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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겔러 선생님은 우리 아버지와 동갑인 1944년생 이신데, 래드포드 대학교 특수교육학과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7-8년 전에 은퇴를 하셨지만, 그 이후로도 우리 유아교육학과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계시는 분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언제나 곱게 화장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맞춤으로 멋지게 차려 입으시고, 가방과 귀걸이와 반지는 나보다 월등한 패션감감을 자랑하신다.

아름다움과 후학양성에 대한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존경하고 본받고싶은 분인데, 거기에 더해서 엄마로서의 대단한 노력은 더더욱 존경스럽다. 남편과 젊을 때 이혼하고 싱글맘으로서 두 딸을 키워냈는데, 딸 하나는 레즈비언, 다른 딸은 과잉행동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엄마의 대단한 노력과 뒷받침으로 지금은 연방정부 공무원, 그리고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다.

남편의 도움없이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만 해도, 나는 상상을 할 수 없을만큼 힘든 일인데, 아이들이 평범하고 순탄하게 자란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공부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다는 것… 그것도 본인의 일을 훌륭히 해내면서…

정말 혀를 내두를 일이다.

두 딸들은 아직까지도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해서,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오하이오주 까지 운전해가서 딸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든지, 딸이 자전거로 대륙횡단을 하는 동안에 차를 가지고 뒤따라가며 에스코트를 해준 적도 있었다.

 

이번 학기에 캐롤 선생님은 나와 함께 교생실습 지도를 하면서 월요일 오후에는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실습지에서 있었던 고충을 나누고, 학생들의 행동지도에 관한 이론과 방법을 토의하는데, 어쩌다보니 둘리양이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힘겨웠던 일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와 학교가 어떤 노력을 함께 기울였는지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는 별 스트레스 없이 (실제로도 그랬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캐롤 선생님은 내 고충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쉽지 않았을 것을 아셨는지, 어제 세미나에 신문기사 하나를 오려와서 내게 건내주셨다.

 

존 로즈몬드 라는 가족상담 전문가가 쓴 칼럼에 따르면, 좋은 부모가 반드시 착한 자녀를 양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행청소년들의 부모 중에는 의외로 무척 좋은 부모가 많은데, 그 이유는 부모가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자유 의지대로 자라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존 로즈몬드가 명명한 믹 재거의 정리를 응용하자면, (믹 재거는 영국의 유명한 그룹 롤링스톤즈의 리더이다),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형상의 자녀를 항상 갖게 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부모는 사실상 자신이 원하는 자녀를 갖지 못한다. 운이 좋으면 가장 근접한 자녀를 갖게 될 뿐이다. 더우기,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결국에는 심하게 좌절하고 분노하는 결말을 맞게 될 뿐이다.

 

(기록을 위한 원문 인용)

Mick Jagger's Theorem: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Children need to learn this reality principle, and the earlier, the better. People who grow up not having learned it are in for a lot of unhappiness. They aren't sturdy people. You can identify them by their habit of turning even mundane elements of thier lives into drama.

 

Application to parents:

You can't always get the child you want. Most parents, in fact, don't get exactly the child they want. They get a close approximation at best. Furthermore, parents (who try to make the child they got into the child they want) usually end up very, very frustrated, angry even.

 

그리고 칼럼의 말미에 부모를 위한 조언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당신의 자녀가 일으키는 문제는 당신 앞에 가로놓인 것이 아니라, 당신 자녀 앞에 놓인 것이다. (즉, 한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말)

둘째, 당신 자녀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매우 제한적이고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녀는 그들 나름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성장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내게 가장 와닿고 위로가 되었던 말이다 :-), 부모는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당신의 자녀가 해야할 일이다.

–> 둘리양의 어린이집 적응을 돕기 위해서 나도,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모두 최선을 다했고, 둘리양이 그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방안에 협조했을 뿐이다.

아, 이 얼마나 깔끔한 정리와 조언인가!

아마도 캐롤 선생님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두 딸을 키워내셨던가보다.

 

막연히 어깨를 토닥이며 '다 잘될거야 걱정마' 하는 위로나 격려보다도, 자신이 읽던 신문을 오려서 잘 접어서 가져다주신 캐롤 선생님, 그리고 그녀의 실제 인생경력과 커리어와 오늘의 모습이, 내게 큰 격려가 되었다.

역시나 캐롤 선생님은 내 노년기를 위한 훌륭한 롤모델이시다 🙂

 

2015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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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

스스로 모범생이라 생각하면서 자랐던 두 남녀가 엄청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사춘기 아들을 키우느라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질 것이다라는 결론을 어렵게 어렵게 얻어내, 이제 겨우 마음을 안정시켜가고 있는 사람이예요. 더군다나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제 아이가 모범생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드리기가 정말 쉽지 않았어요. 이 글을 읽고나니 직장인데도 눈물이…. 제가 저러한 결론을 얻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어쩌면 아직도 진행중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3을 보내고 있기에…

어쨌든 좋은 글을 읽게 되어 고맙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져 저도 모르게 댓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소년공원

오필리아 님,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인용한 칼럼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냥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거예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이겔맘

저도 이제 이겔이가 만 4살이지만… 벌써부터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내가 뭘 해줘야하는건지… 둘째 낳고 지난 일년…. 본의아니게 이겔이와 같이 한 시간이 적었거든요. 내일 유치원에 학부모 상담이 있어서 가는데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하던차에 이 글을 읽게됐네요. 주절주절 터놓고 싶는 이야기는 많은데.. ㅎㅎㅎ 그렇네요. 아버님도 오시고 바쁘실텐데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년공원

이겔맘 님 오랜만이예요!

아이 둘을 키우려니, 하나일 때와는 사뭇 다르죠?

지나고보니, 아이 하나 키우는 건 그럭저럭 할만했던 것 같아요.

어린이는 하나요, 도움을 줄 어른은 아빠 엄마 두 사람이니, 둘이서 손발을 잘 맞추면 그런대로 삶이 현상유지가 되었던 것 같은데, 애가 둘이 되고보니 어른 손이 많이 모자라요.

(그래서 아버지께 긴급구조 요청을 했죠 🙂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열심히 사는 수 밖에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