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그냥 일기 5-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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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이라 바쁜 와중에 남기는 기록
-채점하다가 발견한 학생의 편지가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이야기

5월 1일 금요일 오늘을 마지막으로 모든 강의와 실습 일정은 끝이 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 모드로 들어간다.

다음 주 한 주간은 원래는 학기말 시험 기간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3-4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기말 과제나 발표를 이번 주 안으로 마치면서 학기말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금요일 오후인 지금부터 방학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교수들은 지금부터 기말과제와 시험과 실습을 채점하고 평가하고 최종성적을 내야 하는 지루하고도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 그것도 일주일 안에 모든 평가를 마치고 대학 본부에 보고를 해야 하므로 일주일간 쉼없이 일을 해야 한다.

즉, 교수들의 방학은 학생들보다 일주일 늦게 시작한다. 반대로 교수들의 개강은 학생들의 개강보다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이) 빠르다.

이 바쁜 와중에도 또 학생들의 졸업 축하 피크닉이라든지, 우리집 아이들의 파티 준비라든지, 꼭 대접해야만 하는 손님 초대 준비라든지 하는 업무 이외의 일도 많이 쌓여 있다.

어제 오후에는 플로리다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친한 동문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사실은 그 전에 전공 관련한 일로 내가 그 후배에게 카카오톡을 남겼는데 그걸 보고 내게 전화를 걸어준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전화를 길게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잠시 후에 다시 통화를 할까? 하고 물어보니 그 후배 역시나 아이들 학교에 면담을 하러 가는 길에 운전하면서 잠시 전화를 건 터라, 나중에 통화를 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내 후배 한교수도 나처럼 어린 남매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는 형편이고, 나보다도 더 부지런하게 일하며 사는 맹렬 여성이다. 그러다보니 한가롭게 선후배 친구들과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근 반 년만에 이루어진 통화에서 단 10분 정도라도 한가로운 안부인사를 나눌 수가 없는 형편이었지만, 우리 둘 다 서로의 형편을 너무나 잘 아는 처지인지라 서로에게 조금도 섭섭함이 없이, 그럼 이 다음에 서로 시간이 허락할 때 길게 통화하자고 다짐하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오해나 섭섭함을 걱정할 일이 없어서 좋았다. 오히려 나처럼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저기에도 또 한 사람 있었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학생들의 과제를 읽으며 채점을 하는 것은 시간이 참 많이 드는 일이다.

IMG_1882.jpg꼼꼼이 읽으며 코멘트도 남겨주어야 하고, 채점기준표의 각 항목을 대조해가며 최종 점수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내 이렇게 쌓여있는 과제물을 읽으며 채점을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의 과제물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게 적혀있었다.

IMG_1881.jpg


이번에 교생실습을 마치고 석사학위와 버지니아 교사자격증을 동시에 받으며 졸업하는 학생인데, 자신의 대학 생활 내내 항상 지지하고 격려하고 잘 가르쳐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적은 것이다. 심지어 내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유아교육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었다는 말까지도 했다.

이런 말을 적어넣는다고 해서 과제물의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학생은 이런 말 없이도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과제물을 제출했다) 지루한 채점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또 교수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주니 무척 고마웠다.

2015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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