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를 쓰는 것은 아무래도 여행을 가기 전에 내가 궁금했던 점에 대해 먼저 쓰게 되는 것 같다.
인터넷을 잘 찾아보면 디즈니 크루즈 여행 후기가 많이 있지만, 사진 구매에 관해서는 정확한 가격이 나와있지 않아서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그걸 가장 먼저 주제로 삼아 후기를 썼으니 말이다.
그 다음으로 궁금했던 것은 날씨와 그에 적합한 복장이었기에 이번 편에서 써보려고 한다.
플로리다 바로 위 조지아 주에서 몇 년간 살았었고 플로리다 여행도 여러 번 가봤던지라 크루즈가출발하는 플로리다 카네버럴 항구의 날씨는 대략 짐작이 가능했다.
그러나 바하마의 12월은 어떤지, 또 선상에서는 바람이 심하니 바람막이 같은 옷이 필요한지, 등등이 무척 궁금했다.
유튜브에서 12월 바하마 항로 크루즈 후기를 잘 살펴보니 사람들의 복장은 제각각이었다.
민소매 셔츠에 숏팬츠를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바지에 긴 소매 자켓까지 입은 사람들도 한 화면에 다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그 다양하고 각기 다른 복장이 이해가 되었다 🙂
정확한 기온을 측정하지는 않았으나, 배 안은 에어컨이 항시 가동되어 어떤 옷을 입어도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었고, 배 바깥의 온도도 실내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크루즈에 타기 전에 탬파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후배 집에 머물면서 아이들과 바닷가에 갔었는데 바닷물에 뛰어들어 놀 수 있을 만큼 더운 날씨였다.
이 날이 평상시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례적인 이상기온은 아니었다.
탬파와 커네버럴 항구는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고 있으니 12월의 크루즈 승선에 두꺼운 겨울 옷은 전혀 필요가 없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긴팔 옷을 입어도 되고 민소매 옷을 입어도 되고 긴바지도 반바지도 모두 괜찮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사람이라면 얇은 바람막이 점퍼나 가디건 한 벌로 충분하겠다.
승선 수속을 마치자마자 가족 사진을 찍게 되므로 가족셔츠를 맞춰 입는다거나, 머리와 화장에 힘을 준다든지 하는 준비를 하면 더욱 좋겠다.
내가 직접 만든 가족셔츠는 큰 성공이었다.
승선 수속을 하느라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 가족중 한 명이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해서 자리를 이탈했다가 다시 찾아올 때 쉽게 가족이 있는 자리를 찾아올 수 있었고, 아이들은 낯설고 사람 많은 곳에서 두리번거리다가도 부모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단체셔츠를 맞춰입고 왔었는데, 우리가족처럼 직접 만든 것은 보지 못했다. (혹은 그들의 솜씨가 너무 훌륭해서 직접 만든것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는지도 모르겠다 🙂
반드시 챙겨야 하는 옷은 수영복이다.
배 안에 풀장과 물놀이 시설이 여러 군데 있고 12월이라도 충분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물놀이 시설 옆에는 타올을 쌓아놓고 무제한 가져다 쓸 수 있으므로 타올은 따로 챙겨갈 필요가 전혀 없다.
풀장의 물은 따뜻해서 이른 아침에도 수영을 하기에 춥지 않았다.
풀장 옆의 핫텁에서 몸을 데울 수도 있고, 음료수 스탠드에서 코코아나 뜨거운 차와 커피를 마음껏마실 수도 있었다.
따라서 한겨울에 떠나는 여행이라도 수영복은 꼭 챙겨야한다.
캐스트어웨이 키 에서는 해수욕을 하게 되는데, 여기는 햇빛이 무척 강해서 선글래스나 선스크린 로션을 바르지 않고서는 지내기가 힘들다.
온몸에 선스크린 로션을 바르는 번거로움이 싫다면 이런 스타일의 수영복이 좋겠다.
매일 저녁 정찬을 즐길 때에는 드레스코드가 있는데,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삼아 그 날의 주제에 맞추어 옷을 입고 식사를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우리 여행의 일정에서는 첫날과 마지막날은 크루즈 캐주얼 스타일 (해석하자면 아무거나 입어도 되는 날 🙂 이었고 둘째 날은 해적 분장, 셋째 날은 정장을 입도록 권고했었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만찬 파티 분위기를 내려고 매번 정장을 쫙 빼입고 오는 가족들도 있고, 헐렁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휴가를 만끽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그 어느 쪽도 그저 자신이 선택한 복장으로 즐길 뿐,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있는지에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서 좋았다.
하지만 가족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고 하니 한 벌 쯤은 정장 혹은 세미 정장을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코난아범은 정장 옷이 별로 없고 그런 옷을 입는 것을 싫어해서 아예 챙겨가지 않았지만, 옷깃이 있는 폴로셔츠와 카키 바지를 입으니 그럭저럭 세미정장 같은 분위기가 나서 괜찮았다.
아빠를 빼다 박은 듯 닮은 코난군도 정장이라고는 입을 일도 없고 입으려고 하지도 않지만, 남방셔츠에 크리스마스 넥타이를 매어주니 충분했다.
해적 파티를 하는 날은 저녁 식사에도 해적 복장을 하고, 배 안 곳곳에서 해적분장을 한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고, 해적 제이크의 캐릭터와 댄스파티를 하는 등 모든 것이 해적과 연관해서 이루어진다.
모든 승객들에게 코난아범이 머리에 쓰고 있는 밴대나를 나눠주는데, 이것만 머리에 둘러도 해적의 날 분위기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마침 코난아범은 빨간색 티셔츠가 있어서 그걸 입고, 미리 준비해간 치렁치렁한 해적 목걸이를 걸었더니 해적아범으로 완벽한 분장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진작에 만들어두었던 해적 제이크와 이지의 복장을 입혔더니, 그 만화를 아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멋있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여기는 D 라운지 라는 곳에서 열린 해적 제이크의 댄스파티였는데, 둘리양이 헤어스타일까지도 해적 제이크 만화의 캐릭터 이지와 똑같이 분장하고 간 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뿌듯한 느낌!
여기까지 요약하면, 아무거나 편하고 가벼운 옷이면 충분하고, 수영복은 필수, 정장 한 벌은 강추, 해적 복장은 준비해가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음.
다음은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점인데, 요만한 또래 아이들은 평소에 입던 놀이옷을 많이 가지고 가서 입고 놀게 하면 또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둘리양은 평소에도 공주놀이를 좋아해서 공주옷을 사준 것도 있고 만들어준 것도 있는데, 외출복으로 입고 다닐 수는 없는 허접한 옷이지만, 크루즈 안에서 놀때 입게 하니 무척 즐거워했다.
복도에서 겨울왕국 노래가 흘러나오니까 엘사 드레스로 갈아입었다가, 로비에서 미녀와 야수의 벨 공주를 보더니 객실로 돌아와서 벨 드레스를 입고, 신데렐라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신데렐라 드레스를 갈아입고… 하는 식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 것 자체가 즐거운 놀이였다.
위의 사진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준 허접한 엘사 드레스이다.
작년 할로윈때 바빠서 대충 급하게 만들어준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둘리양은 이 파란 드레스를 무척 좋아한다.
아래는 신데렐라 드레스 잠옷인데, 배 안에서 입고 다녀도 잠옷이라는 티가 별로 안나고 공주놀이 분위기를 내기에 적합했다.
배 안에는 비비디 바비디 부티크 라는 어린이 미용실이 있어서 거기에 가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공주로 단장시켜주고 드레스까지 팩키지로 파는데, 무려 300달러나 한다!
배 안 곳곳에서 그 팩키지로 단장한 어린이 공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내 기준으로는 과한 소비라 여겨져서 돈을 쓰지 않았다.
올림머리에 왕관을 꽂아주고 반짝이 헤어 스프레이를 뿌리고, 얼굴에 화장을 해주고 손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준 다음, 공주 드레스와 요술봉을 들려주는 것에 300 달러를 지불하고나면 길어야 하루 이틀 후에는 화장도 머리모양도 사라지고 매니큐어는 일주일이나 버틸까? 그러고나면 남는 것은 아이들 놀이옷 한 벌 (공주 드레스) 밖에 없다.
둘리양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튜브에서 비비디 바비디 부티크를 보더니 자기도 꼭 그 공주 분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가격 정보를 알아낸 다음, 나는 둘리양을 잘 꼬득였다 🙂
집에 있는 매니큐어와 헤어드라이어를 챙겨가고 공주 드레스 파자마와 엄마가 만들어준 각종 공주 드레스를 다 가지고 가는 대신에 부티크에 가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실, 부티크 의자에 둘리양이 혼자 앉아서 낯선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는 것은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이 분명하기도 했다.
여자 아이와 함께 가는 크루즈 여행이라면 하루에도 여러 번 갈아입을 수 있는 공주옷과 치장 도구를 준비해가는 것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반면, 남자어린이(=코난군)는… ㅎㅎㅎ
헐랭이 고무줄 반바지에 편안한 셔츠, 신고 벗기 편한 플립플랍 샌들이면 충분하다 🙂
어떤 집 아이들은 양복을 쫙 빼입고 구두까지 신고 다니더만…
우리집 코난군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 남방셔츠에 카키바지를 입어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이나 나역시, 휴양삼아 가는 여행이라 복장에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고 편안한 옷을 몇 벌 챙겨갔을 뿐이다.
약간의 팁이라면, 객실 안에 있다가 영화나 쇼를 보러 가기도 하고 식사를 하러 나가거나 아이들과물놀이를 하러 가는 등 수시로 안팎을 드나들게 되므로, 파자마처럼 편안하되 남들이 보기에 너무 추레하지 않은 정도의 옷을 내내 입고 있는 것이 좋겠다.
즉, 누가 봐도 잠옷같은 옷을 객실에서 입고 있다가는 수시로 방 밖으로 나갈 때마다 옷을 갈아입기가 귀찮아지니, 평상복 중에서 입고 자도 편안할 정도의 소재와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편리하겠다.
2016년 12월 28일
오오오~ 과자집 앞에서 둘리양이랑 둘이 찍은 사진… 진짜 예쁘게 나왔어요..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이랑.. 아빠랑 딸이랑 둘이 찍은 사진도..
배 안이 워낙 화려하고 예뻐서 모델이 다소 부족해도 사진이 잘 나오더군요.
사진사가 찍어준 사진도 마음에 들고, 부족한 솜씨로 직접 찍은 사진들도 만족스러워요.
암튼 크루즈 여행가면 사진을 많~~~~이 찍는 게 좋은 것 같더군요.
엇..티셔츠도 만들어 입으시는군요?! 워낙 솜씨 좋아 보이셔서 이전부터 궁금해도 물어보지 못했어요. 저는 애 다리 때문에 겨우겨우 만드는 수준이다보니..근데 티셔츠는 정말 궁금하네요. ㅋㅋ 원단을 뭘로 골라야 티셔츠를 만들 수 있나요? 저는 사실 여기 조앤패브릭도 버스 접근성 떨어지는 데 있고 해서 원단 사러 나갈 기회도 잘 없지만..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여쭤보아요. 크루즈 후기에 안 어울리는 댓글이라 죄송..ㅋ
죄송하긴요…
이렇게 댓글로 독자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얼마나 제게 큰 기쁨인데요.
티셔츠는 면으로 된 하얀 런닝셔츠 (우리말로 난닝구 ㅋㅋㅋ) 위에다 다림질해도 되고 –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칼라 프린터로 인쇄해서 옷 위에 덮어 다림질하면 전사되어 나오는 특수 용지가 있어요 – 이번에는 Michael's 라는 미술공예 재료 가게에 가서 구입한 것을 사용했어요.
셔츠는 색깔별 어른 아이 싸이즈별로 다 있는데 한 벌에 4달러 하구요, 같은 코너에 천 위에 그릴 수 있는 물감도 팔고, 다림질해서 붙일 수 있는 천 (제가 레터링 할 때 사용했던 것), 등등 옷 만들기 재료를 한 자리에 다 구비하고 있어서 쇼핑하기가 편했어요.
앗, 여기까지 쓰고보니, 혹시 원단을 재단해서 티셔츠를 만드는 법을 물어보신 거였는지도 모르겠네요 🙂
티셔츠는 따로 만들어본 적이 없고, 아이들 할로윈 의상은 조앤스 패브릭에서 부직포 원단을 사다가 손바느질로 만들어 주고 있어요.
완제품 코스튬을 사주는 것보다 훨씬 싸거든요.
재단은 헌 옷을 해체해서 그 모양대로 천 위에 놓고 따라 그리면 얼추 싸이즈도 맞추고 옷의 형상이 되더군요.
래드포드로 오시기만 한다면 제가 그 모든 비법을 다 전수해드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