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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바쁨

 

2016년 4월 7일 목요일

 

두 아이들이 없던 시절에는 그 많은 시간을 뭐하며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 때에도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애 둘을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다보니 정말로 필요한 일부터 하고 나머지는 까맣게 잊고 살게 된다.

어제도 그제도 내 투두리스트에는 블로그에 밀린 아이들 사진 올리기가 적혀있었지만 내일까지, 또는 지금 당장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작성이라든지 이메일 답장이라든지 하는 일에 밀려서 아이들 사진은 커녕 강의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한가하게 일기나 쓰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점심을 급하게 먹고 졸리는 시간이라 일을 해도속도가 더딜 것 같아서 글 다운 글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끄적이면서 소화도 좀 시키고 바쁜 와중의 기록을 남겨두려고 글을 쓰고 있다. 임진왜란 전쟁 중에도 일기를 쓰던 이순신 장군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ㅎㅎㅎ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쁘다는 말로 간단하게 쓰지만, 사실 곰곰히 돌이켜보면 두 아이들이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고, 그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내 일을 할 시간도 정해지는 것이 바로 요즘 내가 동동거리며 살고 있는 이유이다.

코난군은 아침 스쿨버스를 타려면 집에서 8시 10분 즈음에 나가야 한다.

한국의 생활과는 달리, 스쿨버스를 타는 곳까지 어른이 함께 나가서 아이가 버스를 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기 때문에 남편과 나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아침 시간을 내어야 한다.

둘리양은 정해진 등원 시간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너무 늦게 데려다주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데 지장이 있고, 그래서 기분이 안좋아지면 하루를 망치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잠도 덜깬 아이를 어린이집에 덜렁 내려놓고 가는 것도 둘리양 심기에 아주 나쁘다. 요 녀석은 날 닮아서 아침잠이 많아서 더더욱 아침에 등원준비 시키고 즐거운 안녕을 하는 것이 까다롭다.

둘리양은 보통은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내가 차로 등원시킨다.

남편은 목요일 하루는 강의가 없지만 화요일은 8시도 되기 전에, 다른 날은 8시 20분 즈음에 코난군을 버스에 태워보내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불규칙적이면서도 가장 분주한 나의 출근 스케줄.

교생실습 참관이 어느 학교에서 몇 시에 잡히는지에 따라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부정기적으로 잡히는 회의 일정에 따라서도 일찍 나가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교생실습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만날 약속이 있다든지 강의가 있는 날에는 스타킹도 신어야 하고 화장품도 찍어발라야지… 남편과 코난군과는 다른 메뉴로 내 도시락도 챙겨야지… 둘리양의 기호를 존중하며 일기예보를 참조해서 입힐 옷과 신발과 지참할 동물 인형과 (낮잠 시간에 필요하다) 눈부심을 피하기 위한 선글래스와 피부 보호를 위한 자외선 차단 로션 발라주기…

교생실습 참관은 10시 인데 9시에 둘리양을 등원시키고나면 애매하게 남는 40분의 시간…

이런 날은 둘리양이 일찌감치 아빠랑 등원하면 좋으련만, 엄마만 너무너무 좋아하는 둘리양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어떤 날은 학교에서 아침 9시에 회의가 있어서 둘리양을 늦어도 8시 30분까지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어야 하는데 코난군 버스도 내가 태워보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둘리양이 옷갈아입기 싫다, 이닦기 싫다, 징징거리면 혈압이 마구 상승한다.

여차저차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남편과 아이들과 내 스케줄이 어찌되더라도 아무튼 출근은 하게 된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요거 하나만 더 하고 퇴근하면 내일 일이 훨씬 수월하겠는데 땡! 하고 둘리양 어린이집이 문닫는 시간이 걸린다.

5시 45분에 문을 닫고 그보다 1분 지각 할때마다 1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칼퇴근이 당연한 미국 사회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게 만드는 일은 엄청난 실례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아무리 일이 많아도, 조금만 더 하면 마무리지을 수 있는 일이 있어도, 오후 5시면 컴퓨터를 덮고 연구실을 나와야만 한다.

남편은 코난군의 방과후 활동을 위해서 바쁘거나 강의가 늦게 끝나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둘리양은 엄마가 데리러 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저녁 강의가 있는 월요일은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가 둘리양을 픽업한다.

그렇게 집으로 오면 아이들 씻기기 (그나마 요즘 코난군은 혼자서 샤워를 한다) 저녁밥 먹이기, 밥은 누가 거저 주나? 내가 만들어야지, 먹었으면 설거지 해야지, 도시락 설거지도 해야지, 다음날 아이들 준비물 챙기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엄마엄마 매달리며 하는 이야기 들어주고…

그런 와중에 직장에서 못다한 일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펼쳐놓는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이를 닦이고 재우려면 나도 둘리양 옆에 누워야 하므로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일어나서 일을 하는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나도 잠순이라 그런식으로 밤에 잠 안자고 일하다가는 며칠을 못버틴다.

그래서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가 전부이다.

그 시간 중에서 강의해야 하고 회의 들어가야 하고 교생지도 해야 하는 시간을 빼면 정말 얼마 안되는 시간이 찔끔찔끔 남는다.

그런데 걸핏하면 무슨 보고서를 써내라질 않나… 잠잠하다 싶으면 교생이 말썽을 부려서 교장을 만나야 하질 않나… 심지어 교생을 데리고 있는 담임교사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학교에 출근해도, 집으로 퇴근해도, 온통 내 귓가에는 징징대는 소리만 들리는 듯한 환각이 든다.

선생으로서도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내가 많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딸로서 며느리로서의 도리… 친구관계… 따위는 생각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책은 마지막으로 펼쳐본게 반년은 되었지 싶다.

 

아… 사는 게 왜 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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