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화와 볼 수 있는 영화: 구스범스

 405 total views,  1 views today

 

movie_image.jpg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을 보고싶었다.

자칭 명왕성에서 살고 있는 내가 공감하기 좋은 영화일 것 같아서이다.

현실적으로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과학적인 논란이 있지만, 그런 과학적 현실과는 별개로, 머나먼 곳에서 나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명왕성에서 헤어컷도 셀프로 하고, 김장도 담고, 그렇게 사는 내 모습과 맷 데이먼의 모습이 많이 겹쳐질 것 같았다.

지난 가을에 개봉했을 때 보고싶었지만, 그 당시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가서 본 것은 피넛 무비…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나오는 그 만화영화 말이다… ㅠ.ㅠ

 

이번 겨울 방학 동안에 남편이 어둠의 경로로 다운로드 받아둔 마션을 마침내 볼 수 있을까 하고 기대를 했지만, 내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30분 간격으로 둘리양이 엄마 내려와서 나랑 같이 놀자며 울고 매달리는 통에, 아직까지 영화의 전반부를 그것도 두 번에 끊어서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는 다 볼 수 있으려나…

 

스타워즈 영화도 이래저래 시간이 안맞아서 코난군과 코난아범 둘이서만 가서 보고 왔다.

 

보고 싶은 영화는 그랬고…

볼 수 있는 영화로는 위에 언급했던 피넛 무비… ㅠ.ㅠ

 

그리고 오늘 코난군과 플레이데잇 했던 친구와 함께 우리집 거실에서 봤던 구스범스 이다.

 

영어로는 Goose Bumps 인데, 우리말로 하자면 소름 이라는 뜻이다.

한국 문화에서는 소름이 끼치면 닭살이 돋는다고 표현하는데 반해, 미국 사람들은 피부가 우둘두둘해지는 것을 거위 살결이라고 부른다. 구스는 거위이고 범프 (복수로 표기하니 범스 가 된다) 는 울퉁불퉁한 표면을 말한다.

 

처음에 구스범스를 접한 것은 2년쯤 전에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코난군이 볼만한 프로그램을 고르다가,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 코난군에게 낙점받은 티비 시리즈를 본 것이다.

어린이용이라고 하지만 탄탄한 구성과 기묘한 이야기 구성이 제법 재미가 있었다.

코난군이 유난히 그런지, 아니면 그 나이 또래 어린이들이 다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공포물을 무척 좋아해서 책으로 사준 것도 여러 권이다.

지난 번에 외할아버지와 함께 학교에서 하는 북페어 행사에 가서도 할아버지께 사달라고 고른 것이 구스범스 중에서 열 몇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 셋트였다.

 

구스범스는 원래 R.L. Stein 이라는 사람이 쓴 어린이 공포소설인데, 한 권당 120 페이지 정도 되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소설이고, 그 씨리즈가 백 수십 편에 달한다.

각 편의 소설이 독립된 이야기라서 주인공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마리오넷 인형이 생명을 얻어서 주인공 어린이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서커스의 어릿광대가 어린이를 납치하는 이야기,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사람 이야기, 만화책 속으로 빠져들어가서 만화주인공에게 쫓기는 이야기 등이 있다.

 

지난 가을에 극장판 구스범스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 당시에는 코난군과 둘리양이 함께 볼 수 있는 피넛 무비를 보느라 이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코난군이 두고두고 이 영화를 못본 것을 아쉬워했다.

오늘은 친한 친구 사이먼이 놀러와서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함께 놀았는데, 점심을 먹은 후에 영화한 편을 보자고 이야기가 되어서, 코난아범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마침내 구스범스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데 성공했다 🙂

 

영화의 내용은 이전에 구스범스 소설이나 티비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라면 다소 황당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코난군과 나는 등장 인물 대부분을 이미 아는지라 재미있게 보았다.

원작 소설 작가인 스타인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 소설의 원본에서 묘사된 모든 괴물이나 악당이 세상으로 나와서 주인공을 위협하는데, 스타인 선생이 구식 타자기로 소설 한 편을 새로 써서 그 안으로 모든 괴물을 다 집어넣는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코메디 영화배우로 유명한 잭 블랙이 스타인 선생 역을 맡았는데, 영화 마무리 부분에 진짜 스타인선생이 깜짝 출연을 하기도 했다.

티비 드라마에서 매 편 마다 "하이, 아임 알엘스타인"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코난군과 나는 진짜 스타인을 얼른 알아볼 수 있었다.

 

그나마…

코난군이 좀 컸다고 이젠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와 내가 보고싶은 영화의 간극이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여담이지만, 코난군이 헐렁하게 입는 티 셔츠는 내가 꼭 붙는 핏으로 입을 수 있고, 헐렁한 추리닝 바지는 쫄바지 삼아 입을 수 있다. – 지난 번 그레잇 울프 랏지에 놀러갔을 때 깜빡하고 내가 입을 잠옷을 안가지고 가서 코난군 옷을 빌려 입었는데, 남보기에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 몸에 맞았다:-)

발가락을 끼워 신는 슬리퍼는 내 발에도 꼭 맞는다.

엊그제 새로 사준 운동화는 내가 아직 신어보진 않았지만 눈대중으로 보면 내 발과 비슷한 싸이즈로 보인다.

우리들의 정신세계도 이렇게 점점 비슷해져가고 있는건가 싶다.

 

 

2015년 12월 29일에 쓰다

Related Posts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