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가족들이 우리집을 방문하는 동안에 시누이들은 따로 한인 여행사의 팩키지 상품을 이용해 캐나다 관광을 보내었다.
시부모님들은 힘드시니 우리집에서 요양하듯 쉬시게 하고, 젊은 시누이들은 지루하지 않도록 일주일 정도 관광을 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남편과 의논을 했기 때문이다.
시누이들이 없는 동안에 우리 동네에는 계속해서 비가 오고 5월 치고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이런 날씨의 추세가 북미 지역 전체에 이어졌는지,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을 갔던 시누이들은 겨울 자켓을 입고 입김을 호호 불며 다녀야 했다고 한다.
날씨가 추울 때, 그리고 치아와 소화력이 약해진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국물 요리가 좋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죽과 국을 만들었다.
상 차리고 치우고 하는 것이 바빠서 사진으로 남긴 것은 몇 가지 안된다.
아롱사태를 슬로우 쿠커에 몇 시간 익힌 다음 얇게 썰어서 끓인 육개장이다.
아침 식사로 끓였던 죽으로는 호박죽, 땅콩죽, 등이 있었다.
슬로우 쿠커에 엘에비 갈비를 깔고 양념을 바르고, 또 갈비를 한 켜, 양념 바르고…
이렇게 앉힌 다음 서너시간 익히면 아주 부드러운 갈비찜이 된다.
통갈비를 사다가 물과 함께 서너시간 익히면 갈비탕이 손쉽게 완성된다.
당면을 삶아두고 양념 간장을 만들면,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든든하고도 간단한 한 끼 식사 준비가 끝난다.
한국에서 시댁 가족들이 외식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시아버님은 언제나 돼지국밥 집을 가자고 하신단다.
돼지국밥을 싫어하는 시누이들이 여행을 간 사이에 돼지국밥을 만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돼지뼈는 소뼈와 달리 너무 오래 끓이면 뽀얀 색을 넘어서 거무죽죽한 국물이 되고 맛도 탁해지니,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아깝다 생각말고 처음 한 번 팔팔 끓여서 나온 국물은 과감하게 버려야 잡내를 없앨 수 있다고도 했다.
인터넷에서 시키는대로, 뼈를 한 번 팔팔 끓여서 그 물은 왕창 따라 버린 다음 슬로우 쿠커에 약불로 네 시간을 고았다.
네 시간 끓인 후에는 더이상 가열이 되지 않도록 보온 기능으로 바꿔놓고 – 그래도 뜨거운 열이 꽤 오래 지속된다 – 샤브샤브용으로 파는 얇게 썬 돼지고기를 담궜다 건지면서 국을 떴다.
부추와 다대기를 얹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어 먹으니 뽀얗고 구수한 국물이 좋았다.
그 밖에도 슬로우 쿠커로 삼계탕도 한 번 해먹었고, 엘에이 갈비찜은 여러 번 해먹었다.
불 옆에 지키고 서있을 필요도 없고, 질긴 갈빗살이 부드럽게 익는 것을 보신 시어머님이 한국에서 사은품으로 받아놓고 한 번도 안쓰고 두었던 슬로우 쿠커를 당신도 잘 활용해야겠다고 하셨다.
남편도 그릴에 구운 갈비구이 보다도 슬로우 쿠커로 익힌 갈비찜이 더 맛있다고 하니, 나역시 앞으로 더욱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2017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