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한가한 연구실에서 학년을 마무리하는 일을 하는 중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요즘 우리 동네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다.
가을비와 달리 비가 오고난 후에 날씨가 추워지는 일이 없으니 비가 와도 신선하고 상큼한 느낌이들어서 좋다.
한 가지 안좋은 점이라면 우리집 지붕에 설치한 태양열 발전판이 맹활약을 못하는 점 🙂
며칠 전에 촉촉한 비가 내리던 날 퇴근을 하려고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어쩐지 내 차가 더욱 예뻐보였다.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어디선가 날아온 나뭇잎이 마치 스티커처럼 예쁘게 달라붙어서였다.
빗방울 때문에 찰싹 달라붙은 나뭇잎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졸업식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졸업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신나는 축제의 날이지만, 해마다 참석하는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박사 가운과 모자가 새로울 것도 없고, 졸업식의 순서도 해마다 똑같다 🙂
그래도 단상 위의 꽃장식이 예뻐서 사진 한 컷 남겼다.
아침에는 야외에서 하는 대학교 전체 졸업식이 있었고, 그 다음은 단과대별로 흩어져서 또 졸업식이 있는데, 사범대는 졸업생이 많기 때문에 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졸업식을 했다. 이 졸업식에서는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고, 학장님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건강이 심하게 나빠서 서비스 개를 데리고 다니는 학생이 가장 먼저 졸업장을 받았다.
이 학생은 여러 가지 질환을 앓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 발작이 오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에 훈련받은 서비스독이 미리 낌새를 눈치채고 알려준다고 한다. 그러면 이 학생은 발작에 대비해서 의자에 앉거나 하던 일을 내려놓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든지 해서 2차적 사고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훈련을 받으면 본인도 알지 못하는 발작을 미리 감지해 내는지 참 신기하게 여겨진다.
졸업식이 끝나고도 한 학년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보고서 몇 개를 써야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회의도 있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준비도 있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연수 프로그램에도 등록을 한 터라 몇 군데 웍샵을 참석하기도했다.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
아침에 팻 슈메이커 선생님과 만나서 내년에 가르칠 과목에 대한 의논을 했다.
팻 선생님은 지난 7-8여년간 사범대 학장으로 일하다가 작년부터 학장직을 사임하고 다시 평교수직으로 돌아오신 분인데, 성격이 온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힘을 북돋아주는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다.
오늘 회의에서도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어 주셨고, 또 내가 제안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훌륭하다고 평가해주셨다.
아마도 이번 가을 학기나 내년 봄학기에 함께 공동 강의를 하게 될 것 같다.
나이나 경력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가진 생각을 나누고, 그거 좋은 아이디어라며 서로 격려하고, 배울 점은 배우고, 조언할 점은 서로 조언하고… 이런 환경이 좋아서 내 직장이 만족스럽다.
팻 선생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몇 가지 일을 더 하다가 연구실 이웃 데비와 브렌다와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비는 다음 학기 강의에서 교과서를 바꿔보려고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다놓고 읽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브렌다는 특수교육 대학원 프로그램을 맡고 있어서 방학이지만 대학원 신입생 상담이라든지 여러가지 서류 작업이 있어서 이번 주 내내 매일 출근을 하고 있다.
점심을 먹으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데비는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 남매를 키우고 있고, 브렌다는 딸과 아들이 장성해서 각자 가정을 이룬, 경험 많은 엄마이다 🙂 키우는 동물 이야기 등등 즐거운 수다를 나누었다.
방학이라서 아무리 일이 많다고는 해도 시간에 쫓기는 압박감이 덜해서 마음도 여유롭고 동료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도 있다.
다음주 부터는 남편의 여름학기 강의가 시작되고, 나는 여전히 매일 출근해서 남은 일을 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방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견학이며 갖가지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학교에 가는 길이 매일 즐거운 모양이다.
그렇게 2주일만 지나면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내 정기적인 출근도 당분간 끝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