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월요일은 둘리양의 세번째 생일이다. 아직 친구들을 불러다가 파티를 할 나이는 아니지만, 어린이집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케익을 나눠먹으며 생일 기분을 누리게 해주려고 케익과 음료수를 보내기로 했다.
내가 많이 바빴다면 가게에서 컵케익을 사서 보냈겠지만, 일요일 하루종일 집에서 노느니 직접 케익을 만들면 아이들도 재미있고 내게도 유익할 것 같아서 장을 봐다가 직접 케익을 만들기로 했다.
요즘 둘리양의 교실에서는 알파벳을 매주 한 글자씩 배우고 있는데, 그 교육 단원에 어울리게 컵케익에 알파벳 아이싱을 얹어서 장식할 계획을 세우고 또 더 검색을 해보니 홈메이드 딸기 아이싱을 만들면 딸기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길래 그것도 만들어보기로 했다.
보통은 컵케익 위에 장식으로 얹은 아이싱은 너무 달고 느끼한데다가 식용색소를 과하게 넣어서 먹고나면 온 입과 혀가 물들기 십상이다. 그런데 내 손으로 직접 생과일을 넣고 만들면 맛과 건강 모두 좋을 것 같았다.
딸기를 곱게 갈아서
이렇게 액체로 만든 다음
삼사십분을 뚜껑을 열고 뭉근하게 끓이면서 간간이 수저로 저어주다가 수분이 졸아들어 원래 분량의 절반 정도가 되면 불을 끄고 식힌다. 여기에는 갈아서 액체로 만든 딸기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컵케익은 반죽을 직접 만들지 않고 프리믹스로 파는 가루를 사다가 썼다. 예전 경험에 의하면 집에서 직접 반죽한 케익은 충분히 부풀지가 않고 다소 딱딱한 케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둘리양이 좋아하는 딸기맛이 나는 케익 가루를 골랐다. 아이싱도 딸기로 만드니까 케익의 전체적인 맛의 조화가 이루어질 듯 싶다.
이렇게 분주하게 아이싱 준비와 케익을 굽는 동안에 우리집 부엌은 난리가 났다.
내가 하던 일만 해도 이런저런 재료들을 꺼내놓고 도구를 꺼내쓰고 하느라 복잡한데
요며칠새 빵굽기에 재미를 들인 코난아범이 자기도 빵을 굽겠다며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꺼내고 계량컵을 쓰고…
그러느라 냉장고 문도 한 쪽은 닫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래도 부엌이 넓어서 두 사람이 두 가지 다른 요리를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구워진 케익을 시식하는 코난군
둘리양도 코난군도 갓 구운 케익을 세 개씩이나 먹었다. 무척 맛있었나보다.
구워진 케익이 식을 동안에 딸기 아이싱을 완성했다. 들어가는 재료는 딸기 갈아서 졸인 것, 버터 녹인 것, 바닐라 엑기스, 그리고 슈가 파우더 이다.
버터에 슈가파우더를 한 컵 넣고 바닐라를 넣고 전기 믹서로 섞다가 딸기 퓨레를 조금씩 떠넣고, 또 설탕을 추가하고, 그렇게 해서 걸쭉한 아이싱이 완성되었다.
컵케익 위에 얹을 장식은 역시나 둘리양이 좋아하는 오레오 쿠키 위에 글씨를 써서 만든 것이다.
식은 컵케익 위에 딸기 아이싱을 짜주머니로 무늬를 만들어 올리고
그 위에 오레오 쿠키 글자를 얹었다.
쿠키 위에 아이싱으로 글자를 쓰는 것이 생각보다 힘도 들고 원하는대로 예쁜 글씨가 나오지 않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내일 아침까지 아이싱이 굳어서 장식이 더 견고해질 것 같다. 둘리양 등원하는 길에 음료수와 함께 들려보내면 오후에 낮잠 자고 일어나서 먹는 오후 간식 시간에 친구들과 나눠먹게 되겠지.
2015년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