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 이중고를 이겨낸 아줌마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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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우주 탐험으로 이어지던 시절에 버지니아주 햄튼 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나사 연구소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아이들과 어린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예고편을 보자마자 '저 영화는 꼭 봐야겠다' 하고 결심할 만큼 소재와 주제가 흥미로웠다.

숨겨진 숫자, 혹은 숨겨진 인물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은 숫자를 계산하는 일을 하던 세 명의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뜻한다.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던 이 시절은 IBM 컴퓨터가 이제 막 도입되던 때이기도 해서 우주선을 설계 제작하고 쏘아올리는 과정의 모든 계산은 사람이 직접 해야만 했다.

(어지간한 사무실 서너 개를 터서 만든 큰 방을 차지하고 있는 IBM 컴퓨터는 걸핏하면 오작동을 일으키곤 해서 기계 컴퓨터가 계산해낸 수치를 사람 컴퓨터가 다시 검산해야 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수식을 계산하는 사람들을 컴퓨터 (계산원) 라고 불렀는데, 수학을 잘못하는 내게는 대단히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같이 여겨지지만 당시 사회상에서는 저임금 단순 노동이라 생각해서 주로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 당시 전화 교환원이나 타자수 등의 업종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위의 세 여인도 인간 컴퓨터로서 나사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인종 차별과 여성 차별을 이겨내고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 나사의 최초 흑인 여성 간부직원 등의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 차별을 철폐하자는 사회 운동을 하고 있었고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흑인들과 그에 맞서는 백인이 유혈 충돌 사태를 일으키는 등 암울한 분위기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세 명의 흑인 아줌마들이 인종 차별을 이겨내는 과정을 아주 밝게 묘사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연인 역으로 유명한 커스틴 던스트와 중년을 넘어 노년기를 맞이하고 있는 케빈 코스트너는 백인이지만 – 그리고 처음에는 흑인들을 우습게 여기다가 나중에는 마음을 바꾸어 – 주인공들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는 역할을 맡아, 당시에는 무척 무거웠을 인종차별의 주제를 훈훈한 미담 수준으로 미화시키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주인공이 고생하는 꼴을 보기 힘들어 하는 나에게는 마음에 통증없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편안한 영화였다.

주인공에게 죽을 고생을 시키지 않고도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내게는 충분히 와닿았다.

흑인의 소울이 가득한 배경 음악도 좋았고, 틈만 나면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춤을 추고 흥이 나는 흑인들의 모습도 즐거웠다.

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흑인들이 말하는 억양과 콧소리 섞인 노래가 참 좋다.

몇 년 전에는 노예시절 농장 (플랜테이션)에 구경을 간 적이 있었는데, 화려한 농장주의 맨션 보다도 흑인 노예들이 살았던 오두막집을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고, 어쩐지 전생에 그 흙으로 지은 오두막집에서 절구질을 해봤을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

내게는 추상화와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 수식을 흑판 가득 써가며 로켓의 궤적을 계산하는 장면,우리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에 지금도 있는 나사 연구소, 직접 가본 적 있는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등을 보는 것도 좋았다.

 

2017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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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너무 오랫만에 들렀어요.  벌써 방학이었군요.  여긴 중고등학교 방학을 아직 도 거의 3주 기다려야 하고, 대학생인 애들만 이제 2주 정도 되었네요. 아이들 자켓까지 손수 바느질을 하시다니 정말 너무 열심히 사셔요, 이런 점 땜에 제가  소년공원 님 글을 좋아하는 거지만요. 애들도 어렸을때 이렇게 다양한 캠프를 통해서 기능들을 익힌다니 많이 부럽네요. 제 아이들은 어떻게 키웠나 까마득하네요. 아무튼 멀리서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한국에도 들어온다면 꼭 봐야겠어요.

소년공원

오랜만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여름 방학이 아직이군요.

저는 지난 6월 한 달은 정말 게으르게 놀면서 보냈어요.

간간이 학교 일이 있긴 했지만, 매일 강의가 있었던 남편에 비하면 저는 집에서 머물면서 아이들과시간을 보냈죠.

방학이 있는 직업이 참 감사합니다.

 

히든 피겨 영화는 아마 한국에서도 개봉했을 거예요.

미국에서는 1월에, 한국에서는 3월에 개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