않은 애매한 맛이랄까. 그리고 과육도 단단하기 보다는 약간 퍼석한 느낌이라 내 입맛에 맞지는 않다. 사과 자체의 맛이 강하지 않으니 샐러드 같은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갈라 Gala
외형적인 특징은, 알이 작고 겉껍질이 거칠거칠한 느낌이 있다. 껍질이 질기며 신맛은 별로 안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단맛이 강하지도 않다. 이 사과도 앞으로 사먹지 않게 될 것 같다.
레드 딜리셔스와 골든 딜리셔스 Red Delicious & Golden Delicious
이 두 가지 사과는 남편과 내 입맛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는 영 별로인 평가를 받지만,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미국인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레드 딜리셔스는 디즈니 만화에서 백설공주가 먹었던 독사과와 똑같이 생겼다. 짙은 빨간색에 아랫부분이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골든 딜리셔스는 노란빛이 도는 녹색 껍질이고 꼭지 부분은 갈색빛이 돈다. 둘 다 겉껍질은 무척 질기고 과육은 무척 부드러워서 퍽퍽한 느낌마저 든다. 신맛은 전혀 없고 은은한 단맛이 든다. 과육이 퍽퍽할 정도로 부드럽다보니 입으로 베어먹기가 좋고, 값도 무척 싼 편이라,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사과인 것 같다. 싼값에 많이 팔리는 사과이니 학교나 어린이집 급식에 자주 나오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늘 먹던 익숙한 맛이라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겨 먹는가보다. 또 한 가지 차이라면, 한국인은 사과를 후식으로 먹는데 반해, 미국인은 식사로 먹기 때문에 너무 강한 맛 보다는 이렇게 은은한 맛과 식감의 사과를 선호하는가 싶기도 하다.
키쿠 Kiku
최근에 발굴한 맛있는 품종인데, 단맛이 무척 강하다. 손님상에 후식으로 내었더니 설탕물에 절인 사과냐고 물어보았을 정도로 단맛이 강하다. 과즙이 상대적으로 적은 느낌이 든다.
앰브로시아 Ambrosia
이번 사과맛 비교 프로젝트에서 보람을 느꼈을 정도로 새로이 발견한 맛있는 품종이다. 신맛이 전혀 없고 단맛이 강한데, 과도를 힘주어 잡아야 할 정도로 과육이 단단하다. 키쿠를 처음 발견했을 때 달고 맛있는 사과라며 좋아했는데, 암브로시아는 키쿠보다도 더 달다. 다만, 과육이 단단하니 이가 약한 사람은 절대 입으로 베어먹지 말고 썰어서 먹어야겠다.
2015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