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

그냥 일기 3-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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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방학이 끝나가는 날의 소회

 

2016년 3월 10일 목요일

 

오늘은 실질적으로 내 봄방학의 마지막 날이라고 볼 수 있다.

내일 금요일은 둘리양의 어린이집이 교사 연수 때문에 휴원하느라 둘리양을 집에 데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나면 봄방학은 공식적으로 끝이 난다.

이번 방학이 시작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으로 한국 음식 장도 볼겸 아이키아에서 필요한 물건도 구입할 겸,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했던 그레잇 울프 물놀이 호텔에 놀러가는 여행을 다녀왔다.

방학을 시작하는 들뜬 기분… 남편의 생일을 핑계로 맛있는 음식을 사먹은 즐거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벌써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봄방학 동안에 꼭 하려고 마음먹은 일들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은 사흘 동안에 다 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차라리 봄방학 동안만큼은 아무 일도 안하고 놀겠다고 마음먹었더라면 이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을테고 봄방학의 체감 기간도 제법 길었을 것 같다.

 

이번 방학 동안에 그래도 밀려있던 시험과 과제물 채점을 모두 마쳐서 그거 하나는 만족스럽다.

학생들이 제출한 교육계획안을 일일이 읽어보고 자세한 코멘트를 남겨주는 일은 참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덩어리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30분 혹은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 이상 뭉치 시간을 가지고 조용히 읽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것이 힘든데, 봄방학 덕분에 밀려있던 일을 다 마친 것이다.

하지만 계획한 일 중에 아예 시작도 못한 일도 많으니…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써서 제출하는 것은 아예 시작도 못했다.

사실, 아무리 자료가 완비되어 있다해도 학술지 제출용 논문 하나를 일주일 안에 뚝딱 써내는 것은원래부터도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이긴 했다.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려 했던 것도 여름 방학 시작하면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내 머리카락은 아주 굵고 숱이 많은 장점이 있지만, 앞쪽으로 흰머리가 너무 많이 생겨서 파마를 하지 않고 생머리로 두면 추레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염색을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과 선배 교수님들이 입을 모아 권하기를, 할 수만 있으면 염색은 늦게 시작하라고, 안할 수 있으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염색한 머리를 꾸준히 같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한두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해주어야 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차라리 염색안한 머리보다 더 흉한 모습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년에 한 번 하는 파마도 이렇게 미루기가 십상일 정도로 바쁜데 몇 달에 한 번 염색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암튼, 이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머리를 하나로 묶어 다니면 되니까 두어달은 이 상태로 더버틸 수 있겠다.

5월 초에 학기가 끝나면 그 때 미용실을 가야지.

다음으로 하려다 못한 일은 속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ㅎㅎㅎ

옷감이 낡아서 갈아입다가 손 한 번 잘못 놀리면 구멍이 나곤 하는데, 열 장 정도 되는 속옷 중에 구멍난 것이 구멍 없는 것보다 더 많아진지 오래 되었다.

돌이켜보니 둘리양을 낳기 전부터 입던 것이라 최소한 5년은 입었지 싶다.

돈이 없어서 구멍난 속옷을 입어야만 했다면 얼마나 서러웠을까 ㅎㅎㅎ

둘리양을 임신했을 때는 임산부용 속옷을 입었고, 둘리양이 태어난 이후로는 차분하게 속옷을 고르는 쇼핑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둘리양이 태어난 이후로 겉옷도 내가 골라서 구입한 것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옷이나 신발은 나혼자서 찬찬히 살펴보고 사이즈를 맞춰보고 그렇게 사야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가거나, 아니면 아이들 하교/하원 시간에 늦기 전에 얼른 쇼핑을 마쳐야 하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자린고비도 아닌데 속옷을 몇 년씩 구멍이 나도록 입고 살게 된 것이다.

학기가 끝나기 전이라도 시간이 나는대로 이건 좀 빨리 사입어야겠다.

 

내일 금요일은 둘리양을 데리고 집에 있으면서 남편과 거실 블라인드를 새로 구비할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어쩌면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아이키아를 또 한 번 더 다녀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코난군은 수영 레슨, 둘리양은 친구 생일 파티가 있다.

일요일은 코난군의 미술 수업이 있다.

주말 동안에 덥수룩해진 코난군의 머리카락을 이발해줄 계획도 있고, 지난 번 한국 장에서 사온 한국 시금치와 달래도 빨리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

 

시간은 참 빨리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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