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연말을 맞이해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작은 마음을 표시하는것이 무척 자연스러운 시즌이다.
아이들의 선생님들 – 특히나 고집센 둘리양을 잘 달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들 – 에게는 꼭 선물을 드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직접 카드를 쓰게 하는 교육적 효과도 있고, 선물이 흔한 시기이니 크고 좋은 것이 아니어도 작은 선물을 드리기가 덜 부끄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도 직접 경험했고 요즘도 스승의날이 다가오면 촌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잡음… (김영란법이 새로 생겼으니 내년의 스승의 날은 조금 조용해지려나 모르겠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미국에 살아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미국사람들은 뒤돌아서 혹은 마음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선물의 가치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일이 없다 – 혹은 내가 살아온 지난 17년 동안에는 경험하지 못했다 🙂
하지만, 여전히 선물을 고르는 것은 주머니 사정과 받는 사람의 형편을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둘리양의 어린이집에는 담임 선생님이 한 분이 아니라서 아무리 작은 선물을 한다해도 지출이 만만치 않고, 코난군도 담임 선생님 말고도 이웃반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듣기도 하고 또 방과후 교실 선생님들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다행히도 크리스마스 카드는 무료 판촉물이 해마다 배달이 되고 있다 🙂
몇 해 전에 윌리엄스버그 민속촌에 입장료 할인을 받으려고 회원 가입을 했더니, 그 회원자격은 만료된지가 오래인데 해마다 연말이면 달력과 크리스마스 카드와 봉투에 붙일 수 있는 주소가 적힌 스티커를 보내주고 있다.
재작년부터 즐겨 사용하는 선물 아이템은 클리넥스 곽티슈이다.
해마다 이맘때 즈음이면 크리스마스 문양이 그려진 휴지를 파는데 이렇게 세 개 들이 한 팩이 4달러밖에 안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휴지를 사용하고, 받는 사람의 알러지 여부나 취향 같은 것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주기에도 받기에도 부담이 없는 가격이지만, 그 크기와 모양만큼은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이 충분히 들기에 아주 만족스런 품목이다.
참고로, 미국 사람들은 스타킹 채우기 품목이라 하여, 제대로 된 진짜 선물 이외에도 초코렛 캔디 같은 작은 선물을 많이 주고 받는다. 예전에는 나도 그런 작은 캔디 같은 선물을 구입해서 사용해봤는데, 건강상 캔디를 먹지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달기만 한 캔디 선물을 받으면 다 먹기에 벅차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어서 애매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 곽티슈 선물은 실속있어 좋은 선물이다.
우리학과 동료 교수와 학과장에게는 카드도 없이, 다른 추가 선물 없이 그냥 이 곽티슈 하나씩 포장해서 돌리면, 잠시나마 훈훈한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열 개 들이 한 박스에 5달러하는 선물에 붙이는 이름표가 너무 예뻐서 구입했다.
여러 분의 선생님들에 선물을 드리자면 서로 뒤바뀌지 않도록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 직접 카드와 봉투와 선물 이름표에 이름을 쓰게 하고 포장도 함께 하면 주말에 한나절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둘리양 선생님 세 분에게는 식료품점 상품권을 하나씩 넣어드렸다.
마음이야 더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하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한 분당 20달러씩 상품권을 구입했는데, 그래도 합하면 60달러나 들었다.
코난군의 담임 선생님에게는 25달러짜리 커피점 상품권을 넣어드렸고, 이웃반 선생님들께는 카드와 클리넥스 휴지만 드리기로 했다.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선생님들이 같은 크기로 포장된 선물을 받으시게 되니, 마음이 조금 편하다 🙂
선물 포장지와 선물 이름표가 마치 한 셋트처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어서 만족스럽다.
2016년 12월 10일
저도 요즘 선물때문에 고민이었거든요 레오네반 다른 친구들은 선물 액수가 후덜덜 하더라구요 곽티슈 아이디어 좋습니다
ㅎㅎㅎ 레오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니 그런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죠?
반 아이 엄마들 중에서 좀 으쌰으쌰 잘하고 좋아하는 아줌마가 한 분 있으면 조금씩 돈을 걷어서 큰 선물을 할 수 있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보니…
각개전투로 선물을 하자면 지출이 만만치 않아요 🙂
작은 금액의 상품권만 달랑 드리기 민망할 때 곽티슈를 예쁘게 포장해서 함께 드리면 선물 기분이나서 좋더군요.
사실, 포장지값도 아까워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학부형 경력 10년이 되어가다보니, 그 정도의 작은 지출로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트리 장식은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