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파인만 (Richard Feynman)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적있는 저명한 미국인 물리학자이다.
과학자 중에서 물리학자들이 인물이 좋은 편인데 (나만의 견해일 뿐 🙂 파인만 선생은 그 중에서도 특히나 외모가 출중하여 거의 내 남편 수준에 육박하는 정도이다 ㅋㅋㅋ
파인만은 생긴 것만 멋있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으로는 천재성을 발휘해서 스물 네 살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고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 연구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 이런 자세한 것은 나는 잘 모르겠고 🙂 물리학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발휘해서 연구차 방문했던 남미에서 봉고를 배워서 연주하고, 중년이 되어서 배우기 시작한 그림 실력도 상당하고, 자신의 삶에 관한 일화를 책으로 쓰기도 했다. 그 책에 보면 그의 유쾌한 괴짜기질이 잘 소개되어 있다.
지난 번 머틀비치 휴가여행을 가는 길에 챙겨갔던 책 중에 두 권이 파인만의 책인데,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출판된 적이 있다고 한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그리고 <남이야 뭐라 하건!> 이 두 권이 아마도 내가 읽은 두 책이 아닌가 싶다. 영어의 원제목은 아래 사진에 나와있다.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 이 책은 작년에 읽다가 중단한 것인데, 중간에 물리학 이론이나 용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조크가 섞여 있어서 지지부진하다가 절반쯤 읽고 말았던 것같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새로 시작한 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 이 책은 후반부에 챌린저호 사건 조사 부분은 물리학이나 공학을 잘 모르는 내가 읽기에 어렵지않겠나 하던 남편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먼젓번 책보다 수월하게 읽고 있다.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에는 파인만의 어린 시절과 첫번째 결혼에 관련한 순애보가 자세히 나온다. 중병에 걸린 사랑하는 그녀와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이야기는 나같은 여성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모자람이 없고 (아웅 멋져~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어려서부터 논리적리고 탐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 파인만의 아버지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다. 물론 파인만은 타고난 천재라서 똑똑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그의 부모가 한 역할도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너도나도 자기 자식을 공부”만”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 불철주야 엉뚱한 노력만 하는 부모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니 부모가 굳이 억지로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보통의 지능을 가진 아이라면, 파인만의 부모처럼 사물을 꿰뚫어보고 논리적으로 답을 찾아내도록 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는 1986년에 있었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참여한 파인만의 활약이 소개되는데, 남편이 미리 말한대로 공학적인 용어와 물리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세세한 내용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런 부분은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며 읽었다) 그 일을 열심히 하는 파인만의 자세와 접근법에 주목하며 읽으니 지루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챌린저호 사고의 원인도 – 비록 그 원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복잡다단했지만 – 알고보면 단순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지나치게 위계적이고 거대한 조직에서 일을 하다보니 조금씩 엇갈린 의사소통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바로 파인만의 업적이었다. 그의 통찰력과 민주적인 사고방식과 물리학적 지식이 합작해서 이루어낸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에는 전혀 다른 두 전공을 한 박사 두 사람이 사는지라, 게다가 그 중에 한 사람은 파인만처럼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보니 (그 사람이 나는 아님 🙂 우리집 책장에는 참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다. 나는 가끔은 일부러 전혀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책을 골라서 읽곤 하는데, 그게 꽤나 즐겁다. 맨날 밥만 먹고 살던 사람이 어느날 길거리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먹는 기쁨과 비슷하달까? 생소함이 주는 흥미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듯 하다.
2015년 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