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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의 짧은 경험때문에 생긴 재미있는 이야기

-코난군네 반 학생 할리 이야기

-그리고 잡다한 일상 이야기

지난 주에 추운 날씨 때문에 코난군의 학교가 휴교를 한 어느날이었다. 둘리양 어린이집을 비롯해서 남편과 내 학교는 모두 정상 운영을 하는 날이라, 코난군을 데리고 출근을 했다. 오전에 잠시 일을 하고, 코난군이 좋아하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주려고 캠퍼스를 가로질러 걸어갔다가 다시 걸어서 연구실로 돌아오는데, 코난군이 질문을 했다.

“엄마, 여기는 왜 이렇게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죠? 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러고보니 코난군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간간이 보이는 행인들 뿐이었을게다. 그런데 대학교 캠퍼스에서 강의 시간 사이에 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무리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궁금했던가보다.

“저 사람들은 모두 대학교 학생들이라서 클래스 한 개는 이 빌딩에서 듣고, 다음 클래스를 또다른 빌딩에 들으러 가야해서 걸어가고 있는거야.”

이렇게 설명해주었더니 또 다음 질문이 더 재미있다.

“그러면 저 학생들은 전부 지각한거네요? 아까 엄마 연구실 옆에 교실에 다른 학생들은 벌써 와서 수업을 듣고 있던데 이 학생들은 아직까지 교실에 못들어갔으니 말이죠.”

그러니까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수업 시스템의 틀거리 안에서 대학생들의 삶을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코난군의 초등학교는 아침 벨이 울리면 모든 학급이 수업을 시작하고 오후에 다시 벨이 울리면 모두가 수업을 마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수업 스케줄을 따라서 각기 다른 강의실로 이동하는 것을 모르고, 일단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는, 그 시간에 바깥에 나와있는 학생들은 모두 그 수업에 지각을 한 거라고 추론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우리 어른들은 무심코 우리가 아는 것을 아이들도 다 알고 있을거라 짐작해서 넘기는 일이 많겠다. 초중고대학교를 다 다녀본 어른들은 초등학교와 대학교의 수업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만, 초등학생은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런 차이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날 내가 코난군과 함께 캠퍼스를 걸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도 오늘 현재까지도 코난군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을게다.

코난군과 이야기하면서 배우고 느낀 일이 또 하나 있다.

지지난 일요일에 둘리양은 아빠와 집에 있고, 코난군만 데리고 잠시 마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줄을 서서 돈을 내고 차에 탔는데 코난군이 계산대 옆 줄에 서있던 남자가 자기반 친구 할리의 아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어떤 중년의 백인 아저씨가 옆줄에 서있었던 것 같기도 해서, “그럼 내일 학교 가면 할리한테 물어보렴” 했더니 코난군이 할리에게 할 질문을 좀 더 보충을 했다.

“그러니까 할리한테 이렇게 물어봐야죠. 지난 일요일에 너희 아빠가 저녁 시간에 크로거 마트에 장보러 혼자 오셨었니?” –> 이 대목에서 코난군의 논리적 사고력이 많이 자랐음을 느끼고 흐뭇했다. 확인을 위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질문의 포인트를 잘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을 잊고 있다가 얼마후 코난군 등교 준비를 하던 아침이었는데, 코난군이 자기가 컴퓨터로 그리고 인쇄한 게임 케릭터 그림을 도시락 가방안에 넣어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너, 점심 시간에 그 그림을 친구들한테 보여주다가 점심을 제대로 못먹으면 어떡하니? 그리고 카페테리아 안에 도시락 말고 다른 것을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코난군이 대답하기를,

“괜찮아요. 할리는 맨날 맨날 자기 아빠가 써준 쪽지를 도시락 가방 안에 넣어가지고 오는걸요?” 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전 일요일에 마트에서 본 아저씨는 할리네 아빠가 맞았다고 확인했던 이야기도 하면서, 할리네 엄마는 오래도록 병원에 있고, 할리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고, 어린 여동생이 있고, 할리 아빠는 매일 도시락을 싸면서 그 안에 쪽지를 넣어서 보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 그러니까 코난군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무슨 병인지는 몰라도 할리네 엄마는 병원에 장기입원중이고, 그래서 장보기 도시락싸기 어린 아이들 돌보기를 아빠가 혼자서 다 하고 있다는…….

할리네 집의 형편이나 그 가족들의 마음가짐을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니 섯부른 판단이나 동정심은 가지지 않으려고 애써서 노력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1학년 아이와 그보다 어린 동생이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아빠가 엄마노릇까지 다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 아마도 부족한 엄마의 자리를 메꿔주려고 매일 도시락에 쪽지를 넣어주는 게 아닐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고 동시에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지난 번에 싱글맘 역할놀이를 하며 저녁밥 차린 글에서 썼던 것처럼, 혼자서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몸과 정신이 모두 피곤해질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라, 아빠 엄마가 모두 건강하고 또 둘이 뜻이 잘 맞아서 아이들 양육을 나누어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새삼 느꼈다.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겠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둘 다 건강하고 또 건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남편과 내가 손발이 잘 맞아서, 아이들을 보살피는데에 서로의 노동력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으니 이 또한 다행이다.

안쓰러운 할리에게는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중이다. 섯부른 동정심 보다는, 마음으로나마 할리네 가족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도록 빌어주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어제 일요일에는 샬롯 노스캐롤라이나에 어린이 박물관에 다녀왔다.

차멀미를 많이 하는 코난군을 자동차 앞좌석에 앉혔더니 등받이를 뒤로 눕혀서 잠을 푹 재울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주말에 유근이네 놀러가는 길에도 앞좌석에 태워야겠다. 버니지아 법으로는 만 8세 이상이어야만 앞좌석에 앉도록 권장한다는데, 코난군의 몸집이 만 8세 이상의 어린이 정도로 커서 만일의 사고에도 안전상의 큰 무리가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차멀미에 서너시간 시달리는 것보다는 앞좌석에 앉는 것이 감수해야할 리스크가 오히려 적을 것 같다. 

2015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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