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크리스마스 선물
셀프 헤어 컷
2015년 12월 14일
지난 추수감사절 휴일이 시작되기 전에 남편이 새로 나온 아이패드를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아버지의 오래된 아이패드를 – 업데이트를 너무 오랫동안 안해서 구동할 수 있는 앱이 별로 없는 상태 – 어찌어찌 살려보려고 인터넷을 뒤지며 갖가지 궁리를 하는 와중에 굿딜을 발견하여 (라고 쓰고, 사실은 충동구매 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 ㅎㅎㅎ) 신제품 화면 큰 아이패드를 산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교수들 쓰라고 나눠준 아이패드를 집에서 두 아이가 서로 보겠다며 다투는 일이 많았는데, 좋은 (새것과 다를 바 없는) 중고 아이패드를 아주 좋은 값에 사서 코난군이 쓰도록 하기도 했다.
이제 아빠와 아들과 딸이 각기 자기 아이패드를 들고 앉아서 신문을 읽거나, 넷플릭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 생긴 각자의 아이패드가 미리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치면…
나도 선물이 하나 있어야 공평하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아이패드를 별로 유용하게 쓰지 않는다.
아이폰이 큰 싸이즈라서 어지간히 간편한 작업은 전화기로 하고, 긴 문서 작업이나 복잡한 기능을 요구하는 일은 학교에서 나눠준 작고 가볍고 예쁜 🙂 맥북에어를 펼쳐서 쓰면 되니, 그 중간 즈음에 해당하는 아이패드는 도무지 쓸 일이 없다.
그래서 내가 받은 선물은 바로…
애플 와치!! 두둥~~
예쁜 케이스에 예쁘게 들어 있는 시계를 꺼내서 손목에 차보니…
손목에 착착 감긴다 🙂
이걸로 뭘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남편에게
"시간을 볼 수 있지!" 라는 지당한 대답을 했다 ㅎㅎㅎ
한 달 가까이 쓰면서 아직도 그 다양한 기능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아이폰이 가방안에 있거나 옆 방에 있을 때 시계로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이메일 확인도 하고, 날씨며 카카오톡이나 아이메세지 확인을 하는 등의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매 시간마다 일어나서 움직이라는 자극을 주기도 하고, 손목에 차고 운동을 하면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기능도 있는데, 이제 학기말이라 조금 시간이 나니, 이 기능을 더욱 익혀서 부지런히 운동을 해야겠다.
며칠 전에 둘리양 머리를 단발 스타일로 잘라주었는데, 머릿결이 아주 살짝 곱슬이라서 저절로 머리카락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풍성한 뒷통수가 되었다.
그걸 보니 나도 슬슬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했는데…
어제 저녁에는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 틈을 타서 마침내 셀프 헤어컷을 했다.
해마다 이맘때 – 가을 학기가 끝나가는 무렵 – 동네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는 것이 연례 행사였는데, 만약에 셀프 컷을 하다가 머리모양을 망치면 미장원으로 달려가야겠다 생각하고 저지른 일인데, 의외로 결과가 만족스럽다.
아직 파마 부분이 끝에 남아있어서 완벽하게 고르게 잘라지지 않은 머리가 잘 감추어지는데다,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들어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몇 달 간은 미장원에 가지 않고 지내도 될 것 같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를 기다리는 미장원 주인 리아 아줌마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 상태를 조금 더 즐기다가 머리카락이 더 자라면 내년 봄 쯤에나 파마를 하러 가야겠다.
이로서, 나는 우리가족 모두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는 미용사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