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남편이 강의도 하고 리서치 프로젝트에도 참가하느라 꼬박 두 달을 매일 출근했고, 그동안 나는 두 아이들을 집에서 데리고 있었다.
내가 조금 편하려면 초등학교에서 하는 종일반 여름 학교를 보내도 되었겠지만, 두 아이를 위한 두 달치 등록금을 절약한 돈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더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매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방학이 끝나면 바빠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으니 방학 동안 만이라도 함께 부대끼며 지내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내고 마침내 남편의 여름 일이 끝난 바로 다음날 우리 가족은 캐나다를 향해 출발했다.
작년 여름에 내 친구들과 함께 처음 가보았던 캐나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여행지였고, 그 때 미처 다 돌아보지 못한 곳을 조금 더 다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날 여덟 시간을 운전해서 뉴욕주 시라큐스 까지 가서 일박을 했다.
꽤나 먼 거리를 차타고 가는 동안에 두 아이들은 재미나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말다툼을 하기도 하며, 그럭저럭 잘 버티었다.
많이 컸다 녀석들.
시라큐스 에서는 그야말로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캐나다의 행정 수도인 오타와 였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 오타와의 시내 중심부여서 걸어다니며 많은 구경을 하기에 편리했다.
호텔을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여기였는데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리도 운하였다.
인공적으로 운하를 건설해서 배가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고, 유람선 등을 타고 실제로 운하를지나갈 수 있는 관광상품도 있었다.
겨울에는 운하를 얼게 해두고 아이스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운하를 지나서 조금만 더 걸으면 캐나다 국회의사당이 있다.
무척 오래된 건물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부 관람은 공짜이기는 하나 새벽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티켓을 받아서 들어가볼까 했다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국회의사당 내부를 돌아보는 것의 의미를 별로 알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국회의사당 입구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피우고 있었는데 캐나다의 국운이 그렇게 영원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워싱턴 디씨의 케네디 묘지의 꺼지지 않는 불이 생각나기도 했다.
캐나다는 생각보다 무척 젊은 나라라서, 올해가 건국 150주년이라고 한다.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캐나다 전국의 국립공원 입장료를 무료로 개방하기도 했고, 오타와에서도 각종 이벤트가 열렸는데, 그 중에 하나가 [라 머신: La Machine]의 거리 행진이었다.
둘리양이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해서 실컷 기다리기만 하다가 정작 행진하는 것은 먼발치에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코난군과 코난아범은 좋은 구경을 했던 모양이다 🙂
오타와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강바람이 시원한 도시라서 그늘로 걸으면 조금도 덥지 않았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걸으며 구경을 하다보니 시원한 아이스크림 생각이 간절했다.
바이워드 마켓 이라고 하는 큰 전통 시장 입구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땀을 식혔다.
이 시장에는 오바마 쿠키 가게라고 이름붙인 곳이 있었는데,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일정에도 없이 불쑥 이 가게에 들러서 부인과 딸에게 줄 쿠키를 샀다고 한다.
우리 나라 문재인 대통령 처럼 어지간히 격의없이 소탈한 성격인가보다.
이렇게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쿠키를 보는 순간 가족 생각이 나서 쿠키를 샀던 오바마는 훌륭한 아버지임에 틀림없다.
맛있어 보이는 빵도 여러 가지 팔고 있어서 몇 개를 사서 호텔로 돌아가서 먹었는데 – 우리 호텔에서 이 시장은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되는 거리에 있었다 – 어찌나 맛있던지 코난아범이 새로 나가서 두 번째로 빵을 더 사오기도 했다 🙂
그래도 다 못먹어본 빵이 먹어본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다음날 아침에는 바이워드 마켓 브런치 식당에 나와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 후에는 캐나다 국립 미술관을 관람했다.
[엄마: Maman] 라는 이름의 초대형 거미 동상 작품이 미술관 앞 광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리는 코난군을 위해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다 🙂
어른들도 좋은 구경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묘목에 거름을 주는 것처럼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해도, 여기서 그림 한 점을 보는 동안, 조각 작품을 구경하는 동안에 이 아이들의 뇌신경세포는 아주 조금 더 길어졌으리라 믿는다.
2017년 8월 5일