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 생일파티가 끝나던 날 아침에 코난아범 혼자서 김장 장을 보러 떠났다. 예년 같았으면 코난군의 파티 대신에 온가족이 토요일과 일요일 1박 2일을 잡아서 워싱턴 디씨 근교의 한국 마트로 김장 장을 보아왔겠지만, 올해에는 코난군의 역사적인 생일파티 덕분에 주말 시간을 다 쓴 터라, 아이들은 집에 남아있기로 했다.
차멀미를 하는 코난군은 장거리 여행을 안해도 되니 좋았겠지만, 나는 모처럼의 한인타운 나들이를 가면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큰 마트에서 구경을 하는 재미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남편이 왕복 여덟시간을 달려서 배추 한 박스, 무 한 박스, 열무 다섯 단, 갓 다섯 단, 파 열 단, 깐 마늘과 생강, 소금과 새우젓 ,액젓을 사왔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서 받은 최상품 고춧가루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재료는 새로 구입한 것이다.
배추가 12포기 들어있는 한 박스에 10달러를 주었다고 하는데, 지지난 주에 막김치를 담기위해 오아시스 마트에서 한 포기에 6달러를 주고 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값이다. 이 배추 한박스 구입한 것만으로 왕복 여덟시간 연료비는 벌고도 남았다.
얼마전에 방송에서 천일염이 비위생적이고 정제염과 천일염의 맛이나 무기질 등의 유익한 성분의차이는 거의 없다고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던지라, 올해에는 정제염으로 배추를 절였다.
과연, 물에 소금을 풀어보니 예전의 거무스름하고 찌꺼기가 보이던 소금물과 달리, 여전히 맑은 소금물이 만들어졌다.
칠십평생 살면서 김장은 처음 해본다는 아버지.
어렸을 때는 집을 떠나 도시 유학을 하느라 할머니가 하는 김장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우리 엄마가 김장을 하실 때는 외국으로 배를 몰고 다니시느라 김장 구경을 못하셨고, 마침내 미국까지 날아와서 김장 구경을 하게 되셨다.
아버지가 배추를 쪼개고, 나는 씻어서 소금물에 담드는 협업을 하니 시간도 절약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제철을 맞은 배추는 속이 알차고 고소했다.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일 때는 배추 한 포기당 소금 한 컵의 비율로 소금물을 만들어서 절였는데, 정제염은 그 염도가 천일염보다 더 높을 것 같아서 그보다 20퍼센트 정도 줄여서 소금물을 만들어 절였다.
(나중에 완성된 김치맛을 보니 조금 싱거운 것이, 천일염이나 정제염이나 상관없이 같은 양을 써도 될 것 같다.)
지하실에서 배추를 절여놓고 올라와서 육수를 내어 고춧가루를 불리고, 풀을 끓이고, 마늘과 생강을 갈고…
이런 과정샷을 찍으려다 너무 바빠서 포기했다 🙂
부추, 갓, 파를 써는 것은 아버지께 부탁했다. 무채는 푸드 프로세서를 돌리니 몇 초만에 큰 무 두 개를 다 썰 수 있었다.
맛있는 김치를 먹을 기대에 차서 열심히 부엌일을 하시는 아버지
양념을 배추에 버무리는 것은 내가 혼자 했다.
완성된 김치와 아버지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파김치 (이건 라면 끓일 때 한 쪽씩 넣으면 끝내주는 라면이 된다), 갓김치, 총각김치이다.
배추와 무김치는 김치 냉장고에 꼭 맞게 채울 만큼 만들어졌다.
배추의 겉껍질은 햇볓에 이틀 정도 꾸덕하게 말린 다음 된장 풀고 국을 끓이니 생배추로 끓인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배추김치는 이렇게 생겼고…
큼직하게 썰어서 담은 깍두기
총각감치
갓김치와 파김치는 이렇게 생겼다.
다 완성된 김치는 아직도 김치냉장고 안에서 땅속숙성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인데, 생김치를 좋아하고 짠 맛을 싫어하는 남편에게는 지금 현재 이 김치 상태가 최적이다. 반면에, 삭은 김치를 더 좋아하고 짜게 드시는 아버지 입맛에는 김장김치가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상태이다. 간도 싱겁고…
열심히 김장을 도우셨으나, 당신 입맛에는 2프로 부족한 김장김치가 된 것 같아 2프로 죄송한 마음이 든다 🙂
2015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