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크루즈 안에는 두 개의 극장이 있고, 풀장 건너편의 전광판(?)에서도 하루에 몇 편씩 영화를 상영해주고 있었다.
두 개의 극장 중에 큰 것은 매일 저녁 두 번 공연하는 쑈가 있었고 새로 나온 최신작 디즈니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작은 극장 – 작다고 해도 우리 동네 웬만한 상영관과 비슷한 규모였다 – 에서는 아주 최신작은 아니지만 비교적 최신작인 영화를 상영했다.
크루즈에서 코난군은 아빠와 함께 [스타워즈 로그원] 과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았고, 나는 둘리양을 데리고 [도리를 찾아서]를 감상했다.
새로 나온 만화영화 [모아나]도 평이 좋아서 보고싶었지만 이래저래 은근히 바쁜 스케줄에 밀려 보지 못했다.
풀장 앞에서 상영하는 고전 디즈니 영화는 아예 볼 생각도 할 수 없을만큼 다른 즐길 거리가 많았다.
크루즈에 타면 놀고 먹기만 할 줄 알았는데, 각기 다른 두 아이의 취향을 고려해서 각기 다른 이벤트와 놀이활동을 쫓아다니고, 한 해 동안의 피로감이 몰려오는지 너무 피곤해서 낮잠도 간간이 자야하고, 그러다보니 배안에서 제공되는 이벤트 중에 절반도 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평면과 3D로 상영되는 최신작 영화도 좋았지만, 매일 두 번 공연하는 뮤지컬 쑈가 정말로 장관이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도록 한 시간 정도의 길이로 짧게 만들어서 그렇지, 배우의 노래와 춤 실력이나 무대 장치와 연출은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공연 중에는 카메라나 비디오 녹화를 금지하기 때문에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게 아쉽다.
(주: 전화기로 대충 찍은 사진 몇 장 첨부)
단 한 편의 뮤지컬에서 무대 배경이 열 번도 넘게 바뀌는데, 단순히 뒷배경이 바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가 위아래로 솟았다 내려갔다 한다거나, 드론을 띄워서 환상적인 무대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객석으로 등장인물들이 내려와서 어린이 관객들에게 캔디를 나눠주기도 했고, 풍선과 마술을 보여주는 쑈에서는 객석의 어린이들을 무대로 불러서 마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디즈니사가 만화영화나 공연제작 사업을 해온 역사가 길다보니, 이제는 디즈니 자체의 인프라만을 가지고도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각종 디즈니 만화에 나왔던 악당들만 등장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뮤지컬도 있었고, 새로운 창작 뮤지컬이지만 등장 인물들이 유명한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니모를 찾아서 만화 영화를 모티브로 꾸민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3천 명의 승객이 사용하는 샴푸와 비누 로션도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그려진 자체제품으로 제작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소비하는 타올과 이부자리와 기타 크루즈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 조달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인 듯 보였다.
직원 채용과 관리도, 청소담당, 요리 담당, 공연진, 항해사, 의료진, 안전요원, 어린이 지도교사 등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 천 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운영해야 하니, 그것도 주먹구구식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게다.
암튼, 그 어마어마하고 대단하면서도 즐거웠던 경험을 추억으로 남기고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늘부터 남편과 둘리양은 출근과 등원을 시작했고, 코난군은 오늘과 내일은 엄마를 따라와서 컴퓨터 게임을 하루종일 하며 놀지만 곧 다시 개학을 하고, 나도 오늘과 내일 슬슬 발동을 걸어서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새학기 준비를 할 계획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을 하는 내내 '이것만 마치면 크루즈 여행이다!' 하고 주문을 외며 힘든 업무와 바쁜 일상을 이겨냈는데, 이제는 무언가 허전하면서 '이제부턴 무엇을 바라보고 일을 해야 즐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을 곧 찾게 되겠지…
글만 쓰면 지루하니 사진 몇 장 붙여넣고 🙂
이제 퇴근해야겠다.
2017년 1월 3일
소년공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너무나 자세한 후기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작년(벌써ㅠㅠ)봄에 다녀온 영국 여행 사진도 아직 정리 못한 저로써는 크나큰 반성을 하게 되는군요 -.-;;;; 후기를 보니 더더욱 가고 싶어서 디즈니 크루즈 홈페이지 들어가서 룸 사진 구경하면서 가격 검색하고 있어요 ㅎㅎㅎ
일단 미국을 가야 할텐데 말이죠 (돈도 마일리지도 열심히 모아야겠어요!!)
소년공원님 판단대로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바하마행이 제일 좋아보여요~
특히 프라이빗 섬에 간다는건 왠지 부자 놀이 하는 느낌도 ^^
늘 행복하세요~~ 블로그 자주 놀러올께요 ~~!
헝글강냉 님도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댁의 아이들이 저희 아이들보다 어린줄로 아는데… 설마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저도 유럽 여행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지만 아이들 데리고는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거든요.
디즈니 크루즈가 여름철에는 도버나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하는 유럽 항로가 있더군요.
복권 당첨되면 그걸 꼭 한 번 타보려구요 🙂
설마 맞아요~~ 영국 런던에 친구가 살아서 너~무 좋다고 오라고 하는 바람에 낚여서(!) 혼자 애들 데리고 갔는데 친구네서 신세지고 도움도 많이 받아서 다녀올만 했어요 ^^ 어리긴 하지만 일단 제발로 걸어다니니까요 (대부분은 -.-;;)
유럽 출발은 말씀대로 가격이 엄청나던데요. 복권당첨 꿈 같이 이뤄요~~ㅎㅎㅎ
마지막 문장에 대하여
아~~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