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맨하탄을 좋아하는 이유는 최신 패션 명품을 쇼핑할 수 있어서라든지, 세계 경제의 중심이어서라든지, 미술관이나 맛집을 갈 수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맨하탄의 빌딩 구경이 그렇게도 재미있다.
물론 이렇게 현대건축가의 예술품에 가까운 빌딩도 멋있지만…
그보다도 더 멋진 건 이렇게 아름다운 오래된 빌딩이다.
이런 건물이야 종교적인 용도로 지은 건물이라 웅장하고 미려하기 그지없는 것이 유럽의 유명 건축물과 많이 다르지 않지만 (유럽에 한 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본 바로는 그러하다 :-), 상업적 건물을 지으면서, 그것도 1900년대 초반에 이렇게 높고 웅장하면서도 동시에 예술적인 건물을 한두 채도 아니고 도시 전체에 걸쳐서 수없이 많이 지어놓은 곳은, 전세계에서 맨하탄이 유일무이한 장소가 아닐까싶다.
십 년 전에 맨하탄을 구경왔을 때에도 발에 물집이 잡히고 갈증이 나도록 걸으면서도, 이렇게 건물 하나하나 마다 특색있고 예쁜 모습을 구경하느라 힘든줄 몰랐다.
건물의 용도만 생각한다면 만고에 쓸데없는 짓(?)을 빌딩에다 해두었는데, 그게 근 백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을 너무 삭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을 잠시 하게 만들었다.
타이타닉호와 같은 호화 유람선이 드나들고, 새로운 대륙에 투자하려는 유럽의 부자들이 몰려들던 그 시절이 뉴욕은 지금보다도 더 잘 나가던 시절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잘 나가던 시절에 세운 멋진 빌딩들은 지금봐도 이렇게 멋지다.
여기가 바로 뉴욕 시청 건물인데, 관공서 조차도 그 옛날에 이렇게 멋지게 지어놓은 걸 보면서 감탄하게 된다.
또다른 관공서 건물인 공립 도서관도 마치 박물관이나 대학본부 건물처럼 생겼다.
그리고 미국의 항구도시 몇 군데를 여행하면서 깨달은 점인데, 어느 항구도시를 가나 세관 건물은 이렇게 항상 멋드러지게 지어두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인이나 방문자들에게 자기네 도시, 더 나아가서 자기 나라 (이젠 “우리” 나라 라고 불러야 하나?) 의 위용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고, 관세를 받아서 돈이 가장 많은 관청이니 건물에도 돈을 많이 발라가며 짓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본다.
나처럼 맨하탄의 건물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버스투어 상품이 최적의 옵션인 듯 하다. 오래 걷기 힘든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여행객에게도, 방향감각이 둔해서 어느쪽으로 가야 어디가 나오는지를 재빨리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맨하탄 관광은 버스 투어로 하라고 권하고 싶다.
2015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